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위(宿衛)
인군은 거처가 존엄하므로 궁궐 주변에다 군막을 지어 숙위를 하고, 섬돌 아래에서 창을 들고 시위를 하며, 궁성 좌우에서 순찰을 하고 지방 군사가 당번으로 상경하여 교대로 숙직을 한다. 궁성의 숙위를 주밀하고도 신중하게 하는 것은 인군 자신을 존대하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대개 인군의 한 몸은 종묘와 사직이 의귀(依歸)하는 바이며, 자손과 신민들이 우러러 의뢰하는 바이므로 그와 관계되는 일이 매우 중대한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궁궐문을 아홉 겹으로 만들어서 궁궐 안팎을 엄숙하게 하여 드나드는 사람들을 살펴 단속하되 오직 비상을 방비하고 간특한 무리들을 막을 뿐 아니라, 또한 내알(內謁)의 무리들도 난잡하게 들어가서 인군의 귀를 흐려 놓고 조정을 어지럽히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야만 국가의 치안이 오래 지속될 수 있을 것이다.
그 숙위의 군사에 대하여는, 주나라에서는 사대부로 이를 맡게 하였고, 한나라에서는 종실들로 이를 담당하게 하였다. 이들은 대개 임금과 더불어 일상적으로 친근하게 지내는 자들이니, 견문(見聞)과 숙습(熟習)을 삼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주서(周書)》에,
“좌우 전후에 올바르지 않은 사람이 없는지라, 출입하고 기거하는 데 공경하지 아니함이 없다.”
라고 하였으니, 바로 이것을 이르는 말이다. 그렇다면 엄(嚴)과 정(正)은 숙위를 세우는 근본 뜻이 되는 것이다.
宿衛
人君居處尊嚴。周廬陛戟。左右徼巡。番上更直。致其周且愼者。非欲自爲尊大也。蓋人君一身。宗廟社稷之所依歸。子孫臣庶之所仰賴。關係甚重。故君門九重。內嚴外肅。譏訶出入。不惟備非常而弭姦慝。亦使內謁之徒。不得雜進。以誤君聽而亂朝政。其所以爲長治久安之計得矣。其宿衛之士。周以士大夫。漢以子弟爲之。蓋與人主居常親近。見聞熟習。不可不謹。周書曰。左右前後。罔匪正人。出入起居。罔有不欽。此之謂也。然則曰嚴曰正。其立宿衛之義也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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