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제(官制)
인군은 천공(天工 하늘의 직사(職事))을 대신하여 천민(天民)을 다스리니, 혼자의 힘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관(官)을 설치하고 직(職)을 나누어서 서울과 지방에 펼쳐 놓고, 널리 현능한 선비를 구하여 이를 담당하게 하는 것이다. 관제를 만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 전하는 즉위 초에 먼저 유신(儒臣)에게 명하여 역대의 제도를 강구 채택하고, 전조(前朝 고려)의 구법을 참작하여 관부를 세우고 관부 명칭을 제정하게 하였다.
대개 관제를 제정함에 있어서는 번거롭고 쓸데없는 것을 없애어 간소하고 꼭 필요한 것만 설치하려고 하였으나, 유신하는 때를 맞이하여 모든 것을 초창ㆍ혁신하느라고 미처 손을 댈 겨를이 없었다.
그러나 전조에서는 이미 군기감(軍器監)을 두었으며, 또 한편으로는 방어도감(防禦都監)을 두었고, 이미 선공감(繕工監)을 두었으며, 또 한편으로는 조성도감(造成都監)을 두었었는데, 지금은 모두 혁파하였다. 이른바 도감(都監)이란 것은 직무를 본감(本監)에 귀속시키어 이름과 실제가 서로 부합되게 하였다.
내승(內乘 궁중의 승여(乘輿)를 맡아보던 관청)을 혁파하여 사복시(司僕寺)에 합하고, 내주(內厨 궁중의 음식을 맡아보던 관청)를 혁파하여 사선서(司膳署)에 합친 것은 전하가 자신의 봉양을 줄이기 위한 것이었고, 내시부(內侍府)와 액정서(掖庭署)를 설치한 것은 유품(流品 잡과(雜科)에 급제하지 않고 품계를 가진 자)과 구별하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것들로 미루어 보면 전하가 관제를 개정한 아름다운 뜻을 알 수가 있다.
중앙에는 왕을 보상(輔相)하는 관부를 두어 이를 문하부(門下府)라 하였고, 회계를 담당하는 관부를 삼사(三司), 군사를 장악하는 관부를 중추원(中樞院), 문한(文翰)을 관장하는 관부를 예문(藝文)ㆍ춘추관(春秋館), 풍기를 주관하는 관부를 사헌부(司憲府)라 각각 이름하였다.
육조(六曹) 및 그 밖의 많은 관서로서 각각 그 일에 따라 거행하는 것들은 그 직임의 요점에 따라서 별도로 논하겠다.
지방에는 감사(監司)가 있어서 도관찰출척사(都觀察黜陟使)라고 하고, 수령은 목사(牧使)ㆍ도호부사(都護府使)ㆍ지관(知官)ㆍ현령(縣令)ㆍ감무(監務)라 하였다.
감사는 풍기를 바로잡는 일을 맡고, 수령은 백성을 가까이하는 관리이니, 수령이 현명하냐 않냐에 백성들의 행복과 불행이 달려 있는 것이다.
감사가 출척(黜陟 파면과 승진)의 법을 거행하매 수령들은 이로 해서 권징되는 것이요, 시종낭관(侍從郞官 6품 이상의 참상관)으로써 교대로 수령을 임용하는 것은 수령 선택을 신중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것을 관제의 끝에 붙인다.
官制
人君。代天工治天民。不可以獨力爲之也。於是。設官分職。布于中外。博求賢能之士以共之。官制之所由作也。恭惟我殿下卽位之初。首命儒臣。講採歷代之典。參以前朝之舊。建立官府。制其名稱。蓋欲省繁汰宂。以從簡要。而當維新之日。草創更始。未遑及也。然前朝旣有軍器監。又有防禦都監。旣有繕工監。又有造成都監。今皆革去。所謂都監者。以其務歸之本監。循名而責實也。革內乘倂之司僕。革內廚倂之司膳。蓋欲省自已之奉也。設內侍府掖庭署。所以別流品也。推此類觀之。殿下改正官制之美意可得也。其內而輔相者曰門下府。主會計者曰三司。本兵者曰中樞院。掌文翰者曰藝文春秋館。主風紀者曰司憲府。六曹及百司庶府。各因其事而擧者。隨其職任之要而別論之。外而監司曰都觀察黜陟使。守令曰牧都護府使,知官縣令監務。蓋監司風紀之任。而守令近民之官。守令有賢否之異。而民之休戚繫焉。監司擧黜陟之典。而守令爲之勸懲焉。以侍從郞官更迭爲之。所以重其選也。故以此附於官制之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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