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최초로 관측한 블랙홀 모습
윤신영 기자 입력 2019.04.10. 22:11 수정 2019.04.10. 22:26
인류가 ‘블랙홀’의 핵심부를 영상으로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아인슈타인이 1915년 일반상대성이론을 제시하면서 처음 개념이 등장한 블랙홀의 존재를 직접적인 증거를 통해 눈으로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를 이끈 쉐퍼드 도엘레만 미국 하버드 스미스소니안 천체물리센터 교수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인류에게 최초로 블랙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이 결과는 천문학 역사상 매우 중요한 발견”이라고 선언했다.
●”인류는 최초로 블랙홀의 모습을 보고 있다”
미국과 유럽, 일본 연구팀으로 구성된 국제 연구협력 프로젝트인 ‘사건지평선망원경(EHT)’ 연구팀은 10일 오후(현지시각) 인류가 직접 관측한 블랙홀의 모습을 사상 처음으로 공개했다. 연구팀은 2017년 4월 약 열흘에 걸쳐 지구에서 빛의 속도로 5500만 년 가야 도착할 수 있는 거리의 거대한 은하 중심부에 있는 블랙홀을 관측했다.
연구 결과 이 블랙홀은 블랙홀 뒤에서 온 빛이나 주변에서 발생한 빛이 블랙홀의 강한 중력에 의해 휘어 둥글게 휘감기며 형성한, 지름 400억 km의 약간 기울어진 고리 모양의 구조 안쪽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칠흑같이 어두운 이 공간은 내부의 빛이 빠져나오지 못해 형성된 공간으로 ‘블랙홀의 그림자’라고 불린다. 이번에 관측된 블랙홀은 마치 달걀 속 노른자처럼 그림자 한가운데에 약 150억km의 크기로 담겨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블랙홀은 천체가 극도로 압축돼 아주 작은 공간에 큰 질량을 포함한 천체다. 우주에서 가장 빠른 존재인 빛조차 빠져나가지 못할 정도로 중력이 강해 어두울 것으로 예측돼 ‘블랙홀’이라는 이름으로 불려왔다. 어두운데다, 극도로 밀집해 크기까지 작아 그 동안 아무도 블랙홀을 직접 관측하지 못했다. 영화 ‘인터스텔라’나 과학책 등에 등장하는 블랙홀 그림은 모두 이론 계산을 바탕으로 그린 상상도였다.
일부 그림은 블랙홀 주변에 물질이 회오리치며 빨려들어가며 얇은 원반 형태를 이루고 있는 모습을 묘사하거나, 이런 원반 위아래로 강한 물질 및 전자기파 분출(제트)이 일어나는 모습을 묘사하기도 한다(아래 사진). 이는 보다 멀리서 블랙홀 주변부를 묘사한 이미지로, 이번에 EHT가 관측한 블랙홀은 이보다 훨씬 가운데에 자리한 블랙홀의 핵심의 모습이다.
EHT는 은하 한가운데에 존재하는 태양 질량의 수백만~수십억 배 규모의 ‘초대질량블랙홀(또는 거대질량블랙홀)’을 관측했다. 지구와 가장 가까운 초대질량블랙홀인 우리은하 한가운데의 ‘궁수자리A별(*)’과, 우리은하와 비교적 가까우면서 유독 거대한 크기를 자랑하는 초대형 타원은하인 ‘처녀자리A(메시에87)’의 초대질량블랙홀이 대상으로 선정됐다. 이번에 공개된 영상은 그 중 메시에87의 중심부에 자리한 태양보다 65억 배 무거운 블랙홀로, 연구팀은 2017년 4월 5일부터 14일까지 전세계 8대의 전파망원경을 동시에 사용해 관측했다.
●전파망원경 묶어 초대질량블랙홀 구체적 모습 관측
그 동안 초대질량블랙홀을 관측하지 못했던 것은, 아무리 큰 블랙홀이라도 멀리 떨어져 있어 어지간한 망원경으로는 하나의 점으로밖에 볼 수 없어서다. EHT는 두가지 방법으로 망원경의 성능을 개선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임명신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전파망원경의 파장을 작게 만들거나 망원경을 크게 만들면 망원경의 해상도가 높아진다”며 “EHT는 이 두 가지를 모두 활용해 관측해 왔다”고 말했다.
EHT는 파장이 1.3mm 수준으로 작은 전파를 이용했다. 또 스페인과 미국, 남극, 칠레 등 지구 전역에 흩어진 8대의 전파망원경 또는 전파망원경 군집체를 동시에 써서 큰 망원경을 쓴 효과를 냈다. 멀리 떨어진 전파망원경으로 동시에 하나의 천체를 관측하면, 마치 하나의 거대한 망원경으로 본 것처럼 해상도가 높아지는 특성이 있다. 이번에 동원된 8대의 전파망원경은 지구 전역에 흩어져서, EHT는 사실상 지구 크기의 전파망원경을 쓴 것과 같은 효과로 블랙홀을 관측할 수 있었다. EHT는 “프랑스 파리에서 지구 반대편의 미국 뉴욕의 신문 글자를 읽을 수 있을 정도의 해상도”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런 정밀한 망원경으로 관측한 블랙홀 빅데이터를 독일 막스플랑크 전파천문학연구소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헤이스택 관측소의 슈퍼컴퓨터로 이동해 분석 영상으로 바꿨다.
●블랙홀 특성 규명, 일반상대성이론 증명 등 학문적 성과도
연구팀은 단순한 블랙홀 영상만 얻은 게 아니다. 이를 바탕으로 블랙홀의 특성을 분석했다. 연구에 참여한 변도영 한국천문연구원 전파천문본부 책임연구원은 “블랙홀의 존재를 부인할 수 없는 직접적인 증거를 통해 확인했다는 게 가장 큰 의의지만, 블랙홀의 질량이나 회전 성질(스핀) 등을 관측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 것도 큰 의미가 있다”며 “추가로 블랙홀 관측 결과가 쌓이면 물질이 블랙홀로 빨려들어가면서 발생하는 천체물리학적 현상이나, 중력이 매우 강한 환경에서 자기장 등 물리적 현상과 결합할 때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등을 연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915년 제시된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도 104년 만에 관측으로 입증됐다. 연구팀의 손봉원 한국천문연구원 전파천문본부 책임연구원은 “이번 결과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 대한 궁극적인 증명이며, 그간 가정했던 블랙홀을 실제 관측해 연구하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정태현 한국천문연구원 전파천문본부 KVN그룹장은 “아인슈타인의 이론과 천체물리학지식을 이용해 블랙홀의 모습이 어떨지에 대한 다양한 모델이 존재했는데, 이번에 그 중 어떤 모델이 맞는지 관측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천체물리학저널’에 여섯 편의 논문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이번 연구에는 세계 각국 13개 기관에서 참여한 총 200여 명의 연구자가 함께 했다. 한국은 천문연 소속 연구자 8명이 동아시아관측소 산하 두 전파망원경 집합체의 협력 구성원으로서 참여했다. 또 한국이 운영하고 있는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과 동아시아우주전파관측망(EAVN)이 연구에 기여했다.
[윤신영 기자 ashilla@donga.com]
'진짜' 블랙홀에 빠지다.. 아인슈타인 상대성이론 완벽 증명
유용하 입력 2019.04.11. 01:01 수정 2019.04.11. 03:36
[서울신문]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이 발표된 지 104년, 블랙홀의 존재가 예측된 지 103년 만에 드디어 베일 뒤에 숨겨져 있던 블랙홀의 모습이 처음 공개됐다. 이번에 포착된 블랙홀은 지구에서 5500만 광년 떨어져 있는 처녀자리 은하단(團) 중심부에 존재하는 거대은하 M87 중심부에 있는 것으로 무게는 태양 질량의 65억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벤트 호라이즌 망원경’(EHT) 프로젝트 연구진은 전 세계 8개의 전파망원경을 하나로 묶은 가상의 전파망원경을 형성해 초대질량 블랙홀 관측에 성공했다고 10일 밝혔다. 2016년 중력파 검출 발표에 이어 3년이 지난 시점에 블랙홀이 실제로 확인됨에 따라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으로 예측됐던 현상들을 모두 발견하게 된 셈이다. 이 때문에 과학자들은 “일반상대성이론의 궁극적 증명에 이르렀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날 블랙홀 포착 소식은 세계표준시(UT) 기준 10일 오후 1시(한국시간 10일 오후 10시)에 벨기에 브뤼셀에서 유럽연구이사회, 유럽남방천문대(ESO), 독일 막스플랑크 전파천문연구소 연구진이 나서고 덴마크 린그비, 칠레 산티아고, 중국 상하이, 일본 도쿄, 대만 타이베이, 미국 워싱턴DC의 각국 연구진들을 위성으로 연결해 동시 기자회견을 열고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인류 최초로 블랙홀 모습을 포착한 이번 연구에는 전 세계 200여명의 천문학자가 참여했으며 이 중에는 국내에서 활동하는 연구자 8명과 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인 과학자 2명이 포함됐다. 이번 연구 결과는 천체물리학 분야 국제학술지 ‘천체물리학 저널 레터스’ 4월 10일자 특별판에 6편의 논문으로 게재됐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묘사된 블랙홀을 비롯해 수많은 SF나 TV 과학다큐멘터리 등에서 지금까지 보여 준 블랙홀은 모두 수학적·물리학적으로 계산하고 추정해 그린 ‘상상도’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 ‘진짜’ 블랙홀 모습을 포착해 낸 EHT는 미국 하와이에 있는 SMA, JCMT, 애리조나 SMT, 멕시코 푸에블라 LMT, 스페인 안달루시아 IRAM, 칠레 아타카마 ALMA, APEX, 남극 SPT 등 전 세계 8개의 전파망원경을 연결한 가상의 전파망원경이다. ‘초장거리 간섭계’라고도 불리는 EHT는 전파망원경 8개를 연결해 1.3㎜파 파장대에서 거대한 지구 규모의 가상의 망원경을 만든 것으로 프랑스 파리 카페에서 미국 뉴욕에 있는 신문의 글자를 읽을 수 있을 정도의 해상도를 갖고 있다.
EHT는 블랙홀의 외부 경계면인 ‘이벤트 호라이즌’(사건의 지평선)을 관측해 왔으며 관측 데이터들은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와 독일 막스플랑크 전파천문연구소에서 분석됐다. EHT가 5일간 관측해 얻는 데이터는 대략 4페타바이트(PB) 분량으로 MP3 음악이라고 가정할 경우 재생하는 데만 8000년이 걸릴 정도로 방대하다. 이번에 블랙홀 포착에 활용된 데이터는 2017년 4월 5~14일 열흘간 수집된 것이다. 이처럼 엄청난 블랙홀 빅데이터를 분석해 이번에 그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당초 2017년에 첫 사진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남극에 있는 SPT의 데이터 전달 문제 때문에 지연되면서 2년이 늦춰지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빛조차 빠져나갈 수 없어 ‘검은 구멍’이라는 이름을 가진 블랙홀 영상을 찍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블랙홀의 강한 중력은 블랙홀 외곽부인 이벤트 호라이즌 바깥을 지나는 빛도 휘어지게 만든다. 이 때문에 블랙홀 뒤편에 있는 밝은 천체나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는 천체와 물질들이 내뿜는 빛이 왜곡되면서 블랙홀 주위를 휘감게 된다. 이렇게 휘어지고 왜곡된 빛들은 우리가 볼 수 없는 블랙홀을 비춰 블랙홀 윤곽이 드러나게 만든다. 이번 EHT가 찍은 것도 엄격하게 따지면 블랙홀의 모습이라기보다는 블랙홀의 윤곽, 일명 ‘블랙홀의 그림자’이다. 연구팀은 방대한 관측자료를 보정하고 영상화 작업을 거쳐 고리 형태의 구조와 중심부의 어두운 지역인 블랙홀의 그림자를 발견했다.
EHT 프로젝트 총괄단장인 미국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센터 셰퍼드 도에레만 박사는 “시공간의 휘어짐, 초고온 가열 물질, 강한 자기장 등 물리적 요소를 포함시킨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관측 자료들이 놀랄 만큼 일치되는 것에 깜짝 놀랐다”며 “불과 한 세기 전까지만 해도 불가능하리라 여겼던 일을 이번에 수많은 과학자들의 협력을 통해 이뤄 냈다”고 말했다. 2016년 중력파 검출 발표 이후 이번 블랙홀 발견 소식은 과학자들은 물론 전 세계인들을 흥분에 휩싸이게 만든 과학사의 역사적 순간으로 기록됐다. 사실 ‘블랙홀’은 사회, 정치, 문화 등 과학 이외의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사람들이 흔히 사용하지만 블랙홀이 정확하게 어떤 형태이며 어떤 물리학적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블랙홀을 간단히 표현하면 표면 중력이 엄청나게 강한 천체이다. 블랙홀의 표면 중력은 너무 커 이를 벗어나기 위한 최소한의 속도인 ‘탈출 속도’ 크기가 광속보다 크다. 탈출 속도가 광속보다 크다는 이야기는 빛도 그 천체 밖으로 빠져나오기 어렵다는 말이다. 그래서 그 천체를 바라보면 어둡게 보이는 것이다. 중력법칙에 근거해 빛이 탈출할 수 없는 별에 대한 언급은 18세기 프랑스 수학자 피에르 시몽 라플라스가 처음 했다. 오늘날 이야기되고 있는 블랙홀은 1915년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하고 이듬해 독일 천문학자 카를 슈바르츠실트가 상대성이론을 바탕으로 처음으로 예견했다. 슈바르츠실트의 예측에 따르면 블랙홀은 밀도와 중력이 무한대여서 모든 물질이 빨려 들어가는 ‘특이점’과 블랙홀 경계면이라고 할 수 있는 이벤트 호라이즌으로 구성돼 있다.
이후 “블랙홀은 생각만큼 까맣지 않다”는 말을 남기며 평생을 블랙홀 연구에 바친 영국의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로저 펜로즈와 함께 ‘특이점 정리’에 대한 증명을 통해 우주 곳곳에 블랙홀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 줬다. EHT 과학이사회 위원장 하이노 팔케 네덜란드 라드바우드대 교수는 “이벤트 호라이즌에서 빛이 블랙홀의 강력한 중력으로 휘어져 만들어진 그림자는 블랙홀이라는 매혹적인 천체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주고 있다”며 “이번 블랙홀 발견이 우주의 생성과 진화에 대해 더 많은 지식을 얻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인류 앞에 베일 벗은 블랙홀… “다음 목표는 동영상 관측”
EHT 프로젝트 참여 한국 연구팀 “국내 전파망원경 관측 참여 추진”
정태현 한국천문연구원 전파천문본부 선임연구원은 11일 오전 서울 중구에서 개최한 블랙홀 첫 관측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이제 다음 목표인 블랙홀 ‘동영상’ 관측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국제 연구팀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하고 세계에서 3대의 망원경을 추가해 감도를 높일 계획도 있다. 한국 등 동아시아의 망원경도 참여하는 것을 적극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정 선임연구원은 이번에 블랙홀을 관측한 ‘사건지평선망원경(EHT)’ 프로젝트에 참여한 한국 기관 소속 연구자 8명 중 한 명이다.
정 선임연구원은 “한국과 일본, 중국 등의 전파망원경 10기가 모인 ‘동아시아우주전파관측망(EAVN)’ 가운데 EHT가 관측하는 1.3mm 영역의 전파를 관측할 수 있는 망원경이 한국과 일본 등에 3대 있다”며 “국내에서는 서울대가 보유한 6m급 전파망원경이 참여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사샤 트리페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3월에 이미 1.3mm 대역 시험 관측을 하고 결과를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EHT는 이번에 관측 결과를 발표한 은하 M87 속 블랙홀 외에 우리은하 중심부의 초대질량블랙홀인 ‘궁수자리A별’도 관측해 왔다. 하지만 이 관측 결과는 좀 더 시간이 걸려야 분석이 될 예정이다. 자오광야오 천문연 박사후연구원은 “우리은하 내부를 관통해 관측하다 보니 우주 허공을 거쳐 관측하는 외부 은하에 비해 관측에 방해되는 요소가 많아 해석이 더 어렵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2019년에는 관측 계획이 없어 기존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며 2020년 관측을 위해 전파망원경 사용 시간을 신청하는 등 다음 일정을 준비하고 있다.
다만 태양은 우주 전체로 보면 아주 중력이 약한 천체라 보다 강한 중력에서도 일반상대성이론이 통하는지는 증명되지 않았다. 이번 연구에서는 가장 강한 중력을 갖는 거대한 블랙홀을 관측해 블랙홀 뒤편 빛 및 블랙홀 주변의 입자가 가속하며 발생시키는 빛이 계산대로 휜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했다.
연구팀은 블랙홀 연구가 이제 시작이라고 말한다. 감도를 올려 더 세밀하게 관측하고, 더 많은 정보를 모아 블랙홀의 특징을 밝힐 차례다. 이것은 우주의 역사를 밝힐 단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 선임연구원은 “가장 보기 어려웠던 초미세 지역에서 발생하는 천체물리학적 현상을 관측 기술의 발전을 통해 연구했다”며 “블랙홀은 크기는 작지만 영향력은 우주 전체에 미친다. 연구가 진행될수록 우주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
역대 가장 자세하다..블랙홀의 '먹방 과정' 최신 시뮬레이션으로 공개
윤태희 입력 2019.06.08. 14:41[서울신문 나우뉴스]
블랙홀에 관한 역대 가장 자세한 시뮬레이션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덕분에 이 천체가 어떻게 물질을 흡수하는지 그 수수께끼가 40년 만에 풀릴지도 모른다. AFP통신에 따르면, 미국 노스웨스턴대와 영국 옥스퍼드대 그리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 등이 참여한 국제 천체물리학 연구진이 시행한 최신 시뮬레이션 연구로 블랙홀의 생성과 성장 구조를 밝혀내는 데 몇 걸음 더 다가가게 됐다.
블랙홀은 커다란 별이 자기 중력 때문에 붕괴할 때 생긴다. 사실 검은 구멍이라는 이름과 달리 엄청나게 밀도가 높은 천체로 너무 강력한 중력을 지녀 빛조차 빠져나올 수 없다. 특히 이 천체는 가스와 먼지 그리고 천체 파편 같은 물질을 흡수할 때 그 주변에 ‘강착원반’을 생성한다. 이는 중력에 의해 찢긴 많은 양의 입자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회전하는 것으로 강력한 빛을 내뿜는다. 지난 4월 ‘이벤트 호라이즌 망원경’(EHT) 프로젝트 연구진이 사상 처음으로 관측한 블랙홀 이미지에서 중심 주위에 나타난 흐릿한 후광이 바로 강착원반이다.
하지만 강착원반은 블랙홀의 적도면에서 거의 항상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다고 알려졌다. 1956년과 1972년 두 차례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유일한 사람으로도 유명한 물리학자 존 바딘(1908~1991) 박사는 천체물리학자 야코뷔스 페테르손(1946~1996) 박사와 함께 1975년 회전하는 블랙홀은 기울어진 강착원반의 내부 영역이 실제로는 블랙홀의 적도면과 일렬로 늘어선다는 이론을 세웠다. 하지만 지금까지 어떤 모델로도 정확히 이런 일이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알아낼 수 없었다. ‘왕립천문학회월간보고’(MNRAS) 최신호(5일자)에 게재된 연구논문에 따르면, 연구진은 그래픽처리장치(GPU)로 대량의 자료를 분석해 블랙홀이 강착원반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시뮬레이션했다.
결정적으로, 이런 접근 방식은 자기장 난류를 설명하는 계산적 능력을 연구진에게 부여했다. 자기장 난류는 서로 다른 입자들이 강착원반 안에서 서로 다른 속도로 회전할 때 발생하는 것으로, 이런 전자기 효과가 물질을 정확히 블랙홀 중심에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이전까지 시뮬레이션에서는 물질이 블랙홀로 흡수될 때 필요한 것으로 생각되는 추가적인 마찰을 수동적으로 예측해야만 했다.
하지만 이번 모델에서는 이런 마찰을 예측할 필요가 없다고 연구에 참여한 알렉산더 체호프스코이 박사(노스웨스턴대)는 밝혔다. 이와 함께 이번 시뮬레이션에 자기장을 도입할 때 실제로 자기장에 의해 불안정성이 생기고 그 결과 강착원반이 블랙홀 중심으로 떨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또 체호프스코이 박사는 비록 이는 사소하게 보일지도 모르지만, 블랙홀이 얼마나 빨리 회전하는지에 직접 영향을 줘 그 결과 블랙홀은 주변에 있는 은하에 직접 어떤 영향을 주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모델의 시뮬레이션을 보면 중심에서 분수처럼 확산하는 가스와 자기장이라는 두 종류의 제트를 지닌 강착원반이 생성된다. 이때 강착원반 바깥 부분은 기울어져 있지만 안쪽 부분은 블랙홀의 적도면과 완벽하게 정렬돼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끝으로 체호프스코이 박사는 “이전에는 자기장과 강착원반 속 난류 그리고 와류 등 물질과 상호작용하는 모든 요인을 고려했을 때 이런 것이 정렬 효과를 없앨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실제 작용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강착원반 안쪽 부분이 실제로 블랙홀과 정렬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써 블랙홀이 어떻게 보일지에 대해 더욱더 자신 있게 예측할 수 있게 됐다고 체호프스코이 박사는 덧붙였다. 사진=노스웨스턴대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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