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정도전 三峯集

401)정도전 삼봉집 제13권 조선경국전 상(朝鮮經國典 上)/보위를 바룸[正寶位]

이름없는풀뿌리 2018. 1. 26. 08:25
보위를 바룸[正寶位]

 



《주역(周易)》에,
하였다. 천자(天子)는 천하의 봉공(奉貢)을 누리고, 제후(諸侯)는 경내(境內)의 봉공을 누리니, 모두 부귀가 지극한 사람들이다.
현능한 사람들은 지혜를 바치고, 호걸들은 힘을 바치며, 백성들은 분주하여 각기 맡은 역(役)에 종사하되, 오직 인군의 명령께만 복종할 뿐이다. 그것은 위(位)를 얻었기 때문이니, 큰 보배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천지는 만물에 대하여 그 생육하는 일을 동일하게 할 뿐이다. 대개 그 일원(一元)의 기(氣)가 간단없이 주류(周流)하매, 만물의 생성은 모두 그 기(氣)를 받아서, 어떤 것은 굵고, 어떤 것은 가늘고, 어떤 것은 높고, 어떤 것은 낮아서, 제각기의 형태를 지니고, 제각기의 본성을 갖게 된다. 그러므로 천지는 만물을 생성시키는 것으로 본심을 삼으니, 이른바 만물을 생성시키는 마음이 바로 천지의 큰 덕인 것이다. 인군의 위(位)는 높기로 말하면 높고, 귀하기로 말하면 귀하다. 그러나 천하는 지극히 넓고 만민은 지극히 많다. 한 번 그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아마 크게 염려할 일이 생기게 되리라.
하민(下民)은 지극히 약하지만 힘으로 위협할 수 없고, 지극히 어리석지만 지혜로써 속일 수 없는 것이다. 그들의 마음을 얻으면 복종하게 되고, 그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배반하게 된다. 그들이 배반하고 따르는 그 간격은 털끝만큼의 차이도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의 마음을 얻는다는 것은 사사로운 뜻을 품고서 구차스럽게 얻는 것이 아니요, 도를 어기어 명예를 구하는 방법으로 얻는 것도 아니다. 그 얻는 방법 역시 인(仁)일 뿐이다.
인군은 천지가 만물을 생육시키는 그 마음을 자기의 마음으로 삼아서 불인인지정(不忍人之政)을 행하여, 천하 사방 사람으로 하여금 모두 기뻐해서 인군을 마치 자기 부모처럼 우러러볼 수 있게 한다면, 오래도록 안부(安富)ㆍ존영(尊榮)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게 될 것이요, 위망(危亡)ㆍ복추(覆墜)의 환(患)을 끝내 갖지 않게 될 것이다. 인(仁)으로써 위(位)를 지킴이 어찌 마땅한 일이 아니겠는가?
주상 전하는 천리와 인심에 순응하여 보위를 신속히 바루었으니, 인(仁)은 심덕(心德)의 온전한 것이 되고 사랑은 바로 인의 발(發)임을 알았다. 그래서 자신의 마음을 바루어서 인을 체득하고, 사랑을 미루어서 인민에게 미쳤으니, 인의 체(體)가 서고, 인의 용(用)이 행해진 것이다. 아! 위(位)를 보유하여 천만세에 길이 전하여질 것을 누가 믿지 않으랴!

 

 

正寶位 




易曰。聖人之大寶曰位。天地之大德曰生。何以守位。曰仁。天子享天下之奉。諸侯享境內之奉。皆富貴之至也。賢能效其智。豪傑效其力。民庶奔走。各服其役。惟人君之命是從焉。以其得乎位也。非大寶而何。天地之於萬物。一於生育而已。蓋其一原之氣。周流無間。而萬物之生。皆受是氣以生。洪纖高下。各形其形。各性其性。故曰天地以生物爲心。所謂生物之心。卽天地之大德也。人君之位。尊則尊矣。貴則貴矣。然天下至廣也。萬民至衆也。一有不得其心。則蓋有大可慮者存焉。下民至弱也。不可以力劫之也。至愚也。不可以智欺之也。得其心則服之。不得其心則去之。去就之間。不容毫髮焉。然所謂得其心者。非以私意苟且而爲之也。非以違道干譽而致之也。亦曰仁而已矣。人君以天地生物之心爲心。行不忍人之政。使天下四境之人。皆悅而仰之若父母。則長享安富尊榮之樂。而無危亡覆墜之患矣。守位以仁。不亦宜乎。恭惟主上殿下。順天應人。驟正寶位。知仁爲心德之全。愛乃仁之所發。於是正其心以體乎仁。推其愛以及於人。仁之體立而仁之用行矣。嗚呼。保有其位。以延千萬世之傳。詎不信歟。 

 


 

[주A-001]조선경국전(朝鮮經國典) : 본서는 《주례(周禮)》 천관(天官) 대재(大宰)와 《대명률(大明律)》을 바탕으로 하여, 치전(治典)ㆍ부전(賦典)ㆍ예전(禮典)ㆍ정전(政典)ㆍ헌전(憲典)ㆍ공전(工典) 등을 대강(大綱)으로 하고, 각 전(典) 밑에 세목(細目)을 열거하여 치국의 대요와 모든 제도 및 그 운영 방침을 정함으로써 조선 법제의 기본을 이룩하게 한 것이다. 그러나 본서와 《주례》와의 관계는 정총(鄭摠)의 《조선경국전》 서문에서, 본서와 《대명률》과의 관계는 본서 헌전 총서(憲典摠序)에서 각각 밝힌 바 있지만, 대강은 물론이요, 세목 또는 그 내용에 있어서도 제일 공통된 점이 많은 원(元)나라 때의 《경세대전(經世大典)》 《元文類 卷41~42》에 대해서는 조금도 언급한 일이 없다. 이에 대해서는 이미 논문도 발표된 바 있거니와, 《日人 末松保和 朝鮮經國典私考 學叢 第1輯》 양자를 비교한 결과 우연의 일치라기보다는 참고 내지 그것을 기반으로 했을지도 모른다. 《경세대전》은 원문종(元文宗) 지순(至順) 2년(1331, 고려 충혜왕 원년)에 《당송회요(唐宋會要)》를 참작해 만든 것인데, 《당송회요》와는 체재를 달리하고 있다. 본 역에 있어서는 앞서 나온 역 《鄭芝相 同和出版公社刊 韓國思想大全集, 第6卷; 韓永愚 世界文學思想集 玄岩社》들을 참고하였고, 서술문에는 경어를 쓰지 않았다.
[주D-001]성인의 큰 보배는 …… 인(仁)이다 : 《주역》 계사하(繫辭下)에 “천지의 큰 덕은 생이요, 성인의 큰 보배는 위이니……[天地之大德曰生 聖人之大寶曰位……]”라고 되었다. 생(生)이란 즉 만물을 생육하는 것이다.
[주D-002]일원(一元) : 원문에는 일원(一原)으로 되었는데, 명(明)나라 천자 주원장(朱元璋)의 이름을 휘한 것이다. 이하 원량(元良)을 원량(原良), 원조(元朝)를 원조(原朝), 원제(元制)를 원제(原制), 개원(開元)을 개원(開原)이라 한 것도 같다.
[주D-003]도를 어기어 명예를 구하는 : 《서경(書經)》 대우모(大禹謨)에, “도를 어기어 백성의 칭찬을 구하지 말라[罔違道以干百姓之譽].” 하였다.
[주D-004]불인인지정(不忍人之政) : 《맹자(孟子)》 공손추상(公孫丑上)에 나온 말. 사람을 차마 못하는 정치란 즉 인정(仁政)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