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의의 묘[廉義之墓]
원(元)나라 지정(至正) 26년(1366, 공민왕15)에 고려 검교 밀직제학(檢校密直提學) 정 선생(鄭先生 정운경(鄭云敬))이 영주(榮州)사제(私第)에서 세상을 떠났다. 그 해 정월 을사일에 영주
【안】 정 상서(鄭尙書)가 병오년 정월 23일 을사에 졸했는데 여기에 그 해 정월 을사일에 영주에 장사지냈다고 한 것은 두 말 가운데 하나는 반드시 잘못이 있을 것이다.
동쪽 10리쯤에 장사지냈으니 선영(先塋)에 부장(祔葬)한 것이다.
그 우인(友人) 성산(星山)송 밀직(宋密直)과 복주(福州) 권 검교(權檢校)가 서로 의논하기를, ‘살아서는 자(字)로써 그 덕을 밝히고 죽어서는 시호(諡號)로써 그 절개를 나타내는 것이 옛법이다. 그러나 벼슬이 시호를 받을 만하지 못하면 친우들이 사시(私諡)을 지어 주는데 옛날 도연명(陶淵明)을 정절(靖節)이라고 한 것이나, 서중거(徐仲車)를 절효(節孝)라고 한 것이 바로 이것이다. 돌아간 벗 정 선생은, 일찍이 과거에 급제했고 또 빛나는 벼슬도 지냈으니, 귀달(貴達)하였다고 할 만한데도 집에는 여유 있는 재물이 없어 처자들이 춥고 배고픔을 면하지 못하였다. 그러나 선생은 그를 담담하게 여겼으니 그는 염(廉)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선생은 친구가 작은 환란만 당해도 몸소 그를 구원할 책임을 졌다. 그러나 의리가 아니라면 아무리 공경(公卿)의 세력이라도 보기를 하찮게 여겼으니 이는 의(義)가 아니겠는가?’ 했다. 그리하여 그 묘에 쓰기를 염의 선생(廉義先生)이라고 했다.
廉義之墓
有原至正二十六年。高麗檢校密直提學鄭先生。卒于榮州之私第。其年正月乙巳。葬榮州 按鄭尙書卒於丙午正月二十三日乙巳。而此曰其年正月乙巳。葬榮州。兩說必有一誤。 治東十里。附先塋也。友人星山宋密直,福州權檢校相與議曰。生則字以表其德。沒則諡以著其節。古也。然爵不應諡。則朋友諡之。若陶淵明之稱靖節。徐仲車之稱節孝是也。先友鄭先生。早擢顯科。揚歷華秩。可謂達矣。而家無宿貲。妻子未免飢寒。處之淡如也。其廉矣乎。於朋友少有患難。以身任救恤之責。非其義。雖有公卿之勢。視之蔑如也。其儀哉。於是題其墓曰廉義先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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