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망 좋은 가을 덕유종주를 이루다.(4)
(4) 송계3거리(1420m)-중봉(1525m)
[09:20-09:50, +30분=310분, +1.0km=9.4km]
중봉에 먼저 올라 서 계신 분이 내려다보며 반겨준다. 육십령에서 왔다하니 다시 덕유종주 축하의 인사를 건넨다. 그리고는 지리산, 가야산, 대둔산, 계룡산, 서대산의 조망을 자세히 설명해 주신다. 어제보다도 오늘이 더욱 조망이 좋다. 그 분도 산을 엔간히도 사랑하시는가 보다. 모르는 산들의 이름까지도 줄줄이 꿰고 계신다.
잠시 숨을 돌렸는데 갈 길이 바쁘다. 그래도 어려운 고비들은 다 넘겼다. 앞으로의 거리가 꽤 남긴 했지만 향적봉까지는 평탄한 길이요, 거기서 백련사까지는 일사천리로 내리막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사장님의 다리가 시원찮다. 어제부터 그렇게 빠름을 자랑하더니 무리였나 보다. 내가 가져온 무릅보호대를 착용하니 좀 나은지 흡족한 표정이시다.
(5) 중봉(1525m)-향적봉(1614m)
[09:50-10:20, +30분=340분, +1.1km=10.5km]
중봉에서 향적봉으로 向하는 길엔 朱木 군락이 있다. 남덕유 어디에도 주목은 없는데 중봉과 향적봉 근처에만 自生한다. 이상한 일이다. 고도가 비슷한 서봉이나 남덕유에 구상나무는 있는데 주목은 살지 않는 것이다. 주목도 그 산의 우두머리인 상봉을 아는가 보다. 용트림을 자랑하는 살아있는 주목님들, 그리고 돌아가신 주목님들도 잘 계셨다.
야생화와 각종 나무 열매는 가을의 한복판에서 따사로운 햇볕을 만끽하고 있다. 그러한 풍경을 완상하노라니 지난여름 둘째 애와 아내와 왔던 기억이 떠오르며 저 만치 앞에 둘째 놈이 걸어가는 것만 같다. 둘째 애의 어깨너머로 향적대피소가 보이고 사람들이 엉겨붙어있는 상봉의 암릉도 보인다. 다시 눈을 부비고 보니 둘째 애는 간데없고 이름 모를 야생화 한 송이가 피어있다.
대피소에서 잠시 숨을 돌리고 향적봉 정상에 도착하니 10:10분이다. 30분 거리를 20여분 만에 온 것이다. 향적봉은 곤돌라를 타고 온 등산객들로 滿員이다. 신사복을 입고 오른 사람, 하이힐을 신고 오른 여성, 파파노인들도 보인다. 그들이 전망 안내판 앞에서 주위를 조망하며 감탄사를 뱉어낸다. 오른 쪽으론 대통 고속국도가 씩씩하게 달려가고 있다.
(6) 향적봉(1614m)-백련사
[10:20-12:00, +100분=440분, +2.5km=13.0km]
향적봉에서의 하산길은 一瀉千里로 내리막길이어서 편안하지만 하산에 자신 없는 사람들에겐 오히려 지옥이다. 흔히 등산은 내리막이 더 위험하다던가? 다리 근육을 반대로 움직여야하므로 그런가? 정사장님은 계속 쳐진다. 믿을 수가 없다. 그렇게 씩씩하고 강철 같던 분이 쳐지는 모습을 보니 도무지 믿을 수가 없다. 그래도 관록이 있어서인지 일정거리 이상은 떨어지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 오름길을 오르며 정상이 얼마나 남았느냐고 묻는다. 그러면 으레 “얼마 안 남았습니다. 바로 요 위입니다.”고하지만 믿지는 않는 눈치다. 그래도 묻는다. 문제는 그 애매모호한 추상형의 답변이다. 얼마 안남은 거리가 어떤 이에겐 1km일 수도 있고 어떤 이에겐 10km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내려가니 드디어 부도탑이 나타난다. 여기가 해발 950m이니 백련사는 841m인 계룡산보다도 높은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고 보아야한다. 부도탑에서 조금 내려가니 연꽃이 핀 듯한 가람구조의 백련사가 반겨준다.
(7) 백련사-삼공리
[12:00-13:10, +70분=510분, +6.0km=19.0km]
대웅전, 대웅전 옆의 옹달샘, 천왕문, 요사채, 일주문, 부도전 등 모두모두 5년 전 모습 그대로였다. 조금 달라진 모습이라면 대웅전 뒤편에 새로 산신각을 세운 점일 것이다. 아직 단청조차 하지 않았다. 정사장님은 돌계단을 우회하여 산문 입구로 내려가신다.
백련사에서 삼공리까지는 6km에 달하는 지루하기만한 코스이지만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아름다운 코스이기도 하다. 굽이굽이 구천굽이 돌고 도는 계곡 양 옆으로 덕유 8경이 이어지며 아름드리 천연림이 우거진 시오리 길이 우리나라에 얼마나 있을까? 등산로 입구마다 위락시설과 음식점이 들어차고 심지어 러브호텔까지 들어찬 곳이 허다한데 이러한 숲을 保全하고 있다는 게 奇蹟이다.
나는 그래서 완만하지만 고원의 평전을 가진 덕유산을 사랑한다. 중간에 있는 송어 양식장을 일부러 지나왔다. 정사장님에게 팔팔 뛰노는 건강한 송어의 군무를 보여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거의 뛰다시피 내려오니 정확히 13:10분이다. 한사장님은 이미 삼공리에서 기다리고 계셨다. 1시간 40여분의 길을 1시간 10분에 내려온 것이다.
마. 後記
1) 산행 들머리및 날머리까지 개인적인 시간을 내어 우리를 인도해 주신 한상희 사장님께 감사드린다.
2) 작년의 종주와 함께 금번에도 빠른 발로 이끌어 주신 정효근 사장님께도 감사드린다.
3) 덕유 종주 31.3km, 16시간은 당일에도 가능하지만 역시 여유를 갖고 1박 2일로 함이 좋다고 생각한다. 1박하며 바라보는 밤하늘이 압권이기 때문이다.
4) 남덕유는 암릉이 어우러진 산세의 아름다움을, 북덕유는 고원지대 특유의 야생화가 어우러진 완만한 능선과 천년을 산다는 주목이 압권이다.
5) 이제는 겨울 덕유만 남은 셈인데 겨울 雪景이 또한 덕유의 자랑이라고 들었다. 설경이라면 암릉이 훌륭한 남덕유가 좋을 텐데 [교육원-서봉-남덕유-영각사]를 한번 시도해 보고 싶다.
배달9203/개천5904/단기4339/서기2006/9/17 이름 없는 풀뿌리 라강하
1. 중봉 오르는 길
2. 중봉에서 뒤돌아 본 남덕유 방향
3. 중봉에서 본 향적봉 방향
3. 덕유평전의 죽은 주목
4. 향적 대피소 근처의 칼잎용담(과남풀)/수리취/괴불나무
5. 향적봉대피소 / 향적봉
6. 향적봉에서 본 설천봉
7. 부도탑 근처의 이정표
8. 백련사 대웅전
9. 백련사 천왕문
10. 백련사 일주문 / 백련사 입구 이정표
11. 삼공리 계곡입구
[서봉-남덕유]는 巖山, [남덕유-북덕유]는 陸山, [향적봉-백련사]는 끝없는 나무계단과 돌계단입니다. 參考하세요. 감사합니다. 배달9203/개천5904/단기4339/서기2006/10/3 이름 없는 풀뿌리 라강하 2006/10/09
박원
향적봉가는 길도 넉넉한 육산이군요. 설악산 치악산은 돌로 된 산이라 무척 고단한 길인데 흙을 밟으며 산행을 하니 덜 피곤하더군요. 지난 연휴에 소백산을 갔는데 거기더 이 산길처럼 두툼한 흙길이라 즐거웠습니다. 2006/10/09 19:32:19
풀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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