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정도전 三峯集

474)정도전 삼봉집 제14권 조선경국전 하(朝鮮經國典 下) /정전(政典) /전렵(畋獵)

이름없는풀뿌리 2018. 1. 28. 05:27

전렵(畋獵)

 

병(兵)이란 흉한 일이니, 공연히 설치해서는 안 되는 것이고, 또 성인이 부득이해서 마련한 것이니, 연마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주례》에서는 대사도(大司徒)가 봄 사냥ㆍ여름 사냥ㆍ가을 사냥ㆍ겨울 사냥을 함으로써 무사(武事)를 연마하였다.

그러나 사냥이란 더러 농사를 방해하고 백성을 해치는 폐단이 있게 되는 것이므로 모두 농한기에 실시하는 것이다. 또 사냥이란 것은 안일한 놀이에 가까운 일이고, 짐승을 잡는 일은 자신을 봉양하기 위함이라는 혐의를 받기 알맞는 것이다.

그래서 성인은 이러한 점을 염려하여 사냥하는 법을 만들었으니, 하나는 짐승 중에서 백성들의 곡식을 해치는 것만을 잡게 하는 것이고, 하나는 잡은 짐승을 바쳐서 제사를 받들게 한 것이었다. 이것은 모두 종사(宗社)와 생령(生靈)을 위한 계책이었으니, 그 뜻이 이렇듯 깊었다.

주선왕(周宣王)은 사냥을 인하여 병거와 보졸을 뽑아서 주나라의 중흥의 업을 이루었고, 하태강(夏太康)은 낙수(洛水) 주변에서 사냥하다가 친척들이 원망하고 백성들이 이반하여 끝내는 왕위를 잃게 되었던 것이다.

대개 사냥의 일은 한가지로되, 그들 마음에는 천리와 인욕의 나뉨이 있어서 치란과 존망이 각각 그 마음가짐에 따라서 나타났던 것이다. 이른바 터럭끝만한 차이가 천리의 어긋남을 가져온다는 것이 바로 이것이니 후세의 인주들은 어찌 취사하는 기틀을 살피지 않을 수 있겠는가?

 

 

畋獵

兵者凶事。不可空設。又非聖人之得已。不可不講。故周禮大司徒。春蒐夏苖秋獮冬狩。以講武事。然其弊或至於妨農害民。故皆於農隙習之。且畋獵近於逸遊。從禽嫌於自奉。於是聖人慮之作蒐狩之法。一則曰除禽獸之害民穀者。一則曰獻禽以供祭祀。無非爲宗社生靈計也。其意深哉。宣王因畋獵而選車徒。以成周家中興之業。太康畋于有洛之表。而親怨民離。以失其位。蓋其事一也。而其心有天理人欲之分。而治亂存亡。各以類應。所謂毫釐之差。千里之謬者也。後之人主。可不察其取捨之幾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