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의 숨은 진주 수정봉(水晶峰)과 천진보탑(天眞寶塔)(06/9/9)
(1)
계룡산 - 언제 보아도 정겨운 산,
그리 높지 않아도 높은 산이 가진 모든 것을 갖춘 산,
그리 넓지 않아도 넓은 산이 가진 모든 것을 갖춘 산,
그리하여 가볼 만큼 가 보았어도 또 가보고 싶은 산!
(2)
06/9/9(토)
모양이 좋다고 “모양이산”이라고 부른다는 수정봉을 찾아 나섰더라.
일기예보는 5-20mm의 비를 豫告하고
아내는 무슨 雨中山行이냐고 말렸지만
모양이산을 보고 싶은 나의 意志를 꺾지는 못하였지라.
상신리로 접어드니 제법 빗줄기가 굵더라.
그래도 우산을 받쳐 들고 산을 오르는 산꾼들이 몇 보였더라.
(3)
완만한 상신리 계곡길은 오랜만에 온 길인지라
깡촌같던 옛 모습은 흔적조차 없고
아담한 현대식 별장들이 산턱까지 들어찼더라.
그러나 들머리로 접어드니
앉은뱅이 나무들만 올망졸망했던 오름길은
훌쩍 커버린 나무들로 들어찬 숲 속에 묻혀서 간신히 꼬리만 보이더라.
끊임없이 숲을 가꾼 국립공원 관리처의 노력에 경의를 표하며
반지의 제왕에서 보았슴직한 컴컴한 계곡엔
만발한 물봉선이 진달래꽃처럼 붉게 물들이고 있더라.
상신리 물봉선의 꽃받침은 유독 커다랗더라.
(4)
금잔디고개에 다다르니
비는 그쳤는데 산안개가 가득 피어나
아름다운 계룡의 연봉(連峰)들은 볼 수 없더라.
금잔디 고개 너머에 모양이산이 있다하여
원래는 이 고개도 “모양이 고개”라고 불렀다고 하더라.
문득 老人 한 분이 있어 푸념을 들어보니
禁草 하러 상신리에서 올라 왔는데
도회에 나가 오지 않는 자식들을 탓하고 있더라.
(5)
모양이 고개를 뒤로 하고 갑사 방향으로 향하니
비가 그쳐서인지 갑사 쪽에서 많은 사람들이
가파른 돌계단을 오르고 있더라.
이 급경사지에 돌계단을 놓은 사람들은 누구일까?
이런 생각을 하며 뛰다시피 내려가니 오른쪽에 신흥암이 보이더라.
신흥암은 천진보탑을 갖고 있어서
잘 가꾸면 아름다울 텐데 참 아쉽더라.
콘크리트 누각이 입구를 차지하고
大殿을 만드느라 경내가 어수선하더라.
어수선하긴한데 요사채에도, 대웅전에도
흰 고무신만 놓여 있고 인기척조차 없더라.
여기서 수정암릉으로 가는 길을 물으려 했는데
물어볼 사람이 없어 어림짐작으로 가야할 운명이었더라.
다행이도 대웅전 너머로 삼불봉의 氣를 받아
瑞氣放光한다는 천진보탑이 보이더라.
천진보탑 언저리에는 수정봉으로 가는 길이 있겠지.
(6)
산신각을 돌아 천진보탑을 親見하였더라.
안내판에는
“이 탑은 인공으로 만든 탑이 아니고, 탑 모양을 한 자연 바위이다.
전설에 의하면 석가모니 부처가 열반한 후 인도의 아육왕(阿育王, Asoka)이
구시나가라국에 있는 사리탑에서 부처의 사리 8곡(斛) 4두(斗)를 발견하였다고 한다.
이를 시방세계에 나누어 줄 때 사천왕 가운데 북방을 담당한
비사문천왕(毘沙門天王, 多聞王)을 계룡산에 보내어
이 천연 석탑 안에 사리를 두었는데
아도화상(阿道和尙)이 이 사리를 발견하고서
천진보탑이라 불렀다고 한다.”라고 설명하고 있었는데
계룡산에서 氣가 제일 세다는
삼불봉 아래에 있는 천진보탑은
삼불의 氣를 흡수하여 瑞氣放光한다는데
그 찬란한 빛을 높은 道를 터득한 사람만이 볼 수 있다고 한다더라.
(7)
천진보탑을 몇 바퀴 돌고,
그리고 燭臺에서 三拜하고,
다시 올려다 보고
아쉬움을 뒤로 하고 능선으로 오르는 길을
눈 들어 수색하는데
“水晶峰 九曲”이라 음각된 선돌이 보이더라.
그러니까 여기가 갑사 구곡의 발원지렷다.
그 선돌 언저리를 잘 살피니 수정봉으로 向함직한 오솔길이 보이더라.
(8)
가파른 비알을 오르니 능선이 나타나며
병풍 같은 암릉지대가 나타났더라.
신기하게도 거기에도 가물가물하긴 하지만 길의 흔적이 있더라.
사람들이 그리 많이 다니지는 않은 것 같더라.
비록 雲霧에 가려 연천, 문필, 관음, 삼불은 보이지 않았지만
피어나는 운무에 이따금 드러내는 樹海의 바다,
그리고 이름 모를 봉우리들은 한 폭의 동양화더라.
거기에 산취꽃은 제철인 듯 절정이더라.
그러한 풍광을 감상하며 암릉에 앉아 있자니 寒氣가 스며 오더라.
서둘러 발걸음을 재촉하니 어느덧 수정봉 정수리더라.
(9)
수정봉 정상엔 건강한 소나무들이
잘 자라고 있더라.
지난 주 와 봤지만 운무에 덮인 모양이산은 새로운 느낌이더라.
다시 금잔디 고개에서 상신리로 휘달려 내려오니
안개는 걷혀가고 있었지만 하늘을 맴도는 구름은 물러갈
기색조차 보이지 않더라.
09:30-14:30, 총 5시간 소요.
배달9203/개천5904/단기4339/서기2006/9/9 이름 없는 풀뿌리 라강하
1. 갈잎이 막 패어나는 산행 들머리의 아름다움
2. 이슬 머금은 "수크령"이 우거진 오솔길
3. 원시를 간직한 중턱
4. 중턱의 이정표
5. ?(승마)
6. 운무에 휩싸인 인적 없는 금잔디 고개
7. 오지 않는 자식을 기다리며 금초길에 나선 노인
8. 신흥암에서
9. 천진보탑
10. 갑사 구곡의 시작점
10, 수정봉에서
11. ?
12. 물봉선
13. 며느리배꼽 / 며느리 밑씻개
14. 누리장나무
15. 메밀꽃
16. 꽃범의 꼬리
17. 설악초
18. 상신리 동구밖 갈꽃
19. 상신리 동구밖 억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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