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전(屯田)
둔전법(屯田法)이란 둔수(屯戍)에 있는 병졸로 하여금 싸우면서 농사를 짓게 하는 것이니, 즉 조운(漕運)하는 불편을 덜고 군량을 풍족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한(漢)나라 사람은 금성(金城)에, 진(晉)나라 사람은 수춘(壽春)ㆍ양양(襄陽)ㆍ형주(荊州)에 모두 둔전을 설치하여, 안으로는 식량이 축적되는 이익을 얻고, 밖으로는 외적을 수어하는 이득을 얻었으며, 이로써 이적(夷狄)을 정복하고 이로써 이웃 나라를 겸병하였던 것이니, 뚜렷한 효험을 볼 수 있다.
전조에서는 음죽둔전(陰竹屯田)을 설치하였고, 연해의 주군에도 모두 둔전을 두어서 군량을 공급하였다. 그러나 법이 오래되자 폐단이 생겨서 둔전이란 이름만 있고 실속은 없었다. 그리하여 수조(收租)할 때에는 수졸(戍卒)들이 혹은 스스로 준비하여 바치기도 하고, 혹은 꾸어다가 보태기도 하였으므로 그 고통을 견디지 못하여 도망하는 자가 많았다. 그래서 군량이 부족해졌을 뿐 아니라, 군사의 수효 또한 줄어들었으니, 그 폐단이 막대하였던 것이다.
전하는 즉위하자 의논하는 자의 말을 받아들여서, 연해 지방의 둔전을 혁파하고 음죽둔전 하나만을 남겨두었으니, 백성들의 힘이 가위 펴게 된 셈이다.
신이 생각하기에, 옛날에는 토지를 백 묘(畝)로 제정하였는데, 그 토지를 가지면 상농부(上農夫)일 경우에는 아홉 사람을 먹일 수가 있고 하농부(下農夫)일 경우에는 다섯 사람을 먹일 수가 있었던 것이니, 이제 둔전의 경작을 우선 하농부로 기준해 보면, 10인이 경작할 경우에는 50인을 먹일 수 있다. 이런 비율로 따져 올라가면 1백 명ㆍ1천 명ㆍ1만 명 등으로 그 수를 헤아릴 수 있을 것이다.
대개 토지의 이용도는 고금의 차이나 원근의 차이가 없는 것이다. 이른바 둔전법이란 어찌 옛날에는 행해질 수가 있었으나 지금에는 행해질 수가 없는 것이며, 중국에는 이로운 것이지만 그 밖의 나라에는 불리한 것일 수가 있겠는가?
다만 훌륭한 관리를 얻지 못한 까닭으로 혹은 종식(種食 곡물(糓物))을 축내어 둔수군(屯戍軍)에게 주지 않기도 하고, 혹은 친히 둔전의 일을 감시하지 않아, 밭갈이ㆍ씨뿌리기ㆍ김매기ㆍ북돋우기 등을 제때에 맞추지 못하고 제대로 힘쓰지 못하여 토지가 결국은 황폐해지고 싹이 또한 제대로 열매를 맺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폐단은 사람에게 있는 것이지, 법 자체에 있는 것은 아니다.
만약 조충국(趙充國)이 양곡(糧糓)을 계산하고 공전(公田)을 헤아리고 관개로(灌漑路)를 파고 저수지를 만든 것처럼 한다면 토지의 이용도를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고, 또는 등애(鄧艾)가 토지의 이용도를 최대로 높이고 하천을 뚫고 군량을 저축한 것처럼 하거나, 양호(羊祜)가 둔수(屯戍)와 순라(巡邏)를 줄이고 8백 경(頃)의 토지를 개간한 것처럼 하거나, 두예(杜預)가 여러 물줄기를 터서 고지대 토지에 물을 대줌으로써 공사간에 이득을 함께 보고 많은 백성들이 덕을 보게 한 것처럼 한다면 둔전의 이득이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둔전의 폐단을 개혁하고 둔전의 이득을 얻는 것은 오직 사람과 법이 병용되는 데 달려 있을 뿐이다.
屯田
屯田之法。以其兵卒之在屯戍者。且戰且耕。所以省漕運而贍軍食也。漢人之於金城。晉人之於壽春於襄陽於荊州。皆置屯田。內有蓄積之益。外有守禦之利。以之服夷狄。以之兼隣國。明效可驗。前朝置陰竹屯田。又於沿海州郡。皆有屯田。以資軍食。法久弊生。有其名而無其實。當其收也。爲戍卒者或自備而納之。或稱貸而益之。不堪其苦而逋逃者多矣。不惟軍食不繼。而兵額亦減。弊莫大焉。殿下卽位。用議者之言。革去沿海屯田。止置陰竹一所。民力可謂紓矣。臣愚以爲古者制田。百畝上農夫食九人。至下農夫食五人。屯田之耕。姑以下農爲率。則十夫之耕。可食五十人矣。等而上之。曰百曰千曰萬。其數可考也。蓋地利無古今遠近之異。所謂屯田者。豈行於古而不行於今。利於中原而不利於外國乎。第緣官不得人。或剋減種食。不與屯軍。或不親莅其役。耕播耘耔。不時不力。田卒汚萊。苖又不實。其弊在人而不在法。果如充國之計糧穀。度公田。浚溝渠。理隍陿。則大獲地利矣。如鄧艾盡地利。開河渠。積軍糧。羊祜減戍邏墾田八百頃。杜預激諸水浸原田。公私同利。衆庶賴之。則屯田之利可興矣。然則革屯田之弊。得屯田之利。其惟在於人法竝用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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