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여행과산행길

조망 좋은 가을 덕유종주를 이루다.(3) (06/09/17)

이름없는풀뿌리 2015. 7. 13. 16:14

 

 

 

조망 좋은 가을 덕유종주를 이루다.(3)


라. 제 2일(06/9/17/일) 삿갓재 대피소에서 삼공리까지


(1) 삿갓재대피소(1280)-무룡산(1491.9m)

(04:40-06:00, +80분=80분, +2.1km=2.1km]

 

그렇게 뒤숭숭하게 잠을 자다 언뜻 시계를 보니 새벽 04:20분이다. 서둘러 정사장님에게 몸짓을 하니 그는 이미 깨어 있는 터였다. 서둘러 배낭을 둘러메고 대피소를 나오니 정사장님이 하늘의 별을 보고 감탄하였다. 칠흑의 어둠 속에 빛나는 보석을 흩뿌려 놓은 듯한 하늘을 보고 감탄하지 않음이 이상한 일일 테지만

 

정사장님!

난 이미 지난밤에 보았소이다.

그러나 지금 보아도 더욱 아름답구료.

 

서둘러 참샘에 내려가 수통에 물을 채우고 다시 올라와 볼 일을 보고 나니 04:40분에 출발할 수 있었다. 잘 하면 무룡산에서 日出을 볼 수 있으리라. 登路에 우거진 수풀엔 간밤에 이슬이 내려 바지가 흠뻑 젖는다. 산죽이며 싸리 등이 울창하게 우거져 그렇게 많은 등산객들의 출입에도 길을 덮어 없앨 기세다. 어떤 곳은 키 높이까지 수풀이 자라 헤치고 나가기가 쉽지 않다. 그러다간 이내 덕유 특유의 완만한 능선길이 길게 이어진다.

 

어제 보았던 대로 무룡산 오르는 길도 지난여름 수해로 허연 속살을 드러내고 복구공사가 한창이었다. 무룡산 8부 등선쯤 오르니 비박하는 텐트들이 보인다. 혹시 어제의 대간꾼이 있는지 살펴보았지만 그가 어떤 텐트를 쓰는지 알 수 없으므로 소용없다. 동녘하늘에 실핏줄 같은 밝음이 보인다. 급경사의 무룡산에 오르니 낮게 깔린 雲海까지 희미하게 보인다. 여기서 日出을 볼꺼냐 아니면 移動할 것이냐를 놓고 고민하다가 삼공리에 13:00도착해야하므로 능선에서 일출을 맞이하기로 하고 그대로 前進한다.


(2) 무룡산(1491.9m)-동엽령(1320m)

[06:00-08:00, +120분=200분, +4.1km=6.2km]

 

동녘은 점점 밝아진다. 골골이 깔린 雲海는 한 폭의 동양화다. 드디어 산죽이 우거진 긴 터널을 통과하니 붉은 해가 고개를 내민다. 흡사 임산부의 자궁이 열려지면서 아기가 태어나는듯하다. 천지사방으로 핏물이 퍼져나가며 아기의 울음소리인 듯 풀벌레소리가 요란하다. 그렇게 우리는 무룡산과 동엽령 중간지점에 있는, 그래도 운 좋게 능선이 아닌 이름 모를 소봉에서 덕유종주의 장엄한 일출을 맞이하였다. 06:20분쯤이었다.

 

렇게 大自然의 産苦의 뒤척임을 지켜보면서 우리 자신은 産婆役을 自任하며 대자연 속으로 자신을 던져버리며 沒入하다가 小峰을 내려가니 산죽과 잡목이 많은 능선길이 또 길게 이어진다. 무룡산에서부터 이어지는 능선길은 굴곡이 심하지 않은 완만한 길이어서 思念에 젖게 하여 가는 속도를 더디게 하는 것 같다. 이제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어떻게 해서든 삼공리에서 기다리실 한상희 사장님과 시간을 맞춰야 했기 때문에 나름대로 서둘러 전진하였다.

 

돌탑이 있는 이름 모를 소봉에 도착하니 어제 만난 대간꾼이 비박한 텐트를 걷고 있음이 목격되었다. 우리는 여기서 대간꾼과 아침 식사(06:40-07:30)를 하기로 하고 배낭을 풀었다. 식사는 정사장님이 준비한 햇반으로 하고 차를 마셨다. 정사장님! 그 햇반 맛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어제부터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정들었던 대간꾼은 이제 송계삼거리(백암봉)에서 빼재 방향으로 가고 우리는 북덕유 향적봉으로 가야하니 헤어질 시간이다. 여기에서도 덕유의 주봉 향적봉은 백두대간 종주길에서 벗어나 있는 것이다. 그와 헤어져 30여분 걷자니 억새가 막 패어나기 시작한 완만한 능선이 나타난다. 수많은 산꾼들의 등산화에 이마가 벗겨진 동엽령이다.


(3) 동엽령(1320m)-송계3거리(1420m)

[08:00-09:20, +80분=280분, +2.2km=8.4km]

 

지루하다는 느낌 밖에 들지 않는 송계3거리까지의 길에서 내려다보니 가을은 산 아래로 줄담음치고 있다. 동엽령에서 송계3거리까지의 거리가 짧다고 생각했는데 가도 가도 끝이 없다. 향적봉에서 오자면 내리막인데 반하여 중봉까지 점점 高度가 올라가는 관계로 숨이 턱에 차고 지쳐 더딘 이유이리라.

 

백두대간의 갈림길인 송계3거리(백암봉)에 도착하니 09:20분! 잘 하면 삼공리까지 13:00시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시간에 쫓기는 산행을 하고 싶진 않았는데 우리를 위해 봉사하는 한사장님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다.

 

지난여름 무성했던 원추리는 시들어가고 이름 모를 야생화들이 대신 덮고 있는 덕유평전을 거쳐 가파르게 오름길을 형성한 중봉 가는 길은 정말 미칠 것만 같다. 그래도 항상 그랬듯이 이를 악물고 한걸음씩 내딛으니 중봉이 반겨준다.


배달9203/개천5904/단기4339/서기2006/9/17 이름 없는 풀뿌리 라강하  

 

 

 

 

 

 

 

 

 

1. 무룡산 정상은 아직 어둠에 쌓여 있고

 

 

2. 무릅보호대를 차시고도 웃음을 잃지 않는 정사장님

 

 

3. 어둠 속에서 드러난 이름모를 나무 열매

 

 

4. 여명 속의 무룔산, 삿갓봉, 남덕유, 장수덕유

 

 

 

 

5. 산모 - 드디어 해산의 조짐이 보이다.

 

 

6. 산죽과 능선 그리고 운해 

 

 

 

 

 

 

 

 

 

 

 

 

7. 드디어 아기가 자궁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8. 아침 햇살에 드러난 덕유 평전

 

 

 

 

 

 

9. 동엽령 가는 길에 본 들꽃(투구꽃)

 

 

 

 

 

 

 

 

10. 동엽령 가는 길

 

 

 

 

 11. 동엽령

 

 

12. 동엽령에 핀 구절초

 

 

13. 백암봉은 멀고

 

 

14. 백암봉(송계삼거리 / 대간갈림길)

 

 

15. 백암봉의 산부추꽃

 

 

16. 중봉 근처의 억새밭

 

 

 

 

박원 산에서 보는 일출 참 장관이지요. 그 서늘하고 신선한 공기와 산기운 일출장면..
학창시절에 느껴본 경험이랍니ㅏㄷ. 그런 경험을 하시다니..
부럽습니다.  2006/10/09 19:28:33  
풀뿌리

그래서 불편함을 무릅쓰고 1박하나 봅니다. 감사합니다.

배달9203/개천5904/단기4339/서기2006/10/9 이름 없는 풀뿌리 라강하 2006/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