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운(漕運)
옛날에 천자와 제후들은 모두 기내(畿內)에서 나오는 부(賦)로써 생활하였다. 그러므로 조운으로 운반하는 거리가 멀어도 5백 리를 넘지 않았고, 가까우면 50리를 넘지 않았으니, 백성들의 힘이 피곤한 지경에 이르지 않았다.
진(秦)ㆍ한(漢) 이래로는 천하를 군현(郡縣)으로 편제하여 그 소출의 부(賦)를 모두 천자의 도읍으로 운반하게 되어 수송하는 거리가 매우 멀어지고 운송하는 곡식도 매우 많아져서 백성들의 힘이 피곤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렇게 되자 조운 문제가 시급한 과제로 등장되어 조운 제도를 자세히 강구하였으나 민력의 피곤함은 여전하였다.
우리 나라는 3면이 바다로 둘러 있고, 내륙에는 큰 강이 있으니, 조운이 이 길을 경유하면 백성들의 노력을 크게 절감시킬 수 있었다. 그런데 왜구가 들어와서 소란을 피우게 되면서 연해 지방의 주군에서는 수로를 버리고 육로를 택하게 되어 험악한 산골짜기를 거쳐야 할 뿐 아니라, 가을철에는 장마, 겨울철에는 폭설로 인부가 피곤하여 쓰러지고 우마가 넘어지는 등 백성들의 고생이 말할 수 없이 커졌다.
전하는 즉위하자 유사에게 명하여 전함(戰艦)을 수리하고 수졸(戍卒)을 늘려서 바다에서의 공격과 육지에서의 방어를 강화한 결과, 왜구는 앞으로 나아가도 약탈할 수가 없고 뒤로 물러가도 얻는 것이 없어졌다.
그리하여 왜구는 마침내 멀리 달아나 해운이 트이게 되니, 육로 수송을 하는 내륙 지방의 주군(州郡)은 아무리 멀어도 4백~5백 리만 가면 강에 닿을 수 있게 되어 백성들의 노력이 절감되고 나라의 재정이 풍족하게 되었다. 그러나 올바른 관리를 얻지 못하여 일을 처리하는 과정에 조금이라도 합리성을 잃게 된다면 폐해가 생기게 되니, 유의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漕運
古者。天子諸侯。皆享畿內之賦。故漕運之所責入。遠不過五百里。近不過五十里。民力不至於困。秦漢以來。郡縣天下。而其所出之賦。輸之天子之都。道里至遠。運粟至多。而民力困。於是。以漕運爲急務。而講求其法甚詳。而民力之困猶是也。國家三邊濱海。內有大江。漕運由之。民力可省。自倭寇作耗。沿海州郡。舍水而陸。崖險谷隘。秋潦冬雪。人夫疲頓。牛馬顚踣。民甚苦之。殿下卽位。命有司修戰艦。增戍卒。水攻陸守。倭寇進不得掠。退無所獲。於是遠遁。而海運通。陸輸州郡。遠者不過四五百里而達于江。民力省而國用裕。然吏不得人。措置之方。小失其宜。則害隨以生。不可不察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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