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계룡산 정도령(鄭道令)을 보았다.
(1)
계룡산 - 언제 보아도 정겨운 산,
그리 높지 않아도 높은 산이 가진 모든 것을 갖춘 산,
그리 넓지 않아도 넓은 산이 가진 모든 것을 갖춘 산,
그리하여 가볼 만큼 가 보았어도 또 가보고 싶은 산!
(2)
06/9/10(일)
고교 동창들과 계룡산 머리봉 능선 등반.
어제까지도 비가 와서 걱정했는데
하늘은 거짓말같이 말짱하게 개어
전형적인 파란 가을 하늘이더라.
계룡대 제3정문 주차장에 도착하니
아는 사람, 알듯 모를 듯한 사람들까지 32명이 모였더라.
강문수 안병례 김병호 류선자 김효영 최용규 오세권 편일현
윤여원 김명구 윤정숙 양미상 김정옥 큰김종남 조선란 오정미
백승순 노수원 배용주 조영호 정희승 이선우 김현숙 성은모
최두열 라강하 서재원 서기봉 지인숙 박현석 양정찬 이은모
하기사 많은 세월이 흘렀으니 그들의 얼굴에
세월의 나이테가 새겨졌을 테니...
그래도 옛 흔적을 더듬어 보았더라.
그랬더니 나이테가 벗겨지면서 봉황산 아래에서 뛰놀던
까망 교복, 까망 모자를 쓴 까까머리의 모습이 보이더라.
까망 교복, 하양칼라의 단발머리 소녀들로 보이더라.
그런데 세월이 비껴간듯한 사람도 있어 놀라게 하더라.
조영호, 최용규 ---> 옛모습 그대로여서 아주 놀람.
특히 최용규는 더 젊어짐.
(3)
그렇게 비암 퇴치용으로
막대기를 준비하라 일렀건만 아무도 준비하지 않았더라.
어라? 그런대 노수원 선생은 내복도 없이 반팔을 입고 나선다?
노선생은 숫용추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 나의 엄명으로 긴 팔을 입었더라.
사실 좀 심한 겁을 주어 많은 준비를 한 강박사와 안병례에게 미안 했는데
박현석은 그래서 결과적으로 호기심을 유발시켜
더더욱 많은 사람이 참석하였다고 위로 하더라.
(4)
숫용추 初入에서 등반대장 강문수의 명으로
부족한 이 몸이 길라잡이로 나섰더라.
오세호의 명으로 호위담당 사병과 문수선생은 후미를 책임짓기로 하고...
숫용추 들머리에서 용추의 언저리를 거슬러 오르는 모습을 보니
나의 걱정이 기우였슴을 금세 알아 차렸더라.
山行하는 이의 몸가짐을 보면 등반실력을 어느 정도 가늠해 볼 수 있는데
숫용추의 된비알을 가배얍게 오르는 모습들을 보니
다들 상당한 등반 실력의 소유자들임을 알 수 있었더라.
(5)
그렇게 머리봉을 향하여 선두에서 인도하는데
마라톤을 꾸준히 실행하는 배용주 선생이 답답함을 호소하는 듯하여
답답하면 먼저 가 머리봉에서 기다리라 하니
말이 떨어지자마자 휑하니 된비알을 뛰듯이 달려가더라.
두 개의 심장을 가진 배원장님! - 대단하더라.
그러나 용주야! 체력단련도 좋지만 이렇게 지천으로 널린
야생화에 눈길을 주지 않음은 이 아름다운 능선에 대한 모독이 아닐까?
이제 知天命에 들어가니 팔팔함만 믿지 말고
이런 날엔 친구들과 담소도 하고
숲과 나무와 꽃들과 對話하며 가는 기술도 터득하그래이.
(6)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은 길은 묵은 솔잎에 쌓여 푹신한데
도회의 산에서는 느낄 수 없는 피톤치트향이 콧끝을 물씬 자극하더라.
그리고 화려한 황금색 옷을 입은 “금마타리”,
부처님 광배 같은 “부처손”,
물가에 사는 봉선화 아가씨 "물봉선"
한창 발정기의 수꿩 벼슬 같은 “산꿩의 비름”
꿩의 다리같은 "산꿩의 다리"
옛적 시골길에 흔하디흔했던 소녀 같은 “패랭이”
그리고 수많은 들꽃들이 지천으로 널려
힘든 급경사를 오르는 동무들에게 고단함을 느끼지 못하게 하였지라.
(7)
언뜻 나뭇가지 사이로 머리봉(매봉)이 보여
선두 그룹에게 매봉의 전설을 설명하고 있는데
저 멀리 황산벌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더라.
앉은뱅이 수목들이 앞을 막고 있어서
그들을 헤치며 나아가니 머리봉 능선의 절벽이 나타나며
도저히 오를 수 없을 것 같은 머리봉이 고개를 들고 있더라.
배선생은 어느덧 천왕봉을 향해 휘달려 갔는지 그림자도 보이지 않더라.
비암도 한마리도 보이지 않더라.
배선생이 물주머니를 준비해 온 것 같았는데
물주머니에 비암을 잡아 넣어갔는지 한마리도 보이지 않더라.
(8)
그래도 조심하여 비암이 없는 길을 찾아
오르는 길을 개척하니 하나, 둘 잘 오르는 동무들.
너른 상월 황산벌과 그리고 대둔산과
덕유산의 하늘금이 뚜렷한 남녘,
또한 식장산과 서대산은 손에 잡힐 듯 한데
멀리 속리산의 마루금이 살짝 드러난 동녘,
그리고 연못 속에 들어 온 듯한 파란 하늘 아래
20여년 만에 만난 친구들과 어떠한 因緣으로
그 계룡의 氣를 모은 매의 부리에 앉아 헤엄치고 있었더란 말이냐?
(9)
머리봉에서 문다래미로 내려오는 벼랑으로 말하자면
내가 처음 부딪혔을 때는 다리가 후들거렸었던지라.
그런대 동무들은 산양처럼 아무런 겁도 없이 성큼성큼 잘도 내려오더라.
정도령이 지금도 한밤중에 드나든다는 문다래미의 문지방을 넘어서니
바위가 희게 변하는 날, 새천지 개벽을 위하여
오실 예정이라는 정도령이 보였더라.
도령은 그렇게 정감록의 豫言을 말하고 있더라.
(10)
그렇게 정도령께 그의 정수리를 침범한
무례에 용서를 구하며 하직 인사를 告하니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은 위치에 천왕봉이 보이더라.
한쪽은 논산시 두마면,
바로 한 발 저쪽은 공주시 반포면인
칼날 같은 능선을 한 사람씩 한 사람씩 건너오니
김선주의 엄명으로 천왕봉 통신소의 철책문이 스르르 열리더라.
(11)
복원한 천단에서 통신공사 직원의 설명을 듣자니
으스스한 寒氣가 스며들었지라.
비록 고도 845m 정도라지만
여기는 한반도의 모든 靈氣가 모여 있다는 영험한 上峰이 아니던가?
그래서 계룡은 신라 5악의 반열에 오르고
국가에서 천제께 제사를 지내는 중악단이 있지 아니하던가?
지금도 한밤중에 태조 이성계 혼령이
무학혼령과 함께 이 능선을 거닌다지 않던가?
오늘따라 視界가 너무 좋아 과거, 현재, 미래불이 있다는
삼불봉은 한 발짝 건너이고 머리봉에서 본 대간, 정맥의 산줄기가
하늘금을 그리며 휘달려가고 있었지라.
정상에서 내려오니 김선주의 엄명으로 잔칫상이 차려 있었지라.
사실 이런 후한 대접을 받으려 산에 오진 않았을 테지만
모두들 친구의 정성과 애정을 느끼며 막걸리를 들이켰지라.
(12)
하산길은 그저 편안하게 담소하며 내려오기에
안성마춤이어서 이따금 우리가 밟아온 능선을 다시 쳐다보며
암용추로 내려오는 발걸음은 가벼웠지라.
암용추에 도달하니 역시 영험한 장소인지라
잠시 가부좌하며 눈을 감고 있는 친구,
나직나직 대화하는 친구들을 보니 역시 수준 있는 친구들이더라.
나 역시 수준있는지라 여기를 지날 때 지은
시조 한 수를 읊지 않을 수 없었지라.
요즈음 -암용추- (2005/7/3)
안으로 잠자는 너 깨울까 두려워서
수면에 그릴 수 없는 물결들의 적요(寂寥)는
밑 모를 침잠(沈潛) 속으로 감아버린 눈동자
우렷이 떠오르는 소름 하나만으로도
아직은 때가 아닌듯 멀리서 바라보다
곁으로 흘끔거리며 지나가는 숨탄것
* 우렷하다 : 모습이나 빛깔이 희미한 가운데 은근하면서도 뚜렷하다.
* 숨탄것:숨이 불어넣어졌다는 뜻으로 '동물'을 가리킴.
(13)
하산 후 장군봉 아래 “꽃피는 산골”에서 진한 우정들을 느끼셨는지?
내일은 비록 자본주의 시장에 나가야만 할 운명들이지만,
삶의 전쟁터에서 총성 없는 전쟁을 수행할 전사들이 되겠지만
계룡에서 얻은 도덕과 양심은 삶의 승리자가 되는 영양소가 되겠지?
先約 관계로 자리를 비운 無禮를 용서 바라며...
남도에서 온 친구, 한양에서 온 친구들은 잘들 귀가 했는지?
여기에 거명 안 된 친구들에게 미안함을 전하며...
이 산행을 기획한 안병례, 강문수 친구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다음 산행에는 별일 있어도 꼭 참석하리라 다짐하며...
같이 동행한 모든 친구에게 이 卒筆을 바치노라.
배달9203/개천5904/단기4339/서기2006/9/12 이름 없는 풀뿌리 라강하
1. 숫용추 초입 들머리
2. 용추의 벼랑을 잘 오르는 친구들
3. 불상의 광배같은 "부처손"
4. 갑자기 야생화에 관심이 많아졌다는 근사한 "박현석"
5. 죄송 - 이름 모름
6. 멋진 "윤여원"
7. 선한 자여! "김병호" "박현석"
8. 네번째에 우리 형에게 몽둥이로 맞았다는 해맑은 "조영호"가 보이네.
9. "이고들빼기"
10. "쇠물푸레나무꽃"
11. "산꿩의 비름"
12. 매가 날개를 펼친 형상의 매봉, 혹은 머리봉
13. 이제야 상봉의 통신탑도 보이고...
14. 향적산까지 뻗은 계룡 남부능선을 뒤로 하고...
15. 아찔한 벼랑도 산양처럼 가볍게 내려오는 친구들
16. 유독 붉은 정열을 자랑하는 문다래미의 "패랭이"
17. 계백과 관창이 말달리던 상월면 황산벌
18. 정도령이 드나드는 "문다래미"
20. 정도령 바위에서 뒤돌아 본 머리봉
21. 칼날능선에서 논산과 공주지경을 밟으며...
22. 상봉은 성큼 다가오고...
23. 여기 풀 한포기까지 정성껏 가꾸고 있다는 영험한 "천단"
24. 중앙이 "삼불봉" 강박사! 심우정사를 찾아보시게나.
25. 황적봉 방향
26. 신도내 방향
27. 장군봉 방향. 오세호가 여기를 올라야 별을 달텐데...
28. 한약재용 "참당귀"
29. "층층이꽃"
30. 암용추
동행한 친구들이 보내온 사진
[초입-머리봉]
[머리봉에서]
[문다래미에서]
[정도령바위]
경천저수지
[천왕봉오르는 길]
[천왕봉에서]
[하산길에서]
[암용추에서]
[게룡산의 야생화 / 성은모 촬영]
각시둥글레
달개비(닭의장풀)
단풍취
산꿩의 비름
달맞이꽃
물봉선
며느리밑씻개
바위채송화
이질풀(쥐손이풀)
벌개미취
보릿대
쇠물푸레나무꽃
삽주
일엽초
수까치깨
주목
박원
들꽃공부 참 열심히 하시는군요. 벗들과의 산행이 즐겁습니다. 2006/09/15 17:11:34
풀뿌리
꽃의 일생 - 사계 - 인생 - 자연의 생장렴장 - 이러한 대자연의 순환은 죽음조차도 두렵지 않게 하는군요. 죽음은 곧 새로운 출발이기에 겨울은 곧 봄이겠지요? 배달9203/개천5904/단기4339/서기2006/9/15 이름없는 풀뿌리 라강하 2006/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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