남양부사로 도임하여 밀직사에게 올리는 계 을축 [到南陽上密直司啓 乙丑 ]
도전(道傳)은 아뢰옵니다. 은혜를 입어 남양부사(南陽府使)로 차견(差遣)되어 이미 금월 17일에 부임을 하였습니다. 홀로 휘정(麾旌 지휘하는 깃발) 하나를 잡고서, 백리(百里 고을을 가리킴)를 다스리려고 부임은 했습니다만, 녹봉(祿俸)만을 허비할 뿐이며 승선(承宣)에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돌아보건대, 이 고을은 큰 바다를 접하고 있어서 왜구[島寇]가 때없이 출몰합니다. 그리하여 거주민들이 여러 번 소란을 떨었으니, 진실로 통민(通敏)한 재주를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그를 무마하고 방어할 방법을 얻지 못할 것입니다.
도전과 같은 자는 씀에 알맞는 학문도 없으며 남을 따라갈 지혜도 없으므로, 집 값이나 물어보고 밭이나 가는 것이 합당하옵거늘, 이에 부절(符節)을 나누어 가지게 되었사오니 이것은 대개 내상(內相 밀직사(密直司)ㆍ지신사(知申事)를 이름)께서 왕명을 잘 출납하시고 치적(治績)을 도와 올리는 시기를 만나서입니다. 그래서 사람은 지혜로우나 어리석거나를 막론하고 모두 쓸 만한 데가 있으면 장점만을 취하고 단점을 버려, 채택하고 거두어 용렬한 자까지도 살펴서 등용하시는 은혜를 입게 된 것입니다.
도전은 이에 감사하는 전(箋)을 삼가 써서 계(啓)에 붙여 올리오니, 바라옵건대 합하(閤下)께서는 전하를 한가한 시간에 모시게 되오면 조용히 말씀을 드려 주소서.
그리하오면 매우 다행하겠기에 삼가 계를 올립니다.
到南陽上密直司啓 乙丑
道傳啓。蒙恩授前件差遣。已於今月十七日赴任上訖。獨把一麾。出宰百里。徒費廩養。無補承宣。顧惟小鄕濱於大海。島寇無時而竊發。居民屢至於騷然。苟非通敏之才。難得撫禦之道。如道傳者。學無適用。知不逮人。合問舍而歸田。乃分符而授節。玆蓋恭遇內相閤下龍喉出納。洪業贊襄。以爲人無智愚。皆有可用。取長舍短。竝採兼收。至使疏庸亦蒙甄錄。道傳謹修謝上箋。隨啓投進。伏望昵侍淸燕。從容聞達。幸甚幸甚謹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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