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항
- 심성보 / 하늘빛 고운 당신 / 그림공장 / 2004년 10월 -
부릅뜬 퉁망울눈 못생긴 흑붕어 한 놈
뽐내는 금붕어 열 놈 한방에서 해작해작
언제나 기죽지 않고 흑붕어는 씩씩해
* 작품해설 : 아름다운 빛깔과 몸매로 한껏 뽐내는 금붕어들 속에 외양도 빛깔도 섞일 수 없는 흑붕
어, 그러나 주변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삶을 구가해가는 줏대 있는 삶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단순히 아이들 눈에 뵈는 것만 그린 것 같은 동시조이지만 깊은 뜻을 담고 있어 어른 독자들을 불러
모으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어항은 공존과 조화의 장이다. 황금일색의 금붕어만으로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어항에 흑붕어 한 마리가 섞여 있어 보기에도 좋다. 열 마리 속에 놓인 흑붕어의 심사는 움
츠리고만 있을까. 그렇지 않다. 허망한 대상에 끌려가지 않고 당당히 살아가는 흑붕어는 바로 우리들
의 모습이 될 수 있다. 자의식은 비교의식을, 비교의식은 열등의식을 낳아 스스로 한계 속에 가둔다.
외모 직업 출생이 어떠하든 그 본질의 자리에서는 차이가 없다. 어항 속 구성원 모두가 서로를 비교
하지 않는 건강한 사회를 꿈꾸어 본다.
서시
- 심성보 -
니 맨날 뭐하고 있노
시 쓴다 와, 와 묻노
시 쓰믄 뭐하는데
씨끕다, 재미다 와
끈나믄
우짤라카노
불 땔 끼다 싸악 다.
파도 지나간 자리
- 심성보 -
노을을 바라보며
상념에 쩌는 하루
언제였지?
우리 행복했던 날들말야?
아가야 사랑했단다
차암 예뻤단다
온 세상 다 주고 싶을 만큼
그랬단다
언젠가
널 볼 날 올 줄 우린 알고 있었단다.
당신이 있어 나는 행복하다
- 심성보 / 하늘빛 고운 당신 / 그림공장 / 2004년 10월 -
마음에 그리운 사랑 하나 담고 살면
외로운 두 눈가에 평화가 온다
저 깊고 깊은 밑바닥에서부터
차오르는 사랑의 물결
비로소 한 사람을 사랑하고
세상 전부를 사랑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랑하는 그대
나는 오늘도 당신이 있어 행복하다
외롭도록 혼자 걸어가는 길 위에
당신의 따뜻한 손이 있어 행복하다
이 넓은 세상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가슴을 다 열어 놓고
한평생 맨몸으로 살아도 서럽지 아니하다
우리 걸어가는 길마다
작지만 크게 볼 수 있는 사랑이 있다면
그것만으로 이 세상 우리는 행복하다
오늘도 나는 당신이 있어 행복하다.
시조 한 수
- 심성보 -
시조 한 수 바람처럼 스치고 지나간다
잡을까 내미는 손 허지르는 안타까움
눈초리 날로 새우다 빈 하루를 보낸다
시조와 한시, 향가에 심취해 사는 만농 심성보 시조시인.
1인 출판사 천년사를 차려 작품집을 쏟아내고 있다. 세계일보 2019.03.27.
* 심성보(沈聖輔, 1954-)
출신; 경남 마산 / 경북대 법학과
등단; 문예춘추
대표 저서; 시조집 「나의 노래 나의 시」「비그치고」「아름다움」
7 5한시역집 「몽각요」 「주목 Ⅰ」「천년주목 上.中.下」
수상; 2011년 매월당 김시습상
기타; 향가 26수 해독으로「향가 풀이」 등 저작 등록 다수
* 시조시인 심성보, 시조집·한시집·향가 해석서 쏟아낸다
셰계일보 2019-03-27 03:00:00
1인 출판사 천년사 차려 ‘천년주목 상-중-하’, ‘비 그치고’, ‘아름다움’ 등 6권 잇따라 펴내
시조와 한시, 향가에 심취해 사는 만농 심성보 시조시인. 1인 출판사 천년사를 차려 작품집을 쏟아내고 있다. 경
남 마산 출신의 늦깎이 시조시인 만농(晩濃) 심성보(沈聖輔·66) 작가가 다양한 장르의 작품집을 한꺼번에 쏟아내
고 있다.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2010년 봄 문예춘추로 등단한 이듬해 매월당 김시습상을 수상하는 등 문단 입
문 직후부터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심성보 작가는 2011년 24절기를 읊은 첫 시조집 ‘나의 노래 나의 시’(천우)
를 시작으로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나의 노래 나의 시’ 개정판에서는 시인 스스로 작곡한 노래 7곡을 추가했다.
심 작가가 시조에 이어 새롭게 노크한 장르는 한시. 2013년 한시 454수를 7 5음절로 역(譯)한 ‘몽각요’(서울문
학출판부)와 2017년 ‘주목1’(국학자료원)을 펴내더니, 올해 들어와서는 직접 ‘천년사’라는 출판사를 차려
‘천년주목 중’, ‘천년주목 하’, 시조집 ‘비 그치고’와 ‘아름다움’을 잇따라 출간했다. 같은 날 4권을 펴
낸 것이다. 앞서 2016년에는 향가 26수를 고대어와 현대어로 새롭게 풀어내 문단과 학계 유림 종교계 등 제 분야
로부터 큰 관심과 주목을 받고 있다.
심 작가는 그동안 칩거 생활을 하며 한시와 향가를 연구해 오면서도 시조시인으로서의 관심에 국문학적 과제로 있
던 최행귀의 3구6명, 가시리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일궈냈다. 또한 시조의 기원이 고려말 이조년이 아닌 고려초
최충 이전임을 밝혀내면서 시조의 역사가 1000년 이상됐음을 학술적 수준으로 증명해 내는 등 유구한 우리 문학과
뿌리를 ‘천년주목 상-중-하’를 통하여 밝히면서 우리의 고전 한시와 향가를 보다 이해가 쉽고 설득력과 깊이 있
는 아름다운 해석으로 거듭 태어나게 하고 있다.
만농 심성보 시조시인의 작품집들. ‘나의 노래 나의 시’를 시작으로 ‘천년주목 상-중-하’, ‘비 그치고’,
‘아름다움’ 등 6권을 펴냈다. ‘천년주목’ 시리즈는 자구나 축자역보다 작가의 시상과 내재율을 좇은 해석으
로, 여느 한 시역이나 향가 해석에서는 볼 수 없는 정치하면서도 아름다운 시어에 집중한 흔적이 역력하다. 간결
하고 깔끔하면서도 외우기 좋은 노래 같은 7 5음수로 한시를 소개하고 있다. 여기에 향가를 당대음(當代音)으로
실으면서 무슨 내용인지 몰라 갑갑해 하던 향가의 해석 수준을 한층 끌어올림은 물론 학문적으로 풀어내면서 다음
학문으로 넘어갈 수 있게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천년주목’ 시리즈는 7 5음수로 역한 한시집으로 상편(上篇·상고대~고려~훈민정음 반포 전 한시 그리고 시조의
기원을 밝히면서 시조 14수 등), 중편(中篇·훈민정음 반포~ 조선말 편 한시 등), 하편(下篇·중고등 교과서 한
시, 여류 및 승려편 한시, 최행귀의 6명 3구, 가시리, 헌화가의 비밀 등) 상(上)-중(中)-하(下) 3편제로 편성되어
있다.
두 번째 시조집 ‘비 그치고’는 ‘나의 노래 나의 시’의 2탄 격으로 심 작가가 계절을 어떻게 알고 어떻게 묘사
하는지 보여 주는 계절 시조집이다. 세 번째 시조집 ‘아름다움’은 시인이 살아온 역정과 우리네 삶을 여과없이
보여주면서 아름다움이란 온갖 역경을 뚫고 나오는 치열함으로 끝내 피우는, 천년의 세월도 뛰어 넘는 구도의 길
로 독자를 안내한다.
이에 대해 연세대학교 인문예술대학 학장을 지낸 윤덕진 교수는 “시조시인 만농은 한시 연구자이자 한국 고전 연
구자”라면서 “신출 양식이 시조라는 만농의 견해는 논박의 여지없는 정설이다. 만농의 어휘 구사는 자상하면서
도 오래 남는 울림과 간직한 깊이가 있다”로 상찬했다. 조정진 기자 jjj@segye.com
보고 싶은 사람(심성보) / 시낭송 김명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