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정도전 三峯集

402)정도전 삼봉집 제13권 조선경국전 상(朝鮮經國典 上)/국호(國號)

이름없는풀뿌리 2018. 1. 27. 07:40

국호(國號)

 

해동(海東)은 그 국호가 일정하지 않았다. 조선(朝鮮)이라고 일컬은 이가 셋이 있었으니, 단군(檀君)ㆍ기자(箕子)ㆍ위만(衛滿)이 바로 그들이다.

박씨(朴氏)ㆍ석씨(昔氏)ㆍ김씨(金氏)가 서로 이어 신라(新羅)라고 일컬었으며, 온조(溫祚)는 앞서 백제(百濟)라고 일컫고, 진훤(甄萱)은 뒤에 후백제(後百濟)라고 일컬었다. 또 고주몽(高朱蒙)은 고구려(高句麗)라고 일컫고, 궁예(弓裔)는 후고구려(後高句麗)라고 일컬었으며, 왕씨(王氏)는 궁예를 대신하여 고려(高麗)라는 국호를 그대로 사용하였다.

이들은 모두 한 지역을 몰래 차지하여 중국의 명령을 받지 않고서 스스로 명호를 세우고 서로를 침탈하였으니 비록 호칭한 것이 있다손 치더라도 무슨 취할 게 있겠는가? 단 기자만은 주무왕(周武王)의 명령을 받아 조선후(朝鮮侯)에 봉해졌다.

지금 천자(天子 명태조(明太祖)를 가리킴)가,

 

“오직 조선이란 칭호가 아름다울 뿐 아니라, 그 유래가 구원하다. 이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고 하늘을 체받아 백성을 다스리면, 후손이 길이 창성하리라.”

고 명하였는데, 아마 주무왕이 기자에게 명하던 것으로 전하에게 명한 것이리니, 이름이 이미 바르고 말이 이미 순조롭게 된 것이다.

기자는 무왕에게 홍범(洪範)을 설명하고 홍범의 뜻을 부연하여 8조(條)의 교(敎)를 지어서 국중에 실시하니, 정치와 교화가 성하게 행해지고 풍속이 지극히 아름다웠다. 그러므로 조선이란 이름이 천하 후세에 이처럼 알려지게 된 것이다.

이제 조선이라는 아름다운 국호를 그대로 사용하게 되었으니, 기자의 선정(善政) 또한 당연히 강구해야 할 것이다. 아! 명천자의 덕도 주무왕에게 부끄러울 게 없거니와, 전하의 덕 또한 어찌 기자에게 부끄러울 게 있겠는가? 장차 홍범의 학과 8조의 교가 금일에 다시 시행되는 것을 보게 되리라. 공자가,

 

 

“나는 동주(東周)인정(仁政)를 만들겠다.”

라고 하였으니, 공자가 어찌 나를 속이겠는가?

 

國號

 

海東之國。不一其號。爲朝鮮者三。曰檀君曰箕子曰衛滿。若朴氏昔氏金氏相繼稱新羅。溫祚稱百濟於前。甄萱稱百濟於後。又高朱蒙稱高句麗。弓裔稱後高麗。王氏代弓裔。仍襲高麗之號。皆竊據一隅。不受中國之命。自立名號。互相侵奪。雖有所稱。何足取哉。惟箕子受周武之命。封朝鮮侯。今天子命曰惟朝鮮之稱美。且其來遠矣。可以本其名而祖之。體天牧民。永昌後嗣。蓋以武王之命箕子者。命殿下。名旣正矣。言旣順矣。箕子陳武王以洪範。推衍其義。作八條之敎。施之國中。政化盛行。風俗至美。朝鮮之名。聞於天下後世者如此。今旣襲朝鮮之美號。則箕子之善政亦在所當講焉。嗚呼。天子之德無愧於周武。殿下之德亦豈有愧於箕子哉。將見洪範之學。八條之敎。復行於今日也。孔子曰。吾其爲東周乎。豈欺我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