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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망 좋은 가을 덕유종주를 이루다.(1) (06/09/16)

이름없는풀뿌리 2015. 7. 13. 16:12

 

 

 

 

 

조망 좋은 가을 덕유종주를 이루다.(1)


가. 산행계획

 

그러니까 작년에 찜찜하게 덕유산 縱走를 했던 記憶이 항상 떠올라 정효근 사장님을 만날 때마다 그 얘기를 꺼내곤 했었다.  그런데 그가 부천으로 轉勤 가는 바람에 同行縱走는 영영 불발되나보다 하고 혼자만이라도 제대로 된 종주를 決行해보리라 마음으로 다짐하고 있었다. 얼마 전 그로부터 다른 일로 전화가 왔다. 이야기 도중 “해결하지 못한 일이 있는데 해결해야하지 않겠느냐?”고 물어오는 것이었다. 그런 提案을 마다할 내가 아니었다.

 

이번엔 작년 가을의 무리한 산행을 교훈삼아 아예 1박2일로 계획하고 삿갓재대피소에 미리 숙박 신청까지 하였다. 그리고 준비물을 일일이 시시콜콜하게 目錄을 적어 준비하지 않고 1박2일에 맞게 각자 알아서 준비하기로 하였다. 출발지인 육십령까지는 한상희 사장님께서 수고해 주시기로 하셨다. 한사장님은 내일 반대편 삼공매표소까지도 왕림하셔서 우리를 引導해주시기로 하셨다.


나. 恨많은 육십령까지

 

대통고속국도를 달려 장수IC에서 빠져나와 먹고살기 힘든 시절에 하도 盜賊이 창궐하여 육십 명이 떼 지어 가야지만 넘을 수 있다던 꼬불꼬불한 六十嶺을 찾아 오르니 해발 734m가 믿어지지 않게 휴게소 시설이며 정자와 마을, 전답까지 즐비하다. 이제 도적도 옛말인가? 아니면 도적들이 부유해져서 마을까지 꾸미었나? 전북 장수와 경남 함양을 넘나드는 길은 대간의 마루금을 절개하고 뱀처럼 기어가고 있는데 고갯마루 근처엔 근사한 전원주택 團地까지 들어서 있다. 그러나 그러한 風光이 왠지 유명한 육십령과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으로 보였다. 

 

그러니까 여기가 대간꾼들이 꼭 들르는 白頭大幹을 가르는 허리인 셈이다. 南으로는 깃대봉을 거쳐 지리산까지, 北으로는 덕유산, 추풍령을 거쳐 태백산, 설악산 그리고 종국에는 DMZ을 넘어 백두산까지 뻗어 가리라. 그런데 시간이 벌써 11:20분이다. 너무 늦은 출발이다. 정사장님은 당초 당일종주를 제안했었는데 내가 거부했다. 좀 여유 있게 쉬엄쉬엄 가지 않으면 자신이 없다고 엄살을 떨었더니 1박2일에 찬성하셨던 것이다. 그런데 발 빠른 그가 늦장을 부려 당초 10:00출발 예정보다 훨씬 넘긴 시각에 출발하게 되었으니 오늘도 여유는커녕 서둘러 가야 삿갓재 대피소에 어둡기 전에 도착할 것이란 조급함이 앞서게 한다.


다. 제 1일(06/9/16/토) 육십령에서 삿갓재 대피소까지


(1) 육십령(734m)-할미봉(1013m)

[11:40-13:00, +80분=80분]

 

점심이 가까워 휴게소에서 추어탕으로 한 끼를 때우고, 배낭을 점검하고, 등산화를 동여매고 한상희 사장의 배웅을 받으며 산행 들머리로 접어들었다. 백두대간 종주 오름길(登路)치고는 너무 옹색하고 협소하지만 서낭당 신단목에 달린 오색천처럼 주렁주렁 달린 대간꾼들의 형영색색의 리본을 보건데 백두의 허리임이 분명한 것 같다. 高度 차이가 별로 없는 완만한 능선길로 보아서는 白頭의 허리답지 않다. 더구나 능선 우측의 비닐하우스 단지며 골재 채취하느라 흉측하게 절개된 斜面과 골재 채취 파쇄음은 산행의 기분을 반감시키는 아주 좋지 않은 광경이지만 자본주의 국가에서 살자니 이 정도는 감수해야하는 현실을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육십령에서 30분쯤을 걸으니 첫 번째 봉우리에 도착했고 발파음도 약해졌다. 더구나 조망바위가 나타나 산 아래의 누런 들판을 조망하니 조금 안정되는 기분이다.

 

이제부터 天然의 덕유의 품에 안겨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해 보자고 다짐해 본다. 공터인 봉우리에 올라 건너편을 바라보니 奇巖으로 어우러진 할미봉이 어서 오라고 손짓한다. 헬기장을 지나니 점차 바윗길이 시작되면서 급사면이 시작된다. 여기서 최초로 등산객을 만났다. 그들은 영각사 방향에서 오는 분들이었다. 일찍 출발하신 분들인 것 같다. 급한 바위 斜面과 씨름하며 할미봉에 도착하니 육십령에서 딱 한 시간 거리다. 할미봉 頂上엔 파노라마 전망 안내판이 놓여있어 그것을 對照하며 남녘을 살펴보니 깃대봉, 영취산, 지리산 천왕봉까지 선명하게 다가온다. 그만큼 오늘은 날씨가 좋다.

 

작년 종주 때에도 날씨가 좋아 조망이 좋았는데 오늘도 덕유 山神의 배려로 이러한 幸運을 안게 되었으니 우리가 그렇게 나쁜 일은 하지 않고 살아왔나보다 생각하고 앞으로도 그리 살리라 다짐해본다. 덕유산의 아래쪽으로는 아늑하고 완만한 산사면 아래 넓게 자리 잡은 덕유교육원이 내려다보이고, 남쪽으로는 지리산을 포함한 유명한 여러 봉우리들이 하나 둘씩 어림된다.


(2) 할미봉(1013m)-덕유교육원이정표

[13:00-14:00, +60분=140분, +5.2km=5.2km]

 

할미봉에서 북쪽으로 진행하는 내리막은 매우 가파르고 상당히 위험하다. 로프가 있긴 하지만 낡았고 아쉽게도 누군가 중간지점을 절단해 놓아 줄을 잡고 내려서기가 망설여진다. 날렵한 정사장님의 도움으로 겨우 통과했다. 겨울이나 비오는 여름철이라면 아주 위험한 구간이 될 것이다. 작년 종주 때 덕유산신이 이러한 위험구간 때문에 우리를 전북 계북면 쪽으로 인도 했나보다고 생각하니 다시 한 번 덕유산신의 배려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구간을 내려서니 다시 완만한 능선길이 이어지다가 큰 바위를 우측으로 비켜간 후 공터로 된 봉우리를 지나니 덕유교육원 삼거리가 나온다. 이정표에 남덕유 3.6km, 육십령5.2km, 교육원 1.6km로 되어 있음을 보니 서봉(장수덕유)을 보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덕유교육원에서 출발함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특히 야간산행시 위험한 할미봉을 피하여 이곳으로 하산함도 좋으리라는 생각을 해 본다.

 

산죽이 우거진 평탄한 오솔길을 지나니 지나온 남쪽으로 전망이 좋은 헬기장이 나타난다. 평탄한 헬기장 한편에 보기에도 관록이 묻어나는 한 사나이가 홀로 서 있다. 우리와 동년배인 듯한데 혼자서 백두대간 종주중이란다. 서울에 사시는 분인데 지리산에서부터 출발했으니 이제 막 종주를 시작한 셈이다. 그러나 그의 풍모를 보건데 반드시 대간종주를 이루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의 배낭을 들어보니 우리의 두 배 정도는 어림된다. 여기서부터 온통 야생화 천국이다. 산국화며 개미취들은 봄부터 어디에 숨어있다간 일시에 그 해맑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단 말인가? 너무나 깨끗한 그들은 티 없는 소녀의 얼굴 같다.


(3) 덕유교육원이정표-서봉(1492m)

[14:00-16:00, +120분=260분, +1.6km=6.8km]

 

헬기장을 지나자 급한 오름이 시작되며 20분 정도를 더 올라가니 바위봉우리에 도착하는데 서봉이 가깝게 보이면서 동쪽 건너편 남덕유 정상에 서 있는 하루살이 크기만 한 사람들이 識別된다. 서봉 쪽은 서서히 단풍이 물들어 감을 느끼겠다. 하지만 8부 능선 이하의 산자락은 아직 초록세상이다. 머지않아 단풍은 무서운 속도로 아래로 아래로 타들어 갈 것이다.

 

서봉에 近接할수록 기암괴석과 개미취, 산오이풀등 야생화가 어우러져 오르는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단언하건데 북덕유와 남덕유를 통틀어 서봉(장수덕유)이 비록 높이는 세 번째라지만 경치는 제일이라고 말하고 싶다. 문득 바라보니 그 암릉에 어떤 분이 내가 지나가는 것도 모르고 남덕유를 바라보고 경치에 푹 빠져있다.

 

서봉 바로 아래 서북릉으로 갈라지는 지점에는 많은 돌탑들이 쌓여있다. 바로 여기가 작년가을 종주시 길을 잘못 든 부분이다. 참샘방향이다. 그래서 더더욱 반가웠다. 검은 먹구름이 피어오르던, 우리가 넘었던 봉우리들이 아름답게 전북 계북면 측으로 뻗어가고 있었다. 정사장과 그렇게 서봉 주위를 조망하며 휴식하자니 대간꾼이 나타난다. 무거운 짐 때문에 천천히 걷는 것 같았다. 그래도 지친 모습은 전혀 찾아 볼 수 없다.

 

북쪽을 바라보니 삿갓봉, 무룡산, 향적봉 근처에 서 있는 중계탑까지 보인다. 동녘에 피라미드 같은 삼각형의 남덕유가 웅장한 산세를 뽐내고 있다. 서봉에서의 지난 가을의 추억을 반추하며 급경사의 鐵階를 내려오니 서봉 북측계곡은 이미 붉게 타들어 가는 가을의 절정이다.


배달9203/개천5904/단기4339/서기2006/9/16 이름 없는 풀뿌리 라강하

 

덧붙임)

 

1. 왜 눈을 감고 계십니까?

 

 

 

 

 

 

 

 

2. 마침내 나타난 할미봉

 

 

3. 할미봉 암릉의 절경

 

 

4. 할미봉 조망 안내판

 

 

5. 할미봉에서 내려가는 정사장님

 

 

 

 

  6. 완만한 길을 경쾌하게 걷는 정사장님

 

 

7.  덕유교육원 안내판 3거리

 

 

8. 대간꾼들의 리본

 

 

9. 헬기장에서 남덕유를 향하여 

 

10. 지나온 길을 되돌아 보며...

 

 

11. 드디어 서봉이 보이다.

 

 

12. 해맑은 소녀같은 구절초, 개미취는 지천이었다.

 

 

13. 서봉을 배경으로 나도 한컷

 

 

 

 

14. 서봉의 아름다움

 

  

 

 

 

 

15. 암릉과 어우러진 산오이출

 

 

 

 

16. 서봉에서

 

 

17. 지난 가을 야간에 지나간 전북 장수군 계북면 방향

 

 

 

 

18. 이미 가을의 중심에 와 있는 서봉 북사면

 

 

19. 그리고 남사면의 암릉미

 

 

20. 동사면의 남덕유의 위용

 

 

21. 북으로 향적봉까지 뚜렷한 조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