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상인에게 주는 시의 서[贈祖明上人詩序]
무설대사(無說大師)가 병이 들어 진원산(珍原山) 가상사(佳祥寺)에 누워 있었는데, 하루는 왜구(倭寇)가 갑자기 그 절에 침입하였다. 모두가 겁을 내어 사방으로 흩어지다가 혹은 죽기도 하고 혹은 포로가 되기도 하였는데, 대사의 제자 조명(祖明)은 대사를 업고 도망쳐 겨우 몸을 화에서 면하게 하였다.
나는, ‘백성은 세 곳(군(君)ㆍ사(師)ㆍ부(父)를 말함)에서 삶의 혜택을 받고 있으니 동일하게 섬겨야 한다. 그래서 그 섬기는 곳에 따라서는 생명을 바쳐야 하는 것이다.’라고 들었다. 이것은 유가(儒家)의 말이나, 절의 중들은 가정과 세상을 떠나서 어버이 버리기를 내던지듯 하니 기타(군ㆍ사(君師))야 의당 생각조차 못할 것 같은데도, 이따금 스승과 제자 사이에 은혜가 돈독하여, 급하고 어려운 일을 당하면 구원하려고 덤벼드는 것이 도리어 인인(仁人)ㆍ의사(義士)의 위에 있으니 조명(祖明) 같은 이가 바로 그런 사람이고 보면, 그 마음속에 의리가 본래 갖추어져 있어 없애려도 없앨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본에는 이(以)자가 이(而)로 되어 있다) 저, 친척을 이별하고 인륜을 버리고 가서 돌아오지 않는 자는 또한 어떠한 마음에서일까? 비록 그러하지만 인심(人心)이란 모두다 같은 것이어서, 내가 먼저 발(發)한다면 저쪽에서도 감응(感應)되어 진실로 하지 않으려 해도 그만두지 못할 바가 있을 것이니, 의당 시(詩)를 읊는 자가 많음직도 하다.
贈祖明上人詩序
無說大師病臥珍原山佳祥寺。一日倭寇突入其寺。蒼皇分散。或死或虜。而弟子祖明負大師走。僅以身免。吾聞民生於三。事之如一。惟其所在。則致死焉。此儒者說也。浮屠人。出家與世。棄親如遺。其他宜若無以爲意也。而往往於師弟子間。恩義篤盡。其奔難赴急。反出仁人義士上如祖明者。是則此心之中。義理本具。不可得以 一本作而 泯滅矣。彼或離親戚去人倫。往而不返者。亦獨何心歟。雖然。人心所同然者。自我發之。則彼之興感。固有所不能自已者矣。宜乎歌之者衆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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