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정치·시담록

[김정은, 환영할 수 없는자] / 데일리안

이름없는풀뿌리 2018. 12. 12. 12:25


[김정은, 환영할 수 없는자①] 전쟁으로 죽어간 희생자들 약 260만명
6.25전쟁 국군·유엔군 피해자 77만명, 민간인 피해자 99만명
北김정은 지금도 불법남침책임 부정…“온 사회 주체사상화” 최종목표 여전



등록 : 2018-12-11 04:00
이배운 기자(karmilo18@naver.com)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답방을 앞두고 한국에 때 아닌 '김정은 바람'이 불고 있다. 서울시민환영단·백두칭송위원회 등 환영 단체가 우후죽순 등장했고, 급기야 광화문 광장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위인이다"는 외침이 울렸다. 김정은의 서울 답방은 한반도 비핵화 측면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북한 김씨 일가의 손에 묻은 희생자들의 피는 씻을 수 없을 정도로 짙으며, 김정은은 그에 따른 사죄는커녕 오히려 남한에 책임을 지우는 적반하장의 태도를 취하고 있다. 왜 김정은이 환영 받을 수 없으며, 또 그래야만 하는지 김씨 일가에 의해 희생당한 이들을 헤아려봤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김정은, 환영할 수 없는자①] 전쟁으로 죽어간 희생자들
[김정은, 환영할 수 없는자②] 테러로 죽어간 희생자들
[김정은, 환영할 수 없는자③] 숙청으로 죽어간 희생자들
[김정은, 환영할 수 없는자④] 앞으로 죽어갈 희생자들

▲ 서울 용산동 전쟁기념관 호국추모실에 전시된 ‘전사자 명부’ ⓒ전쟁기념관

서울 전쟁기념관의 내부전시는 '호국추모실'에서 시작된다. 복도의 벽과 천장을 따라 가득 채운 별빛들은 호국영령들의 얼과 용기를 의미하며 복도 중앙에는 백과사전만큼 두꺼운 '전사자 명부'가 놓여 있다.  

통로를 들어가면 '창조'라는 제목의 거대한 조형물과 더불어 전사자들의 이름 하나하나를 되짚는 영상 작품이 눈에 띈다. 무미건조한 검은 바탕에 주변에서 흔히 들어볼 법한 이름들이 1초에 한명씩 빠르게 지나갈 뿐이지만 이름 하나하나가 지닌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한반도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6.25의 주범이 김일성 전 북한 주석임은 명백한 교과서적 사실이다. 전 한반도의 공산화를 꾀한 김일성은 1950년 6월 25일 새벽에 '폭풍'이라는 작전명의 전면적인 남한 침공을 개시했다.  

국가기록원 통계에 따르면 6.25로 한국군·유엔군의 총 17만8569명이 전사했다. 이어 부상자는 55만5022명에 달하고 4만2769명이 실종되거나 포로로 잡혀갔다. 총합 77만6360명이 전쟁으로 큰 피해를 입은 것이다.  

당시 전사자들의 평균 신장이 165cm이고 이들의 시신을 일렬로 나열했다고 가정하면 그 길이는 총 295km에 달한다. 지난달 한 시민단체 '위인맞이환영단'이 "나는 공산당이 좋아요"를 외쳤던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경상남도청까지 닿는 길이다. 전사자들의 이름을 1초에 하나씩만 살펴도 총 49시간 36분이 소요된다.  

민간인 피해는 더 참혹하다. 국가기록원 통계에 따르면 전쟁 중 민간인 피해는 사망자 24만4663명, 피학살자 12만8936명, 부상자 22만9625명, 피랍자 8만4532명, 행방불명 30만3312명으로 총 99만명이 삶의 파괴를 겪은 것으로 집계됐다. 현재 광주시 시민(36만명)이 전원 사망하거나, 용인시 시민(103만)이 소수를 제외하고 모두 죽거나 다치는 셈이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7월 27일 전승절 65주년을 맞아 중국인민지원군 묘지를 참배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김일성의 명령으로 전장에 나온 북한군 피해도 뺄 수 없는 문제다. 통계 생산자에 따라 차이는 다소 있지만 미군측의 자료에 따르면 북한군은 전쟁으로 약 52만명이 사망하고 10만명의 실종자·포로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아울러 중공군 인명피해는 사망 약 15만명에 부상 8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이토록 무거운 전쟁범죄의 책임을 지고 있는 현 북한 최고지도자인 김정은과 북한 당국은 6.25에 대한 사죄를 거부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사죄할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는 것이다. 북한 당국은 한국전쟁을 '조국해방전쟁'으로 부르며 정전협정이 체결된 7월 27일을 '전승절'로 제정해 매년 성대한 기념식까지 벌이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7월 27일 '조국해방전쟁참전 열사묘지'를 찾아 참배하고 "참전열사들의 불굴의 투쟁정신과 영웅적 위훈은 조국청사에 길이 빛날 것"이라며 인민군 병사들을 추모했다. 또 '중국인민군 열사능원'을 찾아 화환을 전달하고, 6.25에서 전사한 마오쩌둥의 장남 마오안잉 묘를 찾아 추모하고 묵상했다. 

▲ 북한 주민들이 전승절을 맞아 반미운동을 펼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북한 노동당의 입 '노동신문'은 지난해 6월 25일 특별 사설을 통해 "조선전쟁(6.25)은 미제가 우리 공화국을 압살하고 세계지배 야망을 실현할 목적 밑에 도발한 범죄적인 침략 전쟁이었다"고 주장했다.  

또 2016년에는 "우리 군대와 인민은 아무리 세월이 흐르고 산천이 변했어도, 미제가 전쟁의 불집을 터뜨린 날을 절대로 잊지않고 있다"며 "미 제국주의자들과 이승만 괴뢰도당은 끝끝내 한반도의 평화를 깨뜨리고 불의의 무력침공을 감행했다"고 사죄는커녕 사실을 왜곡하는 보도를 내놨다.  

아울러 북한에서 헌법보다도 상위에 있는 '조선노동당규약'은 6.25전쟁 이후로 지금까지 당의 최종목적을 "온 사회를 주체사상화해 인민대중의 자주성을 완전히 실현한다"고 명시하며 적화통일 노선을 견지하고 있다. 이는 최고지도자인 김정은의 의지 없이는 수정이 불가능하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방한해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방문해 참배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일각에서는 김정은이 서울에 방문할 경우 현충원에 참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김정은이 6.25전쟁 호국영웅이 묻힌 현충원에 참배하는 것은 북한 당국의 역사관을 전면 부정하는 것과 다름없는 만큼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한편 우리 정부는 남북관계 급랭사태를 우려해 6.25의 책임을 묻는데 매우 조심스러운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일본에는 관계악화를 불사하고 연일 과거사 사죄를 촉구하는 한편, 북한에 책임의 '책'자도 꺼내지 않는 것은 당면한 정치적 이해에 따라 이중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주재우 경희대 교수는 "북한의 사죄 없이 남북화해 및 종전선언이 이뤄지는 것은 현 정권의 이념적 편향성에 대한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북한의 한국전쟁 책임 요구를 현 정부가 회피한다면 미래에 친일파보다 더 혹독한 비판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한미 정상 모두 눈앞의 외교적 성과를 도출하는데 급급하고 있다"며 "현 남북화해 과정에서 명백한 전쟁 가해자인 북한의 사과를 받아내지 못하면 영원한 역사의 숙제로 남을 것"이라고 꼬집었다.[데일리안 = 이배운 기자]




[김정은, 환영할 수 없는자②] 테러로 죽어간 희생자들…총 3094회
1950~2016년간 국지도발 1117회 · 침투1977회
민간인·해외영토 가리지 않는 잔혹 테러…공식사과 ‘無’
판문점·평양선언 이후에도 ‘테러’는 계속

   

등록 : 2018-12-12 05:00
이배운 기자(karmilo18@naver.com)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조선중앙통신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격언이 있다. 한반도 미래가 중대한 기로에 서있는 시점에서 이 격언은 의미가 더욱 각별하게 다가온다. 북한은 6.25전쟁 발발 이전부터 한국 사회의 혼란 극대화 및 붕괴를 목표로 도발을 수차례 감행해왔다. ‘2016 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은 1950년부터 2016년 11월 30일까지 총 1977회의 침투를 시도했고 1117회의 국지도발을 벌였다.  

북한은 때때로 군사적 지역이 아닌 사회 일상의 영역에 침투해 민간인들을 타깃으로 한 잔혹한 테러도 서슴지 않았다. 테러 장소는 국내와 해외를 가리지 않았고 무고한 희생자들의 상처는 여전히 치유되지 않은 채 남아있다.  

▲ 지난해 8월 정세균 전 국회의장 등 국회 대표단이 미얀마 아웅산 국립묘지에 들러 대한민국 순국사절 추모비에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1967년 1월 19일, 북한군은 강원도 동쪽 해상에서 우리 어선을 보호하던 대한민국 해군 초계호위함에 해안포를 발사했다. 이 공격으로 우리 함선은 침몰했고 승조원 79명 중 39명이 사망했다. 사건 직후에도 북한 해군은 우리어선 납북을 수차례 감행했고 한 어선에 200발 이상의 포탄을 발사해 침몰시키기도 했다.  

1983년 10월 9일, 북한은 미얀마의 수도 양곤에 위치한 아웅산 묘소에 공작원을 파견해 전두환 전 대통령을 겨냥한 폭파 암살을 시도했다. 전 대통령은 우연히 사건 현장에 없어 화를 면했지만 한국의 외교사절단과 취재기자 등 17명이 숨졌고, 14명이 중경상을 입는 큰 피해를 입었다. 아울러 현장에 있던 미얀마 정부 관계자 4명이 폭발에 사망했고 3명은 북측 공작원들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순직했다.  

1986년 9월 14일에는 북한으로부터 500만달러를 받은 이슬람 테러조직이 김포국제공항에서 폭탄테러를 감행했다. 이 테러로 일가족 4명과 공항관리공단 직원 1명 등 총 5명이 숨지고, 33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1987년 11월 29일에는 바그다드에서 서울로 향하던 대한항공 비행기가 김현희 등 북한 공작원 2명에 의해 폭파해 탑승자 115명이 전원 사망했다. 이들 사건은 1988서울 올림픽의 유치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가했다.

▲ 지난 2월 천안함 폭침사태 유족들이 경기도 파주시 통일대교 남단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방남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김대중 전 대통령 정부의 ‘햇볕정책’으로 남북관계에 새로운 봄바람이 불 때도 북한의 도발은 계속 됐다. 1999년 6월 15일 서해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북한 해군의 선제도발로 ‘제 1차 연평해전’이 발발했고 우리 해군 7명이 부상당했다.  

이어 2002년 6월 29일 연평도 부근 NLL 일대에서 북한 해군 경비정의 선제 포격도발로 ‘제 2차 연평해전’이 발발했고 우리 해군 6명 전사, 18명이 부상당하는 피해를 입었다.

또 2008년 7월 11일, 북한으로 금강산 관광을 간 우리 국민 박왕자씨가 호텔 밖 해안가를 산책하다가 조선인민군 육군 초병이 등 뒤에서 쏜 총탄에 의해 사망했고, 2010년 3월 26일에는 백령도 근처 해상에서 대한민국 해군의 초계함 천안함이 폭침 당해해 해군 장병 46명이 사망했다.  

같은 해 11월 23일에는 북한이 연평도에 포격을 가해 해병대 전사자 2명. 군인 중경상 16명, 민간인 사망자 2명, 민간인 중경상 3명등의 큰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 2016년 11월 북한 당국이 연평도 포격전 6년을 맞아 승전을 기념하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조선의오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북한은 핵 초토화로 전 세계를 위협하고 외국 영토에서의 암살 등을 포함한 국제적인 테러리즘을 지원하는 행동을 되풀이 해왔다”며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했다.  

이에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미국이 우리에게 테러의 모자를 씌우든 말든 개의치 않는다”며 “이런 날강도 깡패무리와는 언제든, 어떤 식으로든 톡톡히 계산해야 한다는 의지를 더욱 굳히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이같은 태도에서 알 수 있듯이 북한은 일부 대남 테러·도발행위의 주체임을 간접적으로 인정은 하면서도 공식적인 사과를 내놓은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4월 천안함 폭침 사태에 대해 “남조선 보수패당이 조작해낸 치졸한 모략극”이라고 주장했고, 지난해 11월에는 “연평도 포사격전의 통쾌한 승리는 위대한 최고사령관을 높이 모신 인민군의 불패 기상을 과시한 일대 사변”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외에도 북한은 국내에서 과거사에 대한 사죄를 받아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질 때마다 '관계개선 분위기를 해치는 행동을 하지 말라'며 논의들이 공론화 되는 것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기에 바빴다.  

▲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지난 9월 평양정상회담 일정 중 의장대를 사열하고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한편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을 계기로 남북화해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한 지금도 북한의 대남 테러행위는 계속되고 있다. 북한의 화해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지난달 22일 비공개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이 계속해서 국제적으로 해킹을 하는 것은 확실하고,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 정부가 박차를 가하고 있는 ‘4차산업혁명 국가’에서 해킹 등 사이버테러 행위는 폭탄과는 비교도 안 되는 위협이 될 수 있다. 남북은 지난 9월 군사합의를 통해 일체 적대행위를 금지하기로 합의했지만 지상·해상·공중·우주에 이어 ‘제 5전장’으로 꼽히는 ‘사이버공간’에서의 적대적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이 부재된 틈을 노리는 것이다.

이처럼 북한의 도발과 테러로 우리 국민이 피해를 입은 역사는 1만년전, 1000년전에 종결된 것이 아니라 바로 오늘까지 계속되고 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명언이 더욱 무겁게 느껴지는 이유다.  

북한의 죄악은 세월과 화해만으로 결코 치유될 수 없다. 모든 적대행위의 최종 결정권을 쥐고 있던 ‘북한 최고지도자’의 진정성 있는 사과만이 상처를 회복하고 재발을 방지하는 길이다. 남북이 평화·번영의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가슴 아픈 비극의 역사를 직시하고 끝매듭을 지어야 한다. 그 격언대로, 역사를 잊고 전진하려는 한민족에게 나아갈 미래는 없다.[데일리안 = 이배운 기자]  
               
[김정은, 환영할 수 없는자③] 숙청의 희생자들…421명 이상
북한전략센터 “이름·직책 확인된 사례만 추려…실제로는 더 많을 것”
‘공포정치’ 딜레마에 갇힌 김정은…피의질주 중단 가능성 ‘미지수’
       

▲ 2013년 12월 13일자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실린 장성택 재판 현장. ⓒ노동신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오늘 밤에도 잠자리를 뒤척일 가능성이 높다. 아침에 충성을 맹세한 부하가 내일 새벽에 총부리를 겨누지는 않을까 늘 근심걱정에 시달리는 탓이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집권 전에는 비교적 날씬한 체형이있던 김정은이 집권 이후에 급격하게 살이 찐 것은 반란에 대한 스트레스가 누적된 탓이라는 분석을 제기하기도 했다.

김정은은 사회주의 국가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3대 세습 독재자로 태생적으로 정통성이 취약하다. 비교적 안정적인 승계절차를 거쳤던 아버지 김정일과 달리 권력이양이 급격하게 이뤄졌고 후계자 교육기간도 짧았다. 김정일 사후에 북한 내부붕괴론이 불거졌던 이유다.

김정은은 취약한 정통성을 극복하고 강건한 통치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역사속의 독재자, 그리고 아버지의 권력 유지 방법인 ‘공포정치’를 그대로 답습했다. 집권하자마자 잠재적인 도전 요인을 가차 없이 처단하고, 권력 엘리트를 신진 세력으로 재구성했다.

공포의 효과를 배가하기 위해 잔인한 처형 방식을 사용했고, 때로는 친인척 처단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복형 김정남이 맹독성 화학물질에 암살당하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누군가의 증언에 그쳤던 잔혹함을 온 국제사회가 직시하게 됐다.  

▲ 지난해 2월 한 말레이시아 시민이 일간 뉴스트레이츠타임스 1면에 실린 김정남의 피살 직후 모습이 담긴 신문을 읽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사회 특유의 폐쇄성 때문에 김정은이 ‘자기 사람’을 얼마나 죽였는지 완벽하게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다만 탈북민 출신 학자인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는 김정은 집권이후 고위층 인사만 최소 421명이 처형당했다고 추산했다.  

강철환 대표는 “고위탈북자 14명의 서면·심층인터뷰, 중국 현지 관계자 7명의 정보, 북한 처형장에서 일했던 탈북자의 정보, 이외 탈북자 3명의 목격을 취합한 것”이라며 “이들 25명이 알고 있는 사례에 국한되고 이름·직책이 확인된 것만 추린 만큼 실제 희생자 수는 이보다 더 많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장성택 처형 당시만 해도 북한 당국 내 조직 하나가 통째로 날아갔다”며 “카운팅 방식에 따라 처형된 사람만 300명 이상이고 숙청자만 수만명에 달할 수 있지만 이름과 직책이 확인되지 않았으니 포함시키지 않은 것”이라고 부연했다.

또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2016년 말에 펴낸 ‘김정은 집권 5년 실정 백서’에서 김정은 집권 5년간 총살·숙청된 인원이 340명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백서에 따르면 숙청 인원은 해마다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으며 2016년 한 해 동안만 고위간부와 일반 주민을 포함해 140여명을 처형한 것으로 조사됐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조선중앙통신

공포정치의 역설은 피지배자들이 공포를 느끼는 만큼 지배자 또한 공포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공포정치는 일단 한번 시작하면 멈출 수 없다. 피지배자들을 옭아매는 ‘공포심’이 조금이라도 약화되는 순간 불만세력이 반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오늘밤에도 김정은이 잠을 설치게 되는 이유다. 

시간이 지나면 공포심도 흐려지기 마련이다. 즉 공포정치는 주기적으로 피를 뿌려야만 그 효과를 유지할 수 있다. 따라서 김정은이 권력을 포기하거나 통치체제를 개혁하지 않는 이상, 피와 공포의 행진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하지만 역사가 말해주듯이 공포는 영원할 수 없다. 고려시대 광종은 왕권강화를 위해 무자비한 숙청을 단행했고, 조선시대 연산군은 간언하는 신하들을 족족 베어내 절대왕권을 구축했다. 프랑스 대혁명 이후 로베스피에르는 수많은 민중과 의원들을 단두대로 밀어 넣었고, 소련의 스탈린은 대숙청을 통해 강철의 권력을 구축했다.  

이들의 말로는 대부분 비극이었고, 학살의 후폭풍으로 오히려 민족의 미래를 짓밟았다는 역사의 심판을 면치 못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반란에 대한 두려움에 시달려 늘 발작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기록도 다수 전해진다.  

▲ 2011년 반정부 시위로 사살당한 리비아의 전 독재자 무아마르 알 카다피 ⓒPsychology Today

한편 전문가들은 북한의 혁명 발발시점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어렵다고 보고 있다. 독재 정권은 억압 및 통제로 유지되는 탓에 정권에 대한 여론을 명확히 파악할 수 없는 탓이다. 정권에 대한 불만이 깊을수록 불만 여론의 분출 여파는 돌발적 상황으로 이어진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센터장은 북한 혁명의 시작은 김정은 개인으로부터 비롯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독재자가 과욕을 부리거나 변화를 시도할 경우 통제 불능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장 센터장은 “체제의 운명이 한 개인에게 과도하게 의존된 경우 그 개인이 보여주는 작은 변화에도 체제 자체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며 “독재자의 새로운 변화 시도는 주변 엘리트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맹목적인 충성경쟁을 벌이던 북한 엘리트 전체가 김 위원장의 변화 시도에 불안감을 갖고 변심과 이탈의 추세가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며 “정권의 미래가 불안하다는 믿음이 엘리트 사이에 퍼지기 시작하면 예상보다 빠르게 연쇄적으로 태도를 바꿀 것”이라고 관측했다.[데일리안 = 이배운 기자]



[김정은, 환영할 수 없는자④] 앞으로 죽어갈 희생자들…北주민 2561만명

강도높은 주민 인권탄압·통제 지속…세습독재정권 유지 필수 수단
자발적 인권개선 가능성 ‘0‘…文대통령 "한반도 평화" 뒷짐         



-글 싣는 순서- 
[김정은, 환영할 수 없는자①] 전쟁으로 죽어간 희생자들
[김정은, 환영할 수 없는자②] 테러로 죽어간 희생자들
[김정은, 환영할 수 없는자③] 숙청으로 죽어간 희생자들
[김정은, 환영할 수 없는자④] 앞으로 죽어갈 희생자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세계인권선언 70주년 기념일을 맞아 서울 중구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에서 열린 ‘2018 인권의 날’ 기념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2018 인권의 날’ 기념식 축사에서 “인권을 무시할 때 야만이 되풀이 된다는 역사의 교훈을 결코 잊지 말아야한다”고 말했다. 해석의 주체에 따라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자신을 겨냥한 도발로 인식하고 발끈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월 유럽순방 일정 중에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평양행 초청장’을 전달했다. 존경받는 종교지도자의 방북을 추진해 한반도 평화분위기를 고취시키고 북한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통일연구원이 펴낸 ‘2018 북한인권백서’에 따르면 대다수의 탈북민들은 북한에 거주할 당시 ‘종교’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도 없었다고 증언했다. 신앙심은 1인 독재체제를 흔들 수 있다는 판단에 종교의 자유를 철저하게 통제한 것이다. 백서는 “북한이 신봉하는 주체사상은 자유로운 사상·양심·종교와 양립될 수 없는 근본적인 한계를 가진다”고 분석했다.

▲ 집단체조 공연을 연습하고 있는 북한의 어린 무용수들 ⓒ고려투어 홈페이지

문 대통령은 지난해 2월 민주당 경선후보 당시 “성평등은 인권의 핵심 가치”라며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발언했다. 또 지난 2월에는 “미투운동을 적극 지지한다”며 “관련 사건은 피해자의 고소가 없더라도 적극 수사하라”며 여성인권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표출했다.

북한의 여성인권은 매우 열악한 것으로 평가된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지난달 북한 성폭력 실태 보고서를 통해 “관리들에 의한 여성 성폭력이 만연해 있지만 낙인과 두려움, 구제책의 부재 탓에 신고·처벌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한 탈북민 출신 박사는 “북한은 여전히 가부장적인 차별 질서가 여전하다”며 “남녀칠세부동석은 물론 ‘남자는 하늘, 여자는 땅’도 통한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인권의 날 축사에서 “많은 국민들이 아동폭력 문제를 염려하고 있다”며 아동 인권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핵심 공약인 ‘아동수당’ 정책을 의욕적으로 추진하면서 아동 복지 증진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다.

반면 북한인권백서는 “북한 아동의 보건·복지 수준은 낮은 편이며 부족한 노동력을 보충하기 위한 노력 동원 및 정치행사 동원도 계속 이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9월 남북정상이 관람한 집단체조 예술공연에 동원된 아이들은 폭염의 땡볕 아래에서 장기간 혹독한 연습에 임하는 탓에 건강이 악화되고 교육권도 침해된다는 비판도 잇따라 제기돼왔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규모 열병식에 참석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이같은 실상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은 인권의날 축사에서 북한의 인권에 대해서는 “한반도 평화가 우리 민족 모두의 인권을 위한 것”이라고 언급하는데 그쳤다. 한반도 평화가 확립되면 북한 인권은 자연스럽게 개선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북한 인권이 개선되지 않는 이유는 한반도가 안 평화로워서가 아니라 그것이 김정은이 정권을 유지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사회주의 국가에서 유례없는 3대 세습으로 정통성 및 권력기반이 매우 취약하다. 주민들이 체제의 실상을 파악하고 인권·자유에 대한 인식을 가지게 되면 정권은 존립위기를 맞게 된다.  

따라서 김정은이 자발적으로 주민 인권문제 해결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하다. 한반도 평화·교류가 공고화되면 김정은은 주민들이 남한세계를 접하고 체제에 회의감을 갖는 것을 막기 위해 오히려 탄압의 끈을 더 강하게 조일 수도 있다. 현 북한주민 2561만명이 당국의 탄압으로 정신과 육체가 살해당할 가능성이 항상 존재하는 것이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센터장은 주민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지 않게 만드는 중동국가들의 독재와 달리 북한의 독재 형태는 주민들에게 한시도 쉬지 않고 정치적 메시지를 주입해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한다는 점에서 더욱 악랄하다고 지적했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UN COI)는 16가지 반인도주의 범죄행위 목록을 만들고 시리아와 북한의 인권유린 정도를 비교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북한은 ‘인종말살’을 제외한 15가지 반인도 범죄행위를, 시리아는 9개의 범죄행위를 저질렀다.

장 센터장은 “이는 시리아가 덜 악랄하다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김정은 정권의 조직력이 뛰어나고 어느 독재국가보다도 탄압역량이 높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지난 9월 평양정상회담 일정 중 의장대를 사열하고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한반도 평화’라는 이익을 위해 ‘북한인권’ 문제를 뒷전에 두겠다는 것은 “정의로운 나라를 이루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기조와도 배치된다. 

북한의 인권 탄압을 적극적으로 거론하고 압박해야만 문제가 개선된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중론이다. 특히 미국은 인권·민주주의 가치 수호에 더욱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는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함으로써 인권개선 요구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일 김정은의 연내답방 추진 의지를 밝히면서 “모든 국민들이 쌍수로 환영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북한최고지도자의 방한 자체는 환영할만한 일이다. 서울답방을 통한 비핵화 견인 및 평화분위기 고조는 한국에 번영을 가져다 줄 수 있다.

하지만 김정은은 과거 김일성이 죽인 260만명, 근래 일으킨 침투·도발·테러행위 3094회에 대해 아무런 사과도 하지 않고 있다. 현재는 세습 독재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자기 사람’들을 421명 이상을 무자비하게 처형·숙청했고, 미래에도 자신의 권력 지키기 위해 주민 2561만명을 대상으로 유례없는 탄압을 계속 해나갈 것이 유력하다.

김정은은 이들 잘못에 대한 사죄와 개선의 의지를 보여주지 않고서는 서울 땅을 밟더라도 결코 환영 받을 수 없다.[데일리안 = 이배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