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정도전 三峯集

470)정도전 삼봉집 제14권 조선경국전 하(朝鮮經國典 下) /정전(政典) /마정(馬政)

이름없는풀뿌리 2018. 1. 28. 05:24

마정(馬政)

 

말[馬]이란 인간에 있어서 그 쓰임이 매우 중한 것이다. 무거운 짐을 지거나 먼 거리를 가야 할 때 인력으로 미칠 수 없는 경우에는 반드시 말의 힘을 빌어야만 한다. 국군(國君)의 빈부나 군려(軍旅)의 강약이 거기에 달려 있다.

성인은 괘(卦)를 설시하고 상(象)을 나타낼 적에 말이 지극히 건장하여 지상을 무한히 달리는 상을 취하였으니, 이것이 말이 최초로 경전(經典)에 보이는 것이다. 역대 이래로 모두 말을 기르는 정책을 두어서 말을 번식시켰던 것이다.

전조(고려)에서는 은천(銀川)ㆍ정주(貞州) 등에 목감(牧監)을 설치하고, 섬마다 물과 풀이 편리한 곳에 따라서 모두 목마소(牧馬所)를 두었으니, 이것은 대개 군국의 중요성이 말에 있다는 것을 알았던 것이다. 그러나 그 법에 폐단이 있어서, 목감의 명칭만 있고 목마의 실적은 없었으니, 역시 한탄스러운 일이었다.

우리 나라에서는, 위로는 천조(天朝)에 말을 바치고 아래로는 군려(軍旅)에서 말을 이용하니, 목마 정책을 강구하는 것은 진실로 오늘날의 급무인 것이다. 신이 전대의 축마(畜馬) 정책을 두루 살피건대, 주나라가 가장 잘하였다. 주나라에서 관직을 설치하고 법령을 만든 것은 그 직책을 중히 여긴 때문이요, 매년 중하(仲夏)에 거마(車馬)를 뽑은 것은 그 수효를 주밀하게 파악하기 위한 때문이었다. 《시경》 동궁지십(彤弓之什) 거공(車攻)에,

 

우리 말 이미 동일하다 / 我馬旣同

고 한 것은, 말의 힘을 가지런히 한 것을 의미한 것이고,

 

조련된 것이 모두 법칙에 맞도다 / 閑之維則

고 한 것은, 말을 가르치는 데 있어서 요소가 있는 것을 의미한 것이고,

 

 

언덕으로 내려오기도 하고 / 或降于阿

못에서 물을 마시기도 하네 / 或飮于池

라고 한 것은, 말을 기르는 데 있어서 그 성품을 따른 것을 의미한 것이고,

 

마음 가짐이 성실할 뿐 아니라 / 秉心塞淵

암말이 3천 필이네 / 騋牝三千

라고 한 것은, 말의 번식은 마음 가짐이 성실하고 깊은 데서 연유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신은 《역경》에서의 상(象)을 나타내는 것과 《시경》 소아(小雅)의 격언을 취하여 마정편(馬政篇)을 짓는다.

 

 

馬政

馬之於人。其用重矣。負重致遠。人力有所不及。必惟馬焉是資。國君之貧富。軍旅之強弱繫焉。聖人設卦著象。取其至健而行地無疆。此馬之始見於經也。歷代以來。皆有馬政。以蕃以息。前朝置銀川貞州等牧監。每於海島。隨其水草之便皆有牧馬之所。蓋亦知軍國之重在於馬也。及其法弊。有牧監之名。無牧馬之實。亦可歎也。國家上則貢之天朝。下則用之軍旅。皆以馬。其講馬政。誠今曰之急務也。臣歷觀往代畜馬之政。惟周人爲善爲之。立官制命。重其職也。每歲仲夏。撰車馬。周其數也。其詩曰。我馬旣同。齊其力也。閑之維則。敎之有其素也。或降于阿。或飮于池。養之順其性也。秉心塞淵。騋牝三千。推馬之蕃息。以本操心之誠實而淵深也。臣取大易之著象詩雅之格言。作馬政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