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정도전 三峯集

372)정도전 삼봉집 제9권 /경제문감 상(經濟文鑑 上) /재상의 직[宰相之職]

이름없는풀뿌리 2018. 1. 26. 07:48

재상의 직[宰相之職]

 

 

위로는 음양을 조화하고, 아래로는 서민을 어루만져 편안하게 하며, 안으로는 백성을 밝게 다스리고, 밖으로는 사방의 오랑캐를 진정(鎭定)하고 무마하는 것이니, 국가의 작록과 포상[爵賞]과 형벌이 이에 관련이 있고, 천하의 정치와 덕화, 가르침과 명령이 이로 말미암아 나오는 것이다. 전폐(殿陛) 아래에서 치도(治道)를 논하여 일인(一人 곧 군왕을 가리킴)을 돕고, 묘당(廟堂)의 위에 서서 도견(陶甄 성인의 정사(政事))을 잡아 만물을 주재하니, 그의 직임(職任)이 어찌 가볍겠는가. 국가의 치란(治亂)과 천하의 안위(安危)가 항상 이에서 비롯될 것이니, 진실로 그 사람을 가볍게 고르지 못할 것이다.
당ㆍ우(唐虞)의 고요(皐陶)ㆍ직(稷)ㆍ설(契)과, 상(商)의 이윤(伊尹)ㆍ이척(伊陟)과, 주(周)의 태전(太顚)ㆍ횡요(閎夭)ㆍ주공(周公)ㆍ소공(召公)과, 한(漢)의 소하(蕭何)ㆍ장량(張良)ㆍ진평(陳平)ㆍ주발(周勃)과, 당(唐)의 방현령(房玄齡)ㆍ두여회(杜如晦)ㆍ요숭(姚崇)ㆍ송경(宋璟)ㆍ배도(裴度)는 모두 맡은 바의 마지막까지 이루었다. 그러므로 오늘날에 이르러 당ㆍ우의 융성(隆盛)함을 법받으며, 상ㆍ주의 다스림을 미루어 받으며, 한ㆍ당의 성대함을 칭송하니, 진실로 이를 버리고 자리를 맡긴다면 반드시 기울어져 위태로움에 이를 것이다. 그러므로 후세에 비인(匪人 행위가 바르지 못한 사람)을 재상으로 삼아 나라가 뒤집히고 망하는 일이 잇달았으니, 애석함을 이길 수 없다.
재상의 일을 맡기는 데는 반드시 재상의 재목이 있으니, 그 마땅한 사람을 구하지 않으면 혹은 유약(柔弱)하여 제압되기 쉬우며, 혹은 아첨하고 간사한 자가 아첨하여 나오거나, 혹은 외척과 결탁하고, 혹은 중인(中人 환관이나 궁녀)에게 붙는다. 뭇사람이 우러러보는 지위에 거하고 치도(治道)를 논하는 직책에 처하면, 간사한 자는 권세를 부려 복록을 지으며, 벼슬을 팔고 법을 팔아 천하를 어지럽게 하며, 유약한 자는 임금의 뜻을 받들어 따르기만 하고 입을 다물어 말을 아니하여 은총만을 굳히매, 크게는 사직을 위태롭게 하고 작게는 기강을 무너뜨리니, 재상의 임무를 어찌 가벼이 주겠는가.

 

 

 

宰相之職

上則調和陰陽。下則撫安黎庶。內以平章百姓。外以鎭撫四夷。國家之爵賞刑罰所由關也。天下之政化敎令所由出也。殿陛之下。論道德而佐一人。廟堂之上。執陶甄而宰萬物。其任豈輕哉。國家之治亂天下之安危。常必由之。固不可易其人也。唐虞之皐陶,稷,契。商之伊尹,伊陟。周之太顚,閎夭,周,召。漢之蕭,張,平,勃。唐之房,杜,姚,宋,裵度。皆任得其終。故至于今法唐虞之隆。推商周之治。稱漢唐之盛。苟舍是而任之。必致傾危。故後世宰相匪人而覆亡相踵。可勝惜哉。任宰相之事。必有宰相之材。不求其人。或柔弱易制。或佞邪諂進。或結托外戚。或附麗中人。便居具瞻之地。處論道之職。姦邪者則立權作福。鬻官賣法。以亂天下。柔弱者則承意順旨。循默不言。以固恩寵。大則危社稷。小則隳紀綱。宰相之任。何可輕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