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정도전 三峯集

419)정도전 삼봉집 제13권 조선경국전 상(朝鮮經國典 上)/부전(賦典) / 부세(賦稅)

이름없는풀뿌리 2018. 1. 27. 08:01

부세(賦稅)

 

《맹자》 등문공상(滕文公上)에,

 

“야인(野人)이 없으면 군자를 봉양할 수 없고, 군자가 없으면 야인을 다스릴 수가 없다.”

하였다. 그러나 옛날 성인이 부세법(賦稅法)을 만든 것은 다만 백성으로부터 수취하여 자기를 봉양하자는 것은 아니었다. 백성들이 서로 모여 살게 되면, 음식과 의복에 대한 물욕이 밖에서 공격하고 남녀에 관한 정욕은 안에서 공격하여, 동류일 경우에는 서로 다투게 되고 힘이 대등할 경우에는 싸우게 되어 서로 죽이기까지 하는 것이다.

통치자는 법을 가지고 그들을 다스려서 다투는 자와 싸우는 자를 평화롭게 해 주어야만 민생이 편안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그 일은 농사를 지으면서 병행할 수 없는 것이므로 백성은 10분의 1을 세로 바쳐서 통치자를 봉양하는 것이다. 통치자가 백성으로부터 수취하는 것이 큰 만큼, 자기를 봉양해 주는 백성에 대한 보답도 역시 중한 것이다. 후세 사람은 부세법을 만든 의의가 이러한 것을 모르고, ‘백성들이 나를 공양하는 것은 직분상 당연한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리하여 가렴주구를 자행하면서도 오히려 부족하다고 걱정하는데, 백성들이 또한 이를 본받아서 서로 일어나 다투고 싸우니 화란이 일어나게 되었다.

선왕이 법을 만든 것은 천리(天理)이지만, 후세 사람이 부세에 폐단을 일으키는 것은 인욕 때문이다. 재신(才臣)과 계리(計吏)로 부세를 다스리는 자는 마땅히 인욕을 억제하고 천리를 간직할 것을 생각해야 옳을 일이다.

우리 나라의 부세법은 조(租)는 토지에서 거두어들이고, 이른바 상요(常搖)와 잡공(雜貢)은 지방의 소출에 따라서 관부에 바치게 하고 있는데 이는 당나라의 조(租)ㆍ용(庸)ㆍ조(調)의 유의인 것이다.

전하는 오히려 부세가 너무 무거워서 우리 백성들이 곤란을 겪고 있는 것을 염려하여, 이에 유사(攸司)에게 명하여 전부(田賦)를 개정하고 상요와 잡공을 상정(詳定)하게 해서, 거의 중정(中正)의 도를 얻게 되었다.

그러나 조(租)로 말하면, 토지가 개간되어 있는가 황폐되어 있는가를 조사하면 소출의 수효를 계산할 수 있지마는, 상요와 잡공으로 말하면, 다만 관부에서 바치는 액수만을 정해 놓았을 뿐, 가호에 대해서 무슨 물건을 내는 것이 조가 되고, 인구에 대해서 무슨 물건을 내는 것이 용이라는 것을 분명히 말하지 않았다.

그래서 관리들이 이러한 약점을 이용하여 간계를 써서 함부로 수탈한 때문에 백성들은 더욱 곤궁해지고 호부들은 곳곳으로 피해서 국가의 재용은 도리어 부족해지고 있다.

전하가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만들어 놓은 부세법의 의의를 아래에서 강구하지 않으니 이는 즉 유사의 책임이다. 그러므로 무사하고 한가한 시간을 만나면 강구하여 시행해야 옳을 일이다.

 

 

 

賦稅

孟子曰。無野人。莫養君子。無君子。莫治野人。古之聖人。立賦稅之法。非徒取民以自奉。民之相聚也。飮食衣服之欲攻乎外。男女之欲攻乎內。在醜則爭之。力敵則鬪之。以至於相殘。爲人上者。執法以治之。使爭者平鬪者和。而後民生安焉。然不可耕且爲也。則民之出乎什一。以養其上。其取直也大。而上之所以報其養者亦重矣。後之人。不知立法之義。乃曰民之供我者。乃其職分之當然也。聚斂掊克。猶恐不勝。而民亦效之。起而爭奪。禍亂生焉。蓋先王所以立其法者。天理也。後世所以作其弊者。人欲也。才臣計吏之治賦稅者。當思遏人欲而存天理可也。國家賦稅之法。租則一出於田。而所謂常徭雜貢者。隨其地之所出而納之官府。蓋唐租庸調之遺意也。殿下尙慮賦稅之重。有以困吾民。爰命攸司。改正田賦。詳定常徭。雜貢。庶幾得中正之道。然租則驗其田之開荒。所出之數可稽。其常徭雜貢者。但定其官府所納之數。不分言其有戶則出某物爲調。有身則出某物爲庸。吏因緣爲姦。濫徵橫斂。而民益困。豪富之家多方規避。而用反不足。殿下愛民定賦之意。不得下究。有司之責也。幸當無事閒暇之時。講而行之可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