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정도전 三峯集

476)정도전 삼봉집 제14권 조선경국전 하(朝鮮經國典 下) /헌전(憲典) /명례(名例)

이름없는풀뿌리 2018. 1. 28. 05:29

명례(名例)

 

일은 반드시 명분을 바룬 다음에야 이루어지고, 죄명은 반드시 체례(體例)가 있은 다음에야 정해진다. 이러므로 옛날 법률을 제정하는 사람은 반드시 명례로써 우선을 삼았던 것이다.

명례에는 이른바 오형(五刑)이라는 것이 있으니, 태(笞)ㆍ장(杖)ㆍ도(徒)ㆍ유(流)ㆍ사(死)가 그것이다. 이것은 옛날의 육형(肉刑)은 아니나 대벽(大辟 사형(死刑))만은 동일하다. 죄의 경중에 따라서 법을 달리하는 것이다.

또 이른바 오복(五服)이라는 것이 있으니, 참최(斬衰)ㆍ주년(周年)ㆍ대공(大功)ㆍ소공(小功)ㆍ시마(緦麻)가 그것이다. 부모로부터 시작하여 위로는 고조에 이르고 아래로는 현손에 이르며 옆으로는 족속에 미친다. 친속의 원근에 따라서 복의 경중이 다르니, 이것은 모두 친속을 친애하는 정을 맺기 위한 것이다. 복이 중하면 예가 엄격하고 정이 친하면 은혜가 후중하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법을 제정하는 자는, 예를 거스른 죄일 경우에는 중하게 다스리고, 인정에서 일어난 죄일 경우에는 관대하게 처리하니, 이것은 모두 인간의 기강을 중히 여기기 위한 것이다.

또 이른바 십악(十惡)이라는 것이 있으니, 모반(謀反)ㆍ모대역(謀大逆)ㆍ모반(謀叛)ㆍ대불경(大不敬)은 군신의 분수를 존중하기 위한 것이고, 악역(惡逆)ㆍ불효(不孝)ㆍ불목(不睦)은 친속을 친하게 하는 은혜를 존중하기 위한 것이고, 부도(不道)는 사람의 생명을 존중하기 위한 것이고, 불의(不義)와 내란(內亂)은 관민(官民)ㆍ사우(師友)의 의리와 부부ㆍ남녀의 구별을 존중하기 위한 것이다. 이상 열 가지는 다 인도(人道)의 큰 윤리이니, 만약 이것을 범한 사람이 있으면 대악(大惡)이라고 불러서 왕법에 의해 반드시 주륙해야 하는 것이다.

또 이른바 팔의(八議)라는 것이 있으니, 의친(議親)ㆍ의고(議故)ㆍ의공(議功)ㆍ의현(議賢)ㆍ의능(議能)ㆍ의근(議勤)ㆍ의귀(議貴)ㆍ의빈(議賓)이 그것이다. 은혜를 가지고 죄를 논할 경우도 있고 의리를 가지고 죄를 논할 경우도 있다. 그러므로 법이 비록 중하더라도 인정으로 다룰 경우에는 가볍게 처리해야 하니, 이것은 충후(忠厚)의 지극함이다.

그 밖에 명례가 비록 많으나 모두 은혜ㆍ의리ㆍ인정ㆍ법률로써 경중을 참작하여 그 중도를 취한 것이니, 이것이 대개 법을 사용하는 권형(權衡)인 것이다.

 

[주1]태(笞)ㆍ장(杖)ㆍ도(徒)ㆍ유(流)ㆍ사(死) : 태(笞)는 매로 볼기를 치는 것, 장(杖)은 곤장을 치는 것, 도(徒)는 일정한 기간 노역을 시키는 것, 유(流)는 먼 지방으로 유배 보내는 것, 사(死)는 사형(死刑).

[주2]육형(肉刑) : 육체에 상처를 내는 형벌로서 즉 경(鯨 : 자자(刺字)하는 형벌)ㆍ의(劓 : 코 베는 형벌)ㆍ비(剕 : 발꿈치 베는 형벌)ㆍ궁(宮 : 거세하는 형벌).

[주3]모반(謀反) …… 내란(內亂) : 모반(謀反)은 사직(社稷)을 위태롭게 한 죄, 모대역(謀大逆)은 종묘(宗廟)ㆍ산릉(山陵) 등을 훼손한 죄, 모반(謀叛)은 본조(本朝)를 배반한 죄, 대불경(大不敬)은 왕실에 불경한 죄, 악역(惡逆)은 부모와 조부모 등을 구타하거나 죽인 죄, 불효(不孝)는 부모에게 불효한 죄, 불목(不睦)은 일가간에 화목하지 않은 죄, 부도(不道)는 무죄한 1가(家) 3인을 죽인 죄, 불의(不義)는 소속 상관을 죽인 죄, 내란(內亂)은 지친간에 간음한 죄.

 

 

名例

事必正名然後成。名必有例然後定。此古制律者必以名例爲之先者也。名例。有所謂五刑。曰笞杖徒流死。此非古之肉刑。而大辟則同焉。隨其罪之輕重而異法也。有所謂五服。曰斬衰曰周年曰大小功緦麻。自父母上而至於高祖。下而至於玄孫。旁及族屬。由其親之有遠近而其服有重輕。無非所以聯親親之情也。服重則禮嚴。情親則恩厚。故制法者。悖禮則從重論。原情則從恕論。無非所以重人紀也。有所謂十惡。曰謀反謀大逆謀叛大不敬。所以重君臣之分也。曰惡逆不孝不睦。所以重親親之恩也。曰不道。所以重人命也。曰不義內亂。所以重官民師友之義。夫婦男女之別也。是十者皆人道之大倫。苟有犯者。謂之大惡。而王法所必誅者也。有所謂八議。曰議親議故議功議賢議能議勤議貴議賓。有以恩而論者。有以義而論者。故其法雖重。而情則從輕。忠厚之至也。其他名例雖多。皆以恩義情法。斟酌輕重而取其中焉。蓋用法之權衡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