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내가 지은 건물을 찾아보다
(1)자화상
오랫동안 잃어버렸던 自畵像.
땡볕의 건설현장에서 화이바를 쓰고
안전화를 신고 도면을 검토하고
샵드로잉을 그리고
하도업자들과 머리를 맞대고
감독님들, 감리님들 모시고 現場을 점검하고
공사과장을 비롯한 직원들과
아침체조로 시작되던 일과는
거듭되는 회의와 현장 점검과 일정계획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던 그 자화상이
20년 만에 건물 앞에 마주하던 순간
순식간에 32배속으로 돌아가는 필름처럼 돌아가며
영하 15도의 날씨 속에 펼쳐지고 있었다.
(2)아이들
휴일에도 현장에 일이 있으면
가끔은 아이들이 따라 와 드넓은 연수원 뜰을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후면 정원의 과수원에서 살구며, 자두도 따 먹던 追憶,
그리고 고심하여 선택한
중강당의 출입문 디자인, 천정등 커버의 디자인
2층 정원의 경량토에 심어진 맥문동과 수목들
R형 복도의 부드러운 창대 라인,
강의실 출입문의 간결한 디자인,
입구 정원의 조선솔과 금송,
항상 우려했던 본관 연결부의 견고한 모습
모두 모두 건재했고
20년 전 지어지지 않고 방금 신축한 건물처럼
관리해준 관리직원들, 무엇보다
꿋꿋히 자리한 건물 자체에 눈물 나게 고마웠다.
(3)이별
이제 떠나야하는 틀에서 주는
20년 전의 空間과의 遭遇 자체가
마지막 선물이라면 참으로 高貴한 선물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이별이 있다면 필히 재회가 있겠지만
이제 가면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많은 이별이 있었지만 이렇게
재회할 수 있는 이별이 많지 않기에
지금 이 순간의 재회를 다시 이별로 하고야 마는
이 시간과 세월의 역사가 미울 따름이다.
또 다른 만남과 이별과 재회가 있겠지만
지금의 재회가 기약 없기에,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 새로운 모습으로
아름답게 자리하고 있기에 너를 자꾸 뒤돌아보게 된다.
배달9215/개천5916/단기4351/서기2018/01/25 이름 없는 풀뿌리 라강하
덧붙임)
1. 항상 오르내렸던 진입로
2. 본관과 이어진 2연수관, 그리고 준공기에 새겨진 내 이름
3. 고심했던 캐노피 디자인, 도로보다 낮은 정원의 디자인, 조선솔, 금송
4. 고심했던 중강단 출입문, 그리고 천정등 커버 아래 흡족하게 앉아 있는 사람들
5. 2층 R형 복도의 부드러운 라인을 따라 많은 연수생들이 휴식하고 있었다.
6. 2층 중정의 경량토에 심어진 나무들은 크지는 않았지만 싱싱했다.
7. 항상 염려했던 본관동과의 연결부도 견고했다.
8. 본관동
9. 40년전 공무원 연수 교육을 받았던 운동장 건너 건물
10. 식당동, 체육관 너머 보문산
11. 아이들이 뛰놀던 잔디공원, 과수원 - 장끼와 토끼가 지금도 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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