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군(平昌郡) 《여지승람(輿地勝覽)》에 보인다.
중국에 갔던 서기(書記)1)는 지금 어디 와 있나 / 中原書記今何方
쓸쓸한 옛고을 높은 산 밑이로세 / 古縣蕭條舊山角
땅도 좁구나, 문앞에서야 수레가 엇갈리는데 / 地到門前容兩車
하늘도 낮다, 재 위에 겨우 세 자쯤 떨어졌네 / 天低嶺上僅三尺
모래밭에 벼이삭 널려 가을은 깊었는데 / 秋深禾穗散沙田
석벽에 솔뿌리 얽혀 세월도 오래 되었구나 / 歲久松根緣石壁
갈 길의 험하기는 촉도난(蜀道難)2)보다 더 어려워라 / 行路難於蜀道難
집에 돌아가는 즐거움이 금성락3)보다 낫겠네 / 還家樂勝錦城樂
무제(無題) 《정씨가전(鄭氏家傳)》에 보인다.
떠놓은 물은 무엇인가, 관리의 청백이며4) / 問水一官淸
글을 보며 천고의 일이나 얘기하네 / 論文千載事
오직 옛사람의 책이 있어서 / 唯有古人書
손수 차례차례 꿰매 놓았네 / 手編已就次
여강(驪江)《여지승람》에 보인다.
눈 쌓인 달밤 이 강산 누에 올라서 / 江山雪月客登樓
술잔 잡고 시 읊으며 좋은 놀이 벌였네 / 把酒吟詩作勝遊
강물이 줄어서 공선(貢船)5)이 밀어도 내려가지 않으니 / 水落貢船推不下
강바닥 파는 인부 동원에 원님이 걱정하누나 / 萬夫疏鑿使君憂
[주1]서기(書記) : 문서(文書)를 맡은 직명(職名), 즉 서장관(書狀官)을 뜻함. 저자가 서장관으로 중국에 갔던 사실을 말함. 백거이(白居易)가 영호 상공(令狐相公)을 보내는 시(詩)에 “청삼(靑衫)을 입은 서기는 어느 해에 갔었는가?[靑衫書記何年去]” 하였음.
[주2]촉도난(蜀道難) : 중국 서촉(西蜀)에 있는 험한 길. 이 태백(李太白)의 촉도난(蜀道難)에, “촉도의 험하기는 하늘에 올라가기보다 어렵구나.[蜀道之難難於上靑天]” 하였음.
[주3]금성락(錦城樂) : 중국 성도(成都)에 있는 금관성(錦官城). 이 태백의 촉도난에 “금성이 아무리 좋다 해도 일찍이 집에 돌아가는 것만 못하네.[錦城雖云樂 不如早還家]” 하였음.
[주4]떠놓은 물은 무엇인가, 관리의 청백이며 : 방삼(龐參)이 한양태수(漢陽太守)로 나갔는데, 옆 사람이 방삼의 방문 앞에 한 그릇의 물이 놓여 있는 것을 보고 “저 물은 무슨 뜻이냐?”고 물으니, 방삼이 “나더러 청백하게 하라는 뜻이다.” 하였다. 《후한서(後漢書)》 방삼전(龐參傳)에 “다만 염교[薤] 한 포기와 물 한 그릇을 방문 앞에 놓아 두었다.” 하였음.
[주5]공선(貢船) : 조세(租稅)를 실은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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