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실력으로 일본 넘어설 진정한 克日의 길로 돌아와야
病을 藥 삼아 분발하지 않으면 이런 受侮 되풀이된다
엊그제 대통령과 여야 정당 수뇌부가 청와대에서 만났다. 일본의 선공(先攻)으로 시작된 '외환(外患)' 위기 이후 첫 회동이다. '외환'은 외국의 공격과 압박으로 발생한 위기를 말한다. 대통령과 각 정당 수뇌가 어떤 대책에 의견을 모았건 달리했건 함께 모였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국민 걱정이 조금은 누그러졌을 것이다. 거꾸로 말하면 그들의 리더십에 대한 국민 불신이 그만큼 컸다는 뜻이다.
한·일 관계는 단순 골절(骨折)이 아니라 복합(複合) 골절이다. 뼈만 부스러진 게 아니라 뼈를 둘러싸고 있는 혈관·근육·신경까지 동시에 손상을 입었다. 손상 부위 어디에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경제 보복은 성격이 달라진다. 지난 몇 년 사이 한·미 동맹은 구멍이 숭숭 뚫리고 미·일 동맹은 밀착·강화됐다. 사태의 뿌리가 두 나라 동맹관(同盟觀)의 변화일지 모른다는 것이다.
미국은 커진 국력을 배경으로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에 도전하는 중국을 가둘 인도·태평양 전략이라는 그물을 짜고 있다. 미국은 여기에 냉전 시대 '소련 봉쇄' 정책만큼 국운(國運)을 걸고 있다. 일본은 이 전략에서 미국 다음의 역할을 맡고 있고 한국은 방관자(傍觀者) 입장이다. '한국은 워싱턴으로 오지 말고 도쿄로 가라'는 말을 서슴없이 입에 담는 워싱턴 분위기에선 이런 냄새가 물씬하다.
한국은 김정은이 떼는 핵 폐기 어음에 계속 보증(保證)을 서 왔고, 일본은 김정은의 어음을 언젠가는 부도(不渡)날 어음으로 취급해왔다. 아베가 참의원 선거에서 개헌선(改憲線)을 확보하고, 북한의 핵 폐기가 장기화돼 북한이 실질적 핵보유국으로 등장하면 일본 정치의 금기(禁忌)였던 핵무장 접근법도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방향을 틀 것이다. 이번 사태를 한국은 청와대, 일본은 총리실이 주도하고 있다. 외교로 풀어야 할 일을 외교가 손을 놓아버림으로써 빚어진 '무(無) 외교의 파탄(破綻)'이다. 복합 골절은 어긋난 뼈만 맞춘다고 완치(完治)되지 않는다. 손상된 다른 조직을 함께 관리하지 않으면 재발(再發)한다.
한·일 지도자에겐 묘한 공통점이 하나 있다. 자기 나라 역사를 반쪽만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베는 국회의원이 된 이후 일본 역사 교과서가 자기 나라 역사를 깎아내리는 자학사관(自虐史觀)이라고 공격하는 단체를 지원해왔고 그들 지지를 배경으로 급성장했다. 그와 동년배(同年輩) 일본 정치인에겐 침략의 역사에 대한 부채(負債) 의식이 없다. 한국의 급소(急所)는 꿰뚫고 있지만 제 나라 일본의 진정한 얼굴은 절반밖에 모른다.
문재인 대통령은 반대다. 1945년 해방에서 1948년 정부 수립에 이르는 기간 중국 대륙 전체가 붉은색으로 칠해졌다. 스탈린은 나치스 독일에서 해방된 동유럽에 좌우(左右)합작으로 세워진 정권들을 차례로 쿠데타로 뒤집어엎었다. 미국은 전전(戰前)의 고립주의로 되돌아가 일본과 필리핀을 제외한 지역에서 철수를 준비했다. 한반도의 38선 이남은 공산 바다에 뜬 섬이었다. 대한민국은 그 상황에서 나라를 세웠고 나라를 지켰다. 문 대통령은 이 고단한 과업을 수행한 대한민국 건설자를 높이 평가한 적이 없다.
이런 역사관의 뿌리가 '해방전후사의 인식'이란 책이다. 1979년 첫 권을 내고 6권으로 완간(完刊)이 된 책에 실린 논문의 절반 이상이 대학원 석사 학위 논문이다. 청와대 참모들과 민주당 지도부는 이 책을 대한민국 현대사의 정사(正史)로 받들어왔다. 얼마 전 이 책 출간 40년을 기념하며 내놓은 책에서 출판사 사장은 '해방전후사의 인식'의 출간 의도가 "민족을 배신하는 친일 행위와 친일파를 제대로 청산·정리하지 못해 비롯된 국가 현실을 말하려 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이 기념사·경축사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대신 '상해임정'을 앞세우고 '국군의 정통성' '친일 세력과 빨갱이'를 주제(主題)로 끌어오는 역사관의 뿌리가 여기 닿아 있다. 이 역사관은 1945년 이후 독립한 아시아·아프리카 국가들이 '자급자족형 사회주의 경제'로 퇴화(退化)할 때 '외자(外資)도입 수출 입국(立國)'이란 역발상(逆發想)으로 이룩한 경제 기적에 대한 평가 역시 박(薄)하다. '참다운 극일(克日)과 식민 역사 청산은 실력으로 일본을 넘어설 때 이루어진다'는 데도 동의하지 않는다. 아베가 일본 역사의 '절반'밖에 모른다면 이들은 대한민국 역사를 거꾸로 알고 있다.
일본이 자유무역 원칙을 뒤집고 보복을 개시하자 대한민국 실력자들은 일본을 반격할 나라의 무기고(武器 庫)를 열었다. 그 속엔 '의병(義兵)' '죽창' '국채(國債)보상운동''부품자급자족'이란 녹슨 무기밖에 들어 있지 않았다. '의병'은 관군(官軍)이 무너졌을 때 일어선다. 병(病)을 약(藥)으로 삼아 분발하지 않는다면 수모(受侮)의 역사는 되풀이된다. 대통령이 실력으로 일본을 넘어설 극일의 바른 길로 돌아오면 국민은 만난(萬難)을 무릅쓸 각오가 서 있다.
한·일 관계는 단순 골절(骨折)이 아니라 복합(複合) 골절이다. 뼈만 부스러진 게 아니라 뼈를 둘러싸고 있는 혈관·근육·신경까지 동시에 손상을 입었다. 손상 부위 어디에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경제 보복은 성격이 달라진다. 지난 몇 년 사이 한·미 동맹은 구멍이 숭숭 뚫리고 미·일 동맹은 밀착·강화됐다. 사태의 뿌리가 두 나라 동맹관(同盟觀)의 변화일지 모른다는 것이다.
미국은 커진 국력을 배경으로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에 도전하는 중국을 가둘 인도·태평양 전략이라는 그물을 짜고 있다. 미국은 여기에 냉전 시대 '소련 봉쇄' 정책만큼 국운(國運)을 걸고 있다. 일본은 이 전략에서 미국 다음의 역할을 맡고 있고 한국은 방관자(傍觀者) 입장이다. '한국은 워싱턴으로 오지 말고 도쿄로 가라'는 말을 서슴없이 입에 담는 워싱턴 분위기에선 이런 냄새가 물씬하다.
한국은 김정은이 떼는 핵 폐기 어음에 계속 보증(保證)을 서 왔고, 일본은 김정은의 어음을 언젠가는 부도(不渡)날 어음으로 취급해왔다. 아베가 참의원 선거에서 개헌선(改憲線)을 확보하고, 북한의 핵 폐기가 장기화돼 북한이 실질적 핵보유국으로 등장하면 일본 정치의 금기(禁忌)였던 핵무장 접근법도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방향을 틀 것이다. 이번 사태를 한국은 청와대, 일본은 총리실이 주도하고 있다. 외교로 풀어야 할 일을 외교가 손을 놓아버림으로써 빚어진 '무(無) 외교의 파탄(破綻)'이다. 복합 골절은 어긋난 뼈만 맞춘다고 완치(完治)되지 않는다. 손상된 다른 조직을 함께 관리하지 않으면 재발(再發)한다.
한·일 지도자에겐 묘한 공통점이 하나 있다. 자기 나라 역사를 반쪽만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베는 국회의원이 된 이후 일본 역사 교과서가 자기 나라 역사를 깎아내리는 자학사관(自虐史觀)이라고 공격하는 단체를 지원해왔고 그들 지지를 배경으로 급성장했다. 그와 동년배(同年輩) 일본 정치인에겐 침략의 역사에 대한 부채(負債) 의식이 없다. 한국의 급소(急所)는 꿰뚫고 있지만 제 나라 일본의 진정한 얼굴은 절반밖에 모른다.
문재인 대통령은 반대다. 1945년 해방에서 1948년 정부 수립에 이르는 기간 중국 대륙 전체가 붉은색으로 칠해졌다. 스탈린은 나치스 독일에서 해방된 동유럽에 좌우(左右)합작으로 세워진 정권들을 차례로 쿠데타로 뒤집어엎었다. 미국은 전전(戰前)의 고립주의로 되돌아가 일본과 필리핀을 제외한 지역에서 철수를 준비했다. 한반도의 38선 이남은 공산 바다에 뜬 섬이었다. 대한민국은 그 상황에서 나라를 세웠고 나라를 지켰다. 문 대통령은 이 고단한 과업을 수행한 대한민국 건설자를 높이 평가한 적이 없다.
이런 역사관의 뿌리가 '해방전후사의 인식'이란 책이다. 1979년 첫 권을 내고 6권으로 완간(完刊)이 된 책에 실린 논문의 절반 이상이 대학원 석사 학위 논문이다. 청와대 참모들과 민주당 지도부는 이 책을 대한민국 현대사의 정사(正史)로 받들어왔다. 얼마 전 이 책 출간 40년을 기념하며 내놓은 책에서 출판사 사장은 '해방전후사의 인식'의 출간 의도가 "민족을 배신하는 친일 행위와 친일파를 제대로 청산·정리하지 못해 비롯된 국가 현실을 말하려 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이 기념사·경축사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대신 '상해임정'을 앞세우고 '국군의 정통성' '친일 세력과 빨갱이'를 주제(主題)로 끌어오는 역사관의 뿌리가 여기 닿아 있다. 이 역사관은 1945년 이후 독립한 아시아·아프리카 국가들이 '자급자족형 사회주의 경제'로 퇴화(退化)할 때 '외자(外資)도입 수출 입국(立國)'이란 역발상(逆發想)으로 이룩한 경제 기적에 대한 평가 역시 박(薄)하다. '참다운 극일(克日)과 식민 역사 청산은 실력으로 일본을 넘어설 때 이루어진다'는 데도 동의하지 않는다. 아베가 일본 역사의 '절반'밖에 모른다면 이들은 대한민국 역사를 거꾸로 알고 있다.
일본이 자유무역 원칙을 뒤집고 보복을 개시하자 대한민국 실력자들은 일본을 반격할 나라의 무기고(武器 庫)를 열었다. 그 속엔 '의병(義兵)' '죽창' '국채(國債)보상운동''부품자급자족'이란 녹슨 무기밖에 들어 있지 않았다. '의병'은 관군(官軍)이 무너졌을 때 일어선다. 병(病)을 약(藥)으로 삼아 분발하지 않는다면 수모(受侮)의 역사는 되풀이된다. 대통령이 실력으로 일본을 넘어설 극일의 바른 길로 돌아오면 국민은 만난(萬難)을 무릅쓸 각오가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