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정도전 三峯集

403)정도전 삼봉집 제13권 조선경국전 상(朝鮮經國典 上)/국본을 정함[定國本]

이름없는풀뿌리 2018. 1. 27. 07:41

국본을 정함[定國本]

 

세자(世子)는 천하 국가의 근본이다. 옛날의 선왕(先王)이 세자를 세우되 반드시 장자로써 한 것은 왕위 다툼을 막기 위한 것이고, 반드시 어진 사람으로써 한 것은 덕을 존중하기 위한 것이었으니, 천하 국가를 공적으로 생각하는 마음이 아님이 없었다.

그래도 오히려 세자의 교양이 부족하면 덕업(德業)이 진취되지 않아, 부탁한 중임을 감당하지 못할까 염려하였다. 그래서 노성한 학자와 덕행이 높은 현인을 택하여 세자의 사부(師傅)로 삼고, 단정한 사람과 정직한 선비를 세자의 요속(僚屬)으로 삼아서, 조석으로 강권(講勸)하는 것이 바른말ㆍ바른 일이 아닌 게 없도록 하였으니, 그를 훈도(薰陶 덕으로써 감화함)ㆍ함양(涵養 서서히 양성함)함이 이렇듯 지극하였다. 선왕은 세자에 대하여 다만 위(位)를 정해줄 뿐 아니라, 따라서 그를 가르침도 이와 같았던 것이다.

그러나 간혹 기술을 가진 인사를 초빙하여 한갓 사장(詞章)의 학문을 배우는 경우가 있어서, 그 배우고 익힌 것이 도리어 본심을 미혹하게 하는 도구가 되었다. 심한 경우에는 참소하고 아첨하는 무리들만을 신임하고 유희나 안일한 일만을 좋아하다가 끝내 세자의 위를 보존하지 못한 자가 많았으니, 아! 애석하다.

우리 전하는 즉위 초에 윤음(綸音)을 내리어 먼저 동궁의 위를 바루고 서연관(書筵官 왕세자를 가르치는 벼슬아치)을 설치하여, 문하좌시중(門下左侍中) 조준(趙浚)ㆍ판중추원사(判中樞院事) 남재(南在)ㆍ첨서중추원사(簽書中樞院事) 정총(鄭摠)의 학업이 세자를 강권할 만하다고 믿어서 명하여 세자의 사부와 빈객으로 삼았는데, 불민한 신 또한 이사(貳師)의 직책을 더럽히게 되었다. 신은 비록 학문이 소략하여 세자의 덕을 제대로 보필하기는 어려우나 마음속로는 항상 책임감을 잊지 않았다.

지금 우리 동궁은 뛰어난 자질과 온화한 성품으로 일찍 일어나고 늦게 자면서 부지런히 서연(書筵)에 참여하여 강론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으니, 앞으로 일취 월장하여 반드시 그 학문이 광명한 경지에 이르게 될 것이 기대된다. 세자의 위를 바루어 나라의 근본을 튼튼하게 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定國本

 

 

儲副。天下國家之本也。古之先王。立必以長者。所以絶其爭也。必以賢者。所以尙其德也。無非公天下國家之心也。尙慮敎養未至。則德業未進。無以克荷負托之重。於是。擇耆儒宿德爲之師傅。端人正士爲之僚屬。朝夕講勸。無非正言正事。則其薰陶涵養者至矣。先王之於儲副。不徒定其位。從而敎之者如此。而或有招致技術之士。徒事詞章之學。其所習者反爲喪心之具。甚者惟讒諂面諛之徒是信。嬉遊逸豫之事是好。卒無以保其位者多矣。吁可惜哉。恭惟我殿下卽位之初。首降德音。以正東宮之位。置書筵官。謂門下左侍中趙浚,判中樞院事南在,簽書中樞院事鄭揔。其學業皆可以備講勸之任。命爲師傅賓客。而臣亦以不敏。得忝貳師之職。雖其學問之疏略。不足以仰補原良之德。然其心則未嘗忘之也。今我東宮以岐嶷之資。溫文之性。夙興夜寐。每御書筵講論不怠。則日就月將。必至於光明之學。可冀也。其所以正儲位而隆邦本者。宜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