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정도전 三峯集

290)정도전 삼봉집 제4권 /제문(祭文) /반남 선생을 곡하는 글[哭潘南先生文] 서문까지 아울러 씀.

이름없는풀뿌리 2018. 1. 24. 07:51

반남 선생을 곡하는 글[哭潘南先生文] 서문까지 아울러 씀. 아래 2편은 금남잡제(錦南雜題)임.

 

【안】 신우(辛禑) 을묘년(1375)에 박공 상충(朴公相衷)이 공과 더불어 북원(北元)의 사신을 물리치자고 청하다가 죄를 얻어 장류(杖流) 중 길에서 죽었다.

 

아! 선생이시어, 선생이 살았을 때 사람들은 의심했고 선생의 죽음에도 사람들은 더욱 의심합니다.

세속은 말 잘하는 것을 현명하게 생각해서 말의 교묘함이 생황(笙簧) 같고, 시속은 맹종하는 것을 숭상하여 그 부드러움이 가죽과 같은데, 선생은 그렇지 않아 묵묵히 말이 없었으며 선생은 정도(正道)를 지켜 시속을 따르지 않으셨습니다. 그리하여 소인(小人)들은 이것으로 선생을 어눌하다 노둔하다고 의심하였습니다.

어진 이를 대수롭게 여기지 않고 권세 있는 사람에게 붙지 않는 사람이 없으며, 이득과 녹봉이 있는 곳은 온 세상이 다투어 달려가는데, 선생은 그렇지 않아서 차라리 굶어서 구렁텅이에 빠져 죽을지언정 구차하게 얻으려 하지 않았으며, 차라리 일생을 비천하게 살지언정 망령되게 구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선한 일을 하면 아무리 머슴이나 거지 같은 미미한 사람이라도 지초(芝草)나 난초(蘭草)처럼 좋아했으며, 악한 일을 하면 비록 조맹(趙孟)과 같은 세력이 있더라도 원수처럼 미워했습니다. 그리하여 소인들이 이것으로 선생을 오활하다 망령스럽다고 했습니다.

사람들은 죽음에 당하면 모두 죽기는 두려워하고 살기를 중하게 여겨서 치욕(恥辱)을 무릅쓰고 살려달라고 애걸을 하는데, 선생은 그렇지 않아 의리가 죽어야 옳다면 차라리 호랑이의 입에 들어간다 하더라도 의를 저버리고 살기를 구하지 않았으며, ‘내 몸은 죽일 수 있으나 나의 도는 굴할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그리하여 소인들은 선생을 우직하다고 의심하였습니다.

군자들은 말하기를, ‘선생이 지닌 도(道)는 임금을 높이고 백성을 보호할 수 있는데도 세상에 행해지지 못했으며, 선생의 학문은 고금을 꿰뚫을 수 있는데도 사람들에게 믿음을 얻지 못하였으며, 의로운 빛이 늠름하건만 소인들은 성을 내며, 충성스러운 말씀이 곧고 간절했건만 위에서는 듣지 않으셨으니, 이것으로 선생의 운명이 사납고 시대가 어려웠다고 의심한다.’ 하며, 또 ‘선생의 선을 행함이 복록(福祿)을 오래 누릴 만한데도 그 수(壽)를 누리지 못했으며, 여경(餘慶)이 있어 후사(後嗣)가 있을 만한데도 그 몸을 보전하지 못하였으니 이로써 선생의 불행을 의심한다.’고 합니다.

나는 생각하기를, 저들의 의심이 모두 그르며 또 선생을 알지 못하는 것이라고 여겨집니다. 도(道)가 행하여지고 행하여지지 않는 것은 때이고, 사생(死生)과 화복(禍福)은 자기[己] 어떤 본에는 기(器)자로 되었음. 에 있는 것이 아니거늘 선생이 이런 것을 장차 어떻게 하겠는가? ‘나의 의(義)를 행할 뿐이다.’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선생이 살았을 때도 나는 믿고, 선생이 돌아가셔도 나는 더욱 믿습니다. 선생은 탐욕하고 비루한 자들과 함께 귀히 되지 않으셨고, 간사하고 아첨하는 자들과 함께 사시지 않았으니, 그 죽음이 바로 그 몸을 보전한 것이요, 그 귀하게 되지 않으심이 바로 영광스러운 것입니다. 그런데 또 무엇을 의심하겠습니까?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곡(哭)을 하는가? 그것은 이 백성들이 선생의 은덕을 입지 못함을 곡하고, 우리의 도가 의탁할 곳이 없음을 곡하고, 우리 무리가 본받을 데 없음을 곡하는 것이니, 결국 돌아간 분을 위해서 곡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이를 위해서 곡하는 것입니다. 곡하기를,

 

 

아! 선생이시여 / 嗚呼先生兮

만사가 그만이구려 / 已而已而

맑지 못한 세상을 만남이여 / 丁時不淑兮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았도다 / 人莫我知

세상의 위태함을 가엾게 여기심이여 / 閔時世之嶮巇兮

차마 묵묵히 있지 못하셨도다 / 不忍黙黙以無言

일찍이 몇 번이나 작은 몸으로 막으려 했는가 / 曾微軀之幾何兮

하해의 미친 듯한 파도를 / 橫抑河海之狂奔

표류하고 구원되지 못함이여 / 遭漂溺而莫救兮

끝내는 목숨을 잃으셨도다 / 竟隕其生

사람들이 이로써 선생을 논평함이여 / 人以此議先生兮

갑자기 미친 이름을 얻으셨도다 / 卒得狂名

그러나 진실로 그곳을 얻으셨으니 / 我苟得其所兮

중심이 심히 편안하리로다 / 中心孔寧

저 현달들의 탁월한 행위는 / 惟賢達之卓軌兮

참으로 우매한 이들이 알기가 어려워라 / 亮愚昧之難明

우리들의 의를 저버리고 구차히 삶이여 / 吾輩負義以偸活兮

한갓 황황할 뿐 누구를 의지하리 / 徒遑遑其疇依

아! 얼굴에 무안함이 있음이여 / 嗟面目之有靦兮

속으로 수치를 안고서 슬퍼하노라 / 內包羞而懷悲

아! 황천에 가게 되면 / 嗚呼九原可作兮

오직 선생을 따르리로다 / 惟吾先生之與歸

 

哭潘南先生文 幷序○此下二首。錦南雜題。○按辛禑乙卯。朴公尙衷與公。請却北元使。遂得罪杖流。道死。

 

噫乎先生乎。先生之生也。人疑之。先生之死也。人益疑之。俗賢利口。其巧如簧。時尙詭隨。其柔如韋。先生不然。簡默無言。先生守正。不與時推移。小人以此疑先生爲訥爲魯。簡賢附勢。無人不是。利祿所在。擧世爭趨。先生不然。寧餓死溝壑。而吾不苟得。寧終身卑賤。而吾不妄求。此爲善雖在傭丐之微。好之如芝蘭。彼爲惡雖在趙孟之勢。疾之如仇讎。小人以此疑先生爲迂爲妄。當其死也。人皆畏死而重生。蒙恥冒辱。迭出哀鳴。先生不然。吾義之安於死也。寧觸虎狼之口。吾不負義以求活也。吾身可殺也。吾道不可屈也。小人以此疑先生之戇也。君子則曰。先生之有道也。可以尊主庇民。而不得行於世。先生之有學也。可以貫穿古今。而不得信於人。義色凜然。而群小以慍。忠言直切。而上不以聞。以此疑先生命之戾而時之屯也。先生之爲善也。可以福祿永終。而不得享其壽。可以遺慶後嗣。而不得保其身。以此疑先生之不幸也。予則以爲彼之疑皆非也。皆不知先生者也。道之行不行。時也。死生禍福。非在己 舊本作器 者也。先生於此。將何爲哉。行吾義而已矣。先生之生也吾信之。先生之死也吾益信之。先生不與貪鄙者同貴。不與姦佞者同生。則其死乃所以保其身。其不貴乃所以爲榮也。而又何疑乎。然則何哭乎。哭斯民之不被先生之澤也。哭吾道之無所託也。哭吾輩之無所取則也。非哭死也。爲生者哭也。哭曰。

嗚呼先生兮。已而已而。丁時不淑兮。人莫我知。閔時世之嶮巇兮。不忍默默以無言。曾微軀之幾何兮。橫抑河海之狂奔。遭漂溺而莫救兮。竟隕其生。人以此議先生兮。卒得狂名。我苟得其所兮。中心孔寧。惟賢達之卓軌兮。亮愚昩之難明。吾輩負義以偸活兮。徒遑遑其疇依。嗟面目之有靦兮。內包羞而懷悲。嗚呼。九原如可作兮。惟吾先生之與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