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정도전 三峯集

242)정도전 삼봉집 제3권/서(書) /요동의 여러 대인에게 올리는 글 갑자

이름없는풀뿌리 2018. 1. 23. 18:49

요동의 여러 대인에게 올리는 글 갑자 [上遼東諸位大人書 甲子 ] 봉사잡제(奉使雜題)임.

 

생각하옵건대, 성천자(聖天子)께서는 천운(天運)을 타고 일어나시어 하늘의 밝은 명을 받아 뭇 영웅을 베고 참위(僣僞)들을 없앴으며, 이류(異類)들을 몰아서 변방 밖으로 쫓아냈습니다. 그리고 오랑캐의 복장을 변혁시켜 예의의 의관(衣冠)으로 만들었으며, 형벌 주고 죽이던 풍토를 변화시켜서 예양(禮讓)하고 음악을 즐기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중국 황제[皇王]의 정통(正統)을 이으셨으니, 그 공덕이 신우(神禹)가 홍수(洪水)를 다스린 것과 주공(周公)이 이적(夷狄)을 물리친 것에 비교하더라도 남음이 있습니다.

그 사업을 앞뒤에서 분주하게 도운 신하들과, 부하를 잘 통솔하여 외모(外侮)를 막은 장수들이, 어진 이는 덕(德)으로, 능한 이는 재주로, 지혜로운 이는 계책으로, 날쌘 이는 힘으로 다해서, 서로 함께 도와서 홍업(洪業)을 이루었습니다. 그 중에도 연안후(延安侯)ㆍ정녕후(靖寧侯)ㆍ도독(都督) 마공(馬公)ㆍ지휘(指揮) 섭공(葉公)ㆍ매공(梅公) 같은 분은

【안】 연안후ㆍ정녕후는 모두 요동(遼東)의 도독이며, 마공은 미상이나, 섭공의 이름은 왕(旺)이며 매공의 이름은 의(義)이다.

가장 뛰어난 분들입니다.

지금 그들은 천자께서 동녘을 돌아보시는 근심을 나누려고, 기치(旗幟)를 세우고 부월(斧鉞)을 잡고서 한 방면(方面)을 전제(專制)하게 되었습니다. 이들은 은혜를 베풀어 평안하게 하고 위엄으로 두렵게 하니, 먼 곳 사람들이 의리를 사모하여 스스로 모여들고, 오랑캐들은 도망하여 자취를 감추고 말았습니다. 그 공적이 사직(社稷)에 있고, 그 은혜가 온 백성에게 입혀졌으니, 비록 옛날의 이름난 장상(將相)으로 소하(蕭何)ㆍ조참(曹參)ㆍ관중(管仲)ㆍ제갈량(諸葛亮)이라 할지라도 반드시 이보다 낫지는 못할 것입니다. 우리는 작은 나라로서 동해의 한 모퉁이에 편벽되게 처해 있으나 대대로 사대(事大)의 예를 익혀 왔습니다. 그래서 조빙(朝聘 중국과의 통교(通交)를 일컫는 말)으로 왕래한 것이 사책(史冊)에 끊어진 적이 없고, 원(元)나라가 그 정권을 상실하고 명(明)나라가 그 위에 오를 적에, 우리 선왕께서는 천명(天命)과 인심(人心)의 소재를 살피시고 딴 나라보다 솔선하여 표(表)를 받들어 귀부(歸附)하고 만대의 자손이 신첩(臣妾)이 되기를 원하였습니다. 천자께서 그를 가상(嘉尙)히 여기시고 금인(金印) 하나를 내려 왕을 봉하시고 동쪽 번신(藩臣 황실의 울타리가 되는 신하, 곧 제후임)으로 삼았습니다. 그 조유(詔諭)가 지극히 간절하였고 여러 가지 하사품을 내리는 등 은혜가 지극히 융숭하였습니다.

지금 문하(門下) 정평리(鄭評理 정몽주(鄭夢周))가 표(表)를 받들어 천수성절(天壽聖節)을 축하하옵고, 봉익(奉翊) 이상시(李常侍 이천기(李天驥))가 전(箋)을 받들고 천추절(千秋節 태자 탄일)을 축하하옵는데 도전(道傳)을 서장관(書狀官)으로 삼았습니다.

이에 9월 18일이 되어, 천자께서는 봉천전(奉天殿)에 앉아 여러 신하들의 조회를 받으시는데 창합천(閶闔天) 문이 열리더니 의장(儀仗)이 구름처럼 모이고 풍악이 두 섬돌 사이에서 연주되었습니다. 한낱 서생으로 백왕(百王)ㆍ경사(卿士)들 사이에 끼여, 광정(廣庭)에서 예를 행하고, 몸소 천자의 목목(穆穆)한 광채를 바라보며 엎드려 절하고 일어나서 만세 삼창을 불렀으니 이 어찌 다행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이는 성천자께서 재생(再生)시키신 은혜이오며, 동시에 2~3대신(大臣)께서 치도(治道)를 도우신 덕택이기도 합니다. 큰 경사의 기쁨을 이기지 못하여 손들어 절하옵고 시를 올리옵니다.

 

 

거룩하신 하느님이 / 於皇上天

성인을 내시었네 / 篤生聖人

부(符)를 잡고 추(樞)를 잡아 / 秉籙握樞

신과 민의 주 되셨네 / 以主神民

온누리 안팎이 / 薄海內外

첩되고 신하되었네 / 是妾是臣

감계 또한 밝아서 / 亦監有明

귀신의 흠향 어김없도다 / 昭格無違

우리의 어진 보필 주셔서 / 賚我良弼

길이 돕게 하셨도다 / 保之佑之

백왕이 제제하니 / 百辟濟濟

나라의 기간이로다 / 邦家之基

연안후ㆍ정녕후ㆍ마공ㆍ섭공ㆍ매공이 / 延安靖寧馬葉梅公

천자의 명을 받아 / 承天子命

동쪽을 다스리되 / 釐此大東

은혜를 밝히고 위엄을 펴서 / 昭惠布威

무공을 이루었도다 / 克咸戎功

우리 작은 나라가 / 惟我小邦

동녘에 치우쳐 있지만 / 僻居東偏

고풍을 우러르고 의리를 사모하고 / 向風慕義

표와 전을 받들었소 / 奉表及箋

조빙과 공헌함에 / 朝聘貢獻

혹시 허물 없었던가 / 時罔或愆

방군의 직책은 / 邦君之職

위에 달하고 아래에 펴는 것 / 上達下宣

천자는 성스럽고 / 天子之聖

방군은 어지시니 / 邦君之賢

소인이 시를 올려 / 小子獻詩

어찌 생색 있으리까 / 敢用斐然

 

上遼東諸位大人書 奉使雜題○甲子

 

欽惟聖天子乘運而起。受天明命。芟群雄。削僭僞。驅逐異類。出之塞外。革氈裘爲衣冠。化刑殺爲禮樂。以紹中國皇王之統。其功比之神禹治洪水。周公攘夷狄。不足侔也。而其先後奔走之臣。疏附禦侮之士。賢以德能以才。智者騁謀。勇者效力。相與贊成洪業。有若延安侯,靖寧侯,都督馬公,指揮葉公,梅公。按延安侯,靖寧侯。俱遼東都督。馬公未詳。葉公名旺。梅公名義。 尤所謂卓然者也。今者分天子東顧之憂。秉旄杖鉞。專制方面。惠以綏之。威以畏之。遠人慕義而自至。夷虜逃遁而喙息。其功在社稷。澤被生民。雖古名將相蕭,曹,管,葛。未必過之也。我小邦僻居東海之隅。世講事大之禮。朝聘往來。史不絶書。及原失其政。皇明代德。我先王審知天命人心之所在。率先諸國。奉表歸附。萬世子孫。願爲臣妾。天子嘉之。賜金印一顆。封王爲東藩臣。詔諭至切。賚與稠疊。恩至渥也。今門下鄭評理 夢周 奉表賀天壽聖節。奉翊李常侍 天驥 奉箋賀千秋節。而道傳爲書狀官。乃以九月十八日。天子坐奉天殿。受群臣朝。閶闔天開。仗儀雲簇。樂奏於兩階之間。一箇書生。得與百辟卿士周旋廣庭。躬覩穆穆之光。俯伏拜興。呼萬歲者三。何其幸也。是則聖天子再造之恩。亦二三大臣贊道之賜也。不勝大慶。拜手稽首獻詩。於皇上天。篤生聖人。秉籙握樞。以主神民。薄海內外。是妾是臣。亦監有明。昭格無違。賚我良弼。保之佑之。百辟濟濟。邦家之基。延安,靖寧。馬,葉,梅公。承天子命。釐此大東。昭惠布威。克咸戎功。惟我小邦。僻居東偏。向風慕義。奉表及箋。朝聘貢獻。時罔或愆。邦君之職。上達下宣。天子之聖。邦君之賢。小子獻詩。敢用斐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