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종말을 겨누는 10가지..인간이 쏜 화살인가
입력 2018.12.24. 06:06
핵전쟁·기후변화·전염병 등
인류 10% 이상 목숨 앗을 위험
대부분이 인간의 활동과 관련
생로병사. 모든 생물이 거치는 과정이다. 생물 개체의 끝은 죽음이지만, 이를 종으로 확대하면 멸종이 된다. 진화과정에서 도태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지만 화산 분출, 운석 충돌, 감마선 폭발 등 다양한 원인이 작용한다. 과학자들은 척추동물이 등장한 이후 5억년 동안 다섯번의 대멸종 사건이 있었다고 말한다. 고생대의 삼엽충, 중생대의 공룡이 이로 인해 지구에서 사라졌다.
다음번 멸종은 언제 어떻게 올 수 있을까? 역대 최고 포식자인 인류의 종말을 초래할 재앙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 수 있을까? 스웨덴의 글로벌챌린지재단(GCF)은 전지구적 재앙을 부를 수 있는 위험 요인을 조사해 매년 보고서를 낸다. 세계 인구의 10% 이상을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는지를 따져 선별한다. 세번째로 낸 올해 보고서가 꼽은 종말적 재앙의 후보는 모두 10가지다.
가장 먼저 꼽은 건 핵전쟁이다. 핵폭탄 투하 지역 반경 4km 안의 생물 치사율이 80~95%다. 더 끔찍한 건 그 뒤에 오는 핵겨울이다. 핵먼지가 햇빛을 가려 기온을 크게 떨어뜨린다. 4~5년에 걸쳐 최고 8도까지 내려갈 수 있다. 농작물 재배가 불가능해진다.
이어 생화학전이 꼽혔다. 생화학 무기는 제조비용이 핵무기보다 저렴하다. 시리아 내전은 화학무기의 참상을 잘 보여줬다.
셋째는 기후변화다. 산업활동으로 배출된 온실가스는 지구온도를 이미 1도 높였다. 2도가 넘으면 지구 곳곳이 더 강력하고 잦은 홍수, 가뭄, 한파, 태풍 등 이상기후에 직면한다. 그런데 3도 상승 가능성이 30%를 넘는다. 과학자들은 재앙을 막을 수 있는 기간이 12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경고한다.
넷째는 생태계 붕괴다. 인간 활동이나 자연 재해가 원인이다. 자연엔 스스로 회복하는 힘이 있지만 한계가 있다. 일부 과학자들은 이미 한계점을 넘었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1970년대 이후 척추동물 개체수는 58%나 감소했다. 생태계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
다섯째는 전염병이다. 인류는 6세기(유스티니아누스역병)와 14세기(흑사병) 두 차례에 걸쳐 당시 세계 인구의 13~16%가 목숨을 잃는 경험을 했다. 도시화와 세계화, 내성 박테리아의 등장은 전염병의 확산 위험을 더 높인다.
여섯째로 꼽힌 소행성 충돌이다. 보고서는 12만년에 한 번꼴로 일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소행성은 공룡 멸종을 비롯해 3차례의 대멸종에 관여했다. 공룡을 멸종시킨 것보다 10분의 1 작은 소행성에도 수억명이 희생될 수 있다.
일곱째는 화산 대폭발이다. 고생대 페름기 대멸종의 원인이다. 인류가 경험한 가장 큰 대폭발은 7만4천년 전, 가장 최근엔 2만6500년 전에 있었다. 대폭발은 1만7천년에 한 번꼴로 일어났다고 한다. 하지만 인류의 예측 능력은 빈약하기 짝이 없다. 예방법은 전혀 모른다.
여덟째는 태양 지구공학이다. 성층권에 에어로졸을 쏘아 태양으로부터 오는 빛과 열을 우주로 돌려 보내는 기술이다. 보고서는 하버드대 연구진이 첫 실험을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양날의 칼이다. 지구 기후나 생태계가 불안정해져 또다른 재앙을 일으킬 수 있다.
아홉째는 인공지능이다. 인공지능을 악용할 경우 가공할 무기가 될 수 있다. 보고서가 꼽은 마지막 위험은 아직 등장하지 않은 위험들이다. 보고서는 “상당수는 인간의 기술 개발과 관련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현실성을 떠나 이 명단에서 중요한 건 소행성 충돌, 화산 폭발을 제외한 8가지가 인간 활동과 관련돼 있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1만2천년 동안 안정적이었던 자연환경이 인간 활동으로 최근 50년 사이 급변했다”며 “앞으로 50년이 인류의 향후 1만년을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연의 법칙대로라면 앞으로 수억년 동안 지구는 거주 가능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인류는 그때까지 지구와 함께할 수 있을까? 한 해를 마감하는 시간에 지구의 내일을 생각하며 자문해 본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곽노필의 미래창 바로가기
주영재 기자 입력 2019.05.18. 11:55 수정 2019.05.18. 13:21 [경향신문] 인천국제공항에서 인기 휴양지인 베트남 다낭까지의 거리는 2980㎞다. 이 거리를 왕복으로 비행하면 1인당 401㎏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사용한 항공유는 36.5톤이다. 인천에서 프랑스 파리까지 왕복 비행하면 1인당 이산화탄소 1669㎏을 배출한다. 국제민간항공기구 홈페이지에 있는 ‘탄소 배출 계산기’를 이용해 여정에 따른 배출량을 확인한 결과다. 휘발유 소형차로 10㎞를 달리면 이산화탄소 1.8㎏이 나온다. 대형 휘발유차와 중형 경유차를 타고 같은 거리를 달리면 각각 2.35㎏, 3.15㎏이 나온다. 국내·외를 이동하면서 우리는 알게 모르게 꽤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온실가스는 생물 멸종을 재촉하는 기후변화의 주원인이다. 생물다양성협약의 과학적 자문을 위해 설립된 정부 간 협의체인 ‘생물다양성과학기구(IPBES)’는 지난 5월 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발표한 <지구평가보고서>에서 인간의 활동으로 인한 동·식물 서식지 감소와 기후변화 등으로 지구가 대멸종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멸종위기를 경고한 보고서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각국 정부가 생물 멸종의 위험성을 합동으로 승인하고 대응책을 고민한 것은 이번이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생물 멸종 재촉하는 기후변화 국립생태원 생태계서비스팀 주우영 팀장은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라 2050년까지 산업화 이후 지구 연평균 기온이 2도 상승했을 때와 1.5도 상승 때를 비교하면 전자의 경우 멸종위기에 처하는 동·식물의 수와 멸종위기의 영향을 받는 지역이 두 배 이상 높아지는 걸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멸종위기는 국내에서도 진행 중이다. 국내 1~2급 멸종위기종의 수는 1989년 92종에서 2018년 267종으로 세 배 가까이 증가했다. 한국에만 자생하는 소나뭇과의 구상나무 3분의 1 정도가 고사상태다. 국립생태원과 국립산림과학원, 국립공원관리공단 등은 기후변화로 인한 겨울·봄 기온 상승과 가뭄, 적설량 감소 등을 주요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박찬우 국립산림과학원 임업연구사는 “기후변화에 따른 기온 변동폭이 커지면서 동·식물이 적응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국내 고산지대의 구상나무 군락지가 사라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생물 멸종을 막으려면 인간이 생산하고 소비하는 방식의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 실제 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유럽을 중심으로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영국에서 시작된 ‘멸종저항운동’은 세계 각국으로 퍼지면서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급감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영국의 시위대는 지난 4월 중순 런던 자연사박물관과 의회 광장 등을 수일간 점거하면서 인류가 공룡과 같은 신세가 될 위기에 처했다고 경고했다. 앞으로도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비폭력 저항운동을 계속하겠다고 선언했다. 어머니의 날인 지난 5월 12일에는 영국 런던에서 수천 명의 어머니와 그 가족들이 멸종저항운동을 지지하며 기후변화에 대한 행동을 촉구하는 행진을 했다. 키프로스와 네덜란드, 스페인, 체코, 호주 등에서도 비슷한 행사가 열렸다. “EU 예산 25% 기후변화 대응에” 이들은 성명에서 “지난여름의 폭염과 불타는 화염처럼 기후변화의 영향은 이미 유럽 전역에서 느낄 수 있다”며 “기후변화 대응에 민간과 공공의 자금이 흘러가도록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산업화 이후 현재까지 지구의 평균온도는 1도 상승했다. 추가 상승폭을 0.5도 이내로 제한하지 않으면 지구 온난화로 바다와 동토가 붙잡고 있는 이산화탄소가 대기로 방출되면서 지구가 자연적 균형을 회복하지 못하는 ‘티핑 포인트’에 도달한다. 하지만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0년 수준에서 45% 줄여야 하고, 2050년에는 순제로에 도달해야 한다. 그러나 유럽을 포함한 많은 국가들이 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CNN 보도에 따르면 미국 하와이 ‘마우나로아 관측소’에서 5월 11일 측정한 이산화탄소 일 평균 농도가 415.26ppm으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과학자들은 이산화탄소 농도가 450ppm을 넘으면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에 비해 2도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멸종저항운동이 지금 당장 행동할 것을 촉구하는 이유다. 『서영배 IPBES 부의장(서울대 교수) “생물다양성 보존 지원 강화해야” -기후변화가 생물다양성 급감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나. “한국도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가까운 시일 내에 소나무를 보기 힘들어질 것이다. 활엽수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가 점점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특히 한대수종인 구상나무가 줄어드는 건 심각한 상황이다. 제주도 용두암은 동북아에서 해수면 상승이 가장 높은 지역에 속한다. 온난화로 예견치 못한 외래 곤충이 들어오는 것을 보면 기후변화에 따른 생물다양성 변화를 머지않아 심각하게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꿀벌을 보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IPBES에서 3년 전 수분 매개체에 대한 평가보고서를 냈다. 꿀벌 같은 수분 매개체들이 급격히 줄면서 식량 확보에 큰 어려움이 도래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꽃이 피는 식물은 90% 이상이 곤충에 의존해 번식한다. 해양에서는 생태계의 보고인 산호초가 수온 변화로 급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지구 평가보고서의 의의는. “생물다양성 급감과 기후변화로 인간 활동의 변혁적인 개혁이 없이는 지구상의 생물체가 과연 언제까지 존재할지 우려된다. 100만종이 사라지면 생태계 사슬에 얽혀 살아가는 인류 역시 큰 위험에 처할 것이다. 이를 경고하는 데 보고서의 의미가 있다.” -국내에서는 기후변화나 생물 멸종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해 보인다. “눈에 보이지 않아 인식하기 어렵다. 사람들이 인식한다면 소비패턴이 바뀌어야 한다. 플라스틱의 소비를 줄여야 하고, 해양생물에 악영향을 주는 선크림을 발라서는 안 된다. 과거 오존층을 파괴하는 불연가스를 냉매로 쓰지 못하도록 했듯이 생활과 소비패턴에서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의 관계는. “기후변화를 해결하려면 최악의 경우 공장을 닫아서라도 이산화탄소 배출을 중단하면 된다. 하지만 생물다양성은 한 번 무너지면 어떤 수단을 써도 되돌리기 어렵다. 반달가슴곰을 자연적으로 되살리는 데 과거 20~30년간 노력해도 큰 성과가 없다. 기후변화와 맞물려서 생물다양성이 줄어드는 것도 인류 생존에 중요한 문제인 만큼 이에 따른 정책적 지원과 예산이 필요하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인류도 멸종한 공룡 신세가 될 수 있다
이 기구는 생물 멸종이 전례 없는 속도로 진행되면서 전체 동·식물 종의 8분의 1인 100만종 이상이 멸종위기에 처했다고 밝혔다. 기후변화 지표종인 양서류의 40% 이상과 해양 포유류의 3분의 1 이상, 상어와 어류의 3분의 1 가량이 멸종위기다. 탄소를 흡수하고 동·식물의 서식지가 될 숲은 2000년 이후 해마다 650만㏊씩 사라지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산림 면적에 해당하는 크기다. 보고서에서 기후변화는 생물 멸종의 가장 큰 원인인 토지와 해양의 이용 변화를 비롯해 남획과 오염, 침입 외래종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언급됐다.
기후변화를 우려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각국 정부도 이를 의식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프랑스·벨기에·덴마크·네덜란드·스웨덴·스페인 등 유럽 8개국은 지난 5월 8일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유럽연합(EU) 예산의 25%를 기후변화 대응에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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