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서(總序)
치전(治典)은 총재(冢宰)가 관장하는 것이다. 사도(司徒) 이하가 모두 총재의 소속이니, 교전(敎典) 이하 또한 총재의 직책인 것이다. 총재에 그 훌륭한 사람을 얻으면 6전(典)이 잘 거행되고 모든 직책이 잘 수행된다. 그러므로, ‘인주(人主)의 직책은 한 사람의 재상을 논정(論定)하는 데 있다.’ 하였으니, 바로 총재를 두고 한 말이다.
총재라는 것은 위로는 군부를 받들고 밑으로는 백관을 통솔하며 만민을 다스리는 것이니, 그 직책이 매우 큰 것이다. 또 인주의 자질에는 어리석은 자질도 있고 현명한 자질도 있으며 강력한 자질도 있고 유약한 자질도 있어서 한결같지 않으니, 총재는 인주의 아름다운 점은 순종하고 나쁜 점은 바로잡으며, 옳은 일은 받들고 옳지 않은 것은 막아서, 인주로 하여금 대중(大中)의 지경에 들게 해야 한다. 그러므로 상(相)이라 하니, 즉 보상(輔相)한다는 뜻이다.
백관은 제각기 직책이 다르고 만민은 제각기 직업이 다르니, 재상은 공평하게 해서 그들로 하여금 각기 그 적의함을 잃지 않도록 하고, 고르게 해서 그들로 하여금 각기 그 처소를 얻게 해야 한다. 그러므로 재(宰)라 하니, 즉 재제(宰制)한다는 뜻이다.
궁중의 비밀이나 빈첩들이 왕을 모시는 일, 내시들의 집무 상황, 왕이 타고 다니는 수레나 말, 의복의 장식, 그리고 왕의 먹는 음식에 이르기까지도 오직 총재만은 알아야 한다.
총재는 중신(重臣)이므로 인주가 예우를 하게 되는데, 몸소 이렇듯 자질구레한 일까지 관여한다는 것은 너무 번거로운 일이 아닐까? 그렇지 않다. 빈첩ㆍ궁녀들이나 내시들은 본래 인주의 심부름을 맡은 사람들인데, 이들이 올바르지 않으면 사특하고 아첨하게 되는 일이 일어나고, 수레와 말, 의복과 음식은 본래 인주의 일신을 봉공하는 것인데, 절제하지 않으면 사치하고 낭비하는 폐단이 생긴다.
그러므로 선왕이 법을 만들 적에 이러한 일들을 모두 총재에게 소속시켜 총재로 하여금 절제와 제한을 두게 하였으니, 그 사려가 원대한 것이다.
대저 인주는 높은 위치에 있으므로 인신이 인주를 바룬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지력(智力)으로써 버티는 것도 불가하고, 구설(口舌)로써 다투는 것도 불가하다. 오직 자신의 정성을 쌓아서 인주를 감동시켜야 하고, 자기 자신을 바루고서 인주를 바루어야 할 뿐이다.
그 많은 백관과 만민을 총재 혼자서 다스린다는 것 또한 어려운 일이다. 일일이 귀에 대고 가르치는 것도 불가한 일이고, 집집마다 찾아다니면서 깨우쳐 준다는 것도 불가한 일이다.
오직 어진 사람과 어질지 못한 사람을 구별하여 어진 사람을 등용하고 어질지 못한 사람을 관직에서 물러나게 하면 여러 가지 공적이 이루어지고 백관이 다스려질 것이며, 온당한 일과 온당치 못한 일을 살펴서 이를 구분하여 치리하면 만물이 제 자리를 얻게 되고 만민이 편안하게 될 것이다.
송(宋)나라의 위대한 유학자 진서산(眞西山)은 재상이 해야 할 일을 논하여,
“자신을 바루고서 인군을 바루며, 인재를 잘 선택하고, 일을 잘 처리하는 것이다.”
라고 하였으니, 뜻있는 말이었다. 신의 어리석은 생각으로는, ‘자신을 바루고서 인군을 바룰 것’이란 치전의 근본인 것이고, ‘인재를 잘 선택하고 일을 잘 처리하는 것’이란 치전이 그로 말미암아 행해지는 것이라고 여긴다. 그러므로 여기에 아울러 논한다.
治典
摠序
治典。冢宰所掌也。司徒以下皆冢宰之屬。則敎典以下。亦冢宰之職也。冢宰得其人。六典擧而百職修。故曰人主之職。在論一相。冢宰之謂也。上以承君父。下以統百官治萬民。厥職大矣。且人主之材。有昏明強弱之不同。順其美而匡其惡。獻其可而替其否。以納於大中之域。故曰相也。輔相之義也。百官異職。萬民異業。平之使不失其宜。均之使各得其所。故曰宰也。宰制之義也。至於宮闈之密。而嬪媵之進御。暬御之執役。輿馬服餙之玩。食飮之供。惟冢宰得知之。冢宰重臣也。人主之所禮貌也。而身親細微之事。不其宂乎。曰非也。嬪媵暬御。本以備使令也。不謹則有邪媚之惑。輿馬衣服飮食。本以奉身也。不節則有奢華侈用之費。故先王立法。擧以此屬之冢宰。而以爲之制節限量。其慮遠矣。夫以人主之尊。人臣仰而正之。難矣哉。以智力持之不可也。以口舌爭之不可也。惟積其誠而動之。正其已而格之耳。百官萬民之衆。而以一身治之。其亦難矣。提耳而敎之不可也。家喩而戶曉之不可也。惟知人之賢不肖而進退之。庶績興而百官治。審事之當否而區處之。物得其所而萬民安。宋大儒眞西山之論相業曰。正已格君。知人處事。旨哉。言也。臣愚以謂正已格君。乃治典之本。而知人處事。治典之所由行也。故於此幷論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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