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정도전 三峯集

475)정도전 삼봉집 제14권 조선경국전 하(朝鮮經國典 下) /헌전(憲典) /총서(總序)

이름없는풀뿌리 2018. 1. 28. 05:28

총서(總序)

 

천지는 만물에 대하여 봄에 생육시키고 가을에 살육시키며, 성인은 만민에 대하여 인(仁)으로써 사랑하고 형(刑)으로써 위엄을 보인다. 대개 살육하는 것은 그 근본을 회복시키기 위한 것이고, 위엄 보이는 것은 그 생존을 보전시키기 위한 것이다.

가을은 천지에 있어서 의기(義氣)가 되는데, 형조(刑曹)를 추관(秋官)이라고 하니, 그 작용이 동일한 것이다. 그러나 천지의 도는 마음이 없이도 변화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운행하는 데 어긋남이 없거니와, 성인의 법은 사람에 의해서 한 뒤에 시행되기 때문에 반드시 공경하고 애휼하는 인(仁)과 밝고 신중한 마음을 다한 뒤에야 시행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적당한 사람을 얻지 못하면 말류(末流)의 폐단은 필시 잔인한 포악과 참담한 재화를 가져오게 될 것이니, 백성이 그 피해를 입게 될 뿐 아니라, 마침내는 반드시 원한이 하늘에 미쳐서 음양의 화기(和氣)를 상우고 수재와 한재 등을 초래할 것이매, 나라가 따라서 위태롭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성인이 형(刑)을 만든 것은 형에만 의지하여 정치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오직 형으로써 정치를 보좌할 뿐인 것이다. 즉 형벌을 씀으로써 형벌을 쓰지 않게 하고, 형벌로 다스리되 형벌이 없어지기를 기하는 것이다. 만약 우리의 정치가 이미 이루어지게 된다면 형은 방치되어 쓰이지 않게 될 것이다.

그런 까닭에 고요(皐陶)는 순(舜)임금의 덕을 이렇게 칭송하였다.

 

 

“살리기를 좋아하는 덕이 민심에 흡족한지라, 이에 주무관에게 죄를 범하지 아니합니다.”

아, 위대한 말이로다!

지금 우리 전하는 인(仁)을 베풂이 하늘처럼 넓고, 명철한 판단이 신과 같으며, 살리기를 좋아하는 덕이 상제와 맞먹는다. 무릇 법을 범하여 유사(有司)가 그 죄를 따지게 될 경우에, 만약 죄를 주기에 의심스러운 점이 있으면 매양 가엾게 여기어 관대한 처벌을 내리고 죄를 용서해 주어 새사람이 되게 할 기회를 주는 일이 많았다.

또 어리석은 백성이 법을 잘 모르고 금법을 어기는 일이 있을까 염려해서 주무 관청에 명하여 《대명률(大明律)》(명나라의 형률(刑律))을 방언으로 번역케 해서 대중으로 하여금 쉽게 깨우치게 하였고, 무릇 처단과 판결에 있어서는 모두 이 법률에 의거하였으니, 위로는 황제의 규범을 받들고 아래로는 백성의 생명을 존중하기 위한 것이다. 백성들이 금법을 알아서 법을 범하지 않을 것이매, 형은 방치되어 쓰이지 않게 될 날을 볼 것이다. 신은 성심(聖心)을 우러러 몸받아 감히 어질고 밝은 덕으로써 형을 적용하는 근본을 삼으면서 헌전의 총서를 짓는다.

 

 

憲典

 

 

摠序

天地之於萬物。生之以春。肅之以秋。聖人之於萬民。愛之以仁。威之以刑。蓋其肅之也。所以復其原也。其威之也。所以竝其生也。秋在天地爲義氣。而刑爲秋官。其用一也。然天地之道。無心而化成。故運行而不差。聖人之法。待人而後行。故必致欽恤之仁。明愼之心。然後可行也。苟不得人。末流之弊。必至於殘忍之暴。慘刻之禍。非徒民受其害。終必怨歸於上。傷陰陽之和。召水旱之災。而國隨以危矣。故聖人之制刑也。非欲恃此以爲治。惟以輔治而已。辟以止辟。刑期無刑。苟吾治之已成。則刑可措而不用矣。故皐陶稱舜之德曰。好生之德。洽于民心。玆用不犯于有司。嗚呼大哉。今我殿下仁覆如天。明斷如神。好生之德。合乎上帝。凡有犯法。爲有司所論執者。苟有可疑。每加矜恤。務從寬典。多所原免。俾以自新。又慮愚民無知觸禁。爰命攸司將大明律譯以方言。使衆易曉。凡所斷決。皆用此律。所以上奉帝範。下重民命也。將見斯民知禁而不犯。刑措而不用矣。臣仰體聖心。敢以仁明之德。爲用刑之本。作憲典摠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