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정도전 三峯集

318)정도전 삼봉집 제6권 /심기리편(心氣理篇) /기가 심을 비난함[氣難心]

이름없는풀뿌리 2018. 1. 25. 05:19

기가 심을 비난함[氣難心]

 

이 편(篇)은 주로 노씨(老氏)의 양기(養氣)하는 법을 말하여 석씨(釋氏)를 비난한 것이다. 그러므로 편(篇) 가운데 노씨(老氏)의 말을 많이 썼다.

기(氣)라는 것은 하늘이 음양(陰陽)과 오행(五行)으로써 만물을 화생(化生)함에 사람도 이를 얻어 생긴 것이다. 그러나 기(氣)는 형이하(形而下)인 것으로, 반드시 형이상(形而上)의 이(理)가 있은 후에 이 기(氣)가 있는 것이니, 기(氣)를 말하면서 이(理)를 말하지 아니하면, 이는 그 끝만 알고 그 근본은 알지 못하는 것이다.

 

내[予]가 수고(邃古)로부터 있어 요요(窈窈) 명명(冥冥)한지라, 천진(天眞)하고 자연(自然)하여 무엇으로 이름할 수 없도다.

 

나라는 것은 기(氣)가 스스로 자기를 가리킨 것이요, 수고는 상고(上古)를 말한 것이다.

노자(老子)가 말하기를,

“혼연(渾然)히 이룬 물건이 있어 천지(天地)에 앞서 생겼다.”

하고, 또 말하기를,

“요(窈)하고 명(冥)함이여! 그 가운데 정기(精氣)가 있으니, 그 정기가 매우 참되도다.”

하였으며, 또 말하기를,

“하늘은 도(道)를 법받고, 도는 자연을 법받았다.”

하였고, 또 말하기를,

“내 그 이름은 알지 못하고 자(字)를 도(道)라 하였다.”

하였으니, 노자의 말은 모두 기(氣)를 가리켜 말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 장(章)에 이를 근본하여 말하기를, 기(氣)가 천지만물보다 앞서 있어서, 요명(窈冥)하고 황홀(_惚)하며 자연스럽고 천진(天眞)하여 무엇이라 이름할 수 없는 것이다.

 

 

만물의 시초에 무엇을 자뢰(資賴)하여 생겼던가? 내가 엉기고 내가 모여 형상이 되고 정기가 되었으니, 내가 만약 없었다면 심(心)이 어찌 홀로 영(靈)할 수 있으랴!

 

 

장자(莊子)가 말하기를,

“사람이 생긴 것은 기(氣)가 모인 것이다.”

하였다. 이를 근본하여 말하기를, 만물(萬物)이 생기는 그 시초(始初)에 무슨 물건을 자뢰하여 생성(生成)하였을까? 그 자뢰하여 생기는 바는 기(氣)가 아니냐?

오직 기가 묘하게 합하고 엉겨 모인 후에 그 형체가 이루어지고 그 정기(精氣)가 생기는 것이니, 만약 기가 모이지 않으면 마음이 비록 지극히 영(靈)하다 하여도 또한 장차 어느 곳에 붙어 있으랴!

 

 

슬프다! 너[爾]의 앎이 있는 것이 모든 재앙의 싹이다. 미치지 못할 바를 생각하고 이루지 못할 바를 도모하여 이익을 꾀하고 손해를 계교하며, 욕됨을 근심하고 영화(榮華)를 흠모하여 얼음같이 차고 불같이 뜨거워 주야(晝夜)로 분주하니, 정기(精氣)가 날로 흔들려 신(神)이 편안함을 얻을 수 없도다.

 

 

슬프다[嗟]는 것은 탄식함이요, 너[爾]는 심(心)을 가리켜 말한 것이다.

이 장(章)은 심(心)이 기(氣)를 해치는 일을 말한 것이다. 탄식하여 말하기를,

“심(心)이 지각(知覺)이 있는 것이 이에 모든 재앙의 싹이 되는 것이다.

그 미치지 못할 바를 생각하고 그 이루지 못할 바를 생각하며, 그 이익을 꾀하여 얻고자 하고 그 손해를 계교하여 피하고자 하며, 그 욕됨을 근심하여 빠질까 두려워하고 그 영화를 흠모하여 요행을 바라, 두려워함에는 얼음같이 차고 노여워함에는 불같이 뜨거워, 천만 가지 실마리가 가슴 가운데 엇갈린지라, 낮과 밤에 쉬지 않고 분주하여 그 정신(精神)이 날로 흔들리고 점차 소모되어 편안함을 얻지 못하게 한다.”

하였다.

 

내[我]가 망령되이 움직이지 않으면 안[內]이 이에 고요하고 전일(專一)하여, 나무가 마른 것 같고 재[灰]가 타지 않는 것 같아, 생각하는 것도 없고 하는 일도 없어 도(道)의 온전함을 본받을 것이니, 너[爾]의 지각이 아무리 천착(穿鑿)한들 나[我]의 하늘을 어찌 해롭게 할 수 있으랴!

 

 

이것은 양기(養氣)하는 공(功)을 말한 것이다.

장자(莊子)가 말하기를,

“형체[形]는 진실로 마른 나무와 같아야 하며, 마음은 진실로 죽은 재와 같아야 한다.”

하였으며, 또 말하기를,

“생각함이 없고 꾀함이 없어야 비로소 도(道)를 안다.”

하였다. 노자(老子)가 말하기를,

“도는 항상 하는 바가 없으면서도 하지 않음이 없다.”

하였으니, 이 장(章)은 이것을 근본하여 말한 것이다.

앞 장(章)을 이어 말하되,

“마음의 이욕(利欲)이 아무리 분잡(紛雜)하여도 기(氣)가 그 기르는 바를 얻어 망령되이 움직이지 아니하여 밖에서 제어하면, 그 안도 또한 안정하고 전일하여 나무가 말라 다시 꽃피지 않는 것과 같고, 재가 죽어 다시 불붙지 않는 것과 같이 마음이 생각하는 바가 없고 몸이 경영하는 바가 없어, 그 도의 충막(_漠)하고 순전(純全)한 묘리(妙理)를 본받으니, 마음의 지각이 비록 천착한다 하나 나[我]의 자연의 하늘을 어찌 해롭게 할 것인가?”

하니, 여기의 이른바 도(道)는 기(氣)를 가리켜 말한 것이요, 무려무위 체도지전(無慮無爲體道之全)이라는 여덟 글자는 또한 노자의 학문에 가장 긴요한 뜻이다.

 

 

 

氣難心

 

此篇。主言老氏養氣之法。以非釋氏。故篇中多用老氏語。氣者。天以陰陽五行化生萬物。而人得之以生者也。然氣。形而下者。必有形而上之理。然後有是氣。言氣而不言理。是知有其末而不知有其本也。

予居邃古。窈窈冥冥。天眞自然。無得而名。

 

予。氣自予也。邃古。上古也。老子曰。有物混成。先天地生。又曰。窈兮冥兮。其中有精。其精甚眞。又曰。天法道。道法自然。又曰。吾不知其名。字之曰道。老子之言。皆指氣而言者也。故此章本之。以言氣居天地萬物之先。窈冥怳惚。自然而眞。不可得而名言也。

萬物之始。資孰以生。我凝我聚。乃形乃精。我若無有。心何獨靈。

 

莊子曰。人之生。氣之聚也。此又本之。以言萬物之生。其始也是資何物以生成乎。其所資以有生者。非氣乎。惟氣妙合而凝聚。然後其形成而其精生。氣若不聚。則心雖至靈。亦將何所附着乎。

嗟爾有知。衆禍之萌。思所不及。慮所未成。計利較害。憂辱慕榮。氷寒火熱。晝夜營營。精日以搖。神不得寧。

 

嗟。嘆息也。爾。指心也。○此章言心所以害氣之事。嘆息而言心之有知覺者。乃衆禍之所由萌也。思其所不可及。慮其所未得成。計其利而欲得之。較其害而欲避之。憂其辱而懼陷焉。慕其榮而僥倖焉。畏則如氷之寒。怒則如火之熱。千端萬緖。交戰於胸中。晝夜之間。營營不息。使其精神日以搖蕩。漸就消耗。而不得寧矣。

我不妄動。內斯靜專。如木斯槁。如灰不燃。無慮無爲。體道之全。爾知雖鑿。豈害吾天。

 

此言養氣之功。莊子曰。形固可使如槁木。心固可使如死灰。又曰。無思無慮。始知道。老子曰。道常無爲而無不爲。此章本此以立言也。○承上章言心之利欲。雖甚紛拏。氣得其養而不妄動。以制於外。則其內亦有以靜定而專一。如木之槁。不復有春華之繁。如灰之死。不復有火燃之熾。心無所思慮。身無所營爲。以體其道沖漠純全之妙。則心之知覺。雖曰鑽鑿。豈能害我自然之天哉。此所謂道。指氣而言也。無慮無爲。體道之全八字。亦老氏之學最要旨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