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벽으로 오른 白雲臺, 靈峰에서 바라보는 仁首峰
(1)산행준비
지난 번의 오봉 복습으로
한양으로 온 뒤 한양의 山들에 대한 맛보기는 하였으되
이제 그 사이 사이를 장식하는 진정한 秘景들을 찾아보기로 하였는데
마음 속에 둔 그 중 하나가 무시무시하다는 숨은벽 찾아보기였다.
08/2/23(토)
나 홀로
[국사당-숨은벽-백운대-하루재-영봉-육모정-우이동]의 길을 도상계획하고,
强風이 종일 불 것이라는 일기예보를 무릅쓰고
아내의 만류에 대하여는 위험한 길은 무조건 우회할 것이라 안심시키고
찬 물 한 병, 곶감, 따슨 물 한 병, 라면1봉을 꾸리고
강풍에 대비한 방한복을 추가로 배낭에 넣고 집을 나서다.
(2) 성황당(국사당)-해골바위
(10:00-11:00, +60=60)
숨은벽은 처음 가는 길인지라
송추행 버스 운전기사님께 여짜오니 성황당 앞에서 하차하라 하신다.
동시에 내리는 산님들을 따라 가니 "국사당"이란 표지기가 나타나며
이어 국사당 굿당과 장승, 밤골공원지킴터가 니타난다.
그 앞 이정목엔 백운대로 오르는 두 코스를 안내하고 있다.
3.0km능선길, 3,2km계곡길인데 당연 택한 능선길.
나중에 안 일이지만 해골바위를 보려면 무조건 능선길을 택하여야 할 것이다.
굿당.
어릴적 마을 마다 있던 무당.
그리고 동구 밖의 오색천이 휘날리던 성황당.
누가 아프면 무당을 모셔와 밤새워 굿을 하곤 하였지.
신들린 무당이 울긋불긋한 옷을 입고 굿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 풍장소리가 이 굿당 앞을 지나가니 지금도 귀에 들려오는 듯...
國事堂인지 國師堂인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山이름 중
제일 많은게 이 국사봉이 아닌지?
그만큼 국가안위를 생각했다는 뜻?
그저 완만한 능선길인데
정성들여 돌계단을 놓은 것을 보니 많이 다니는 길인듯.
이런 계단이 맨땅보다 오히려 훼손을 방지한다고 생각.
30여분 오르니 역시 숨은벽이 반기기라도 하듯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데도 그의 거친 숨소리가 들리며
된비알이 시작된다.
거의 直壁에 가까운 벼랑 사이로 드디어
백운대 악어능선이 근육질이 드러내기 시작한다.
군데 군데 구조표지기는 사기막골이라 되어있다.
사기막골? 밤골? 효자리계곡? 성황당? 국사당? 뭐가 맞는지 모르겠다.
(3) 해골바위-백운대(836.5m)
(11:00-12:10, +70=110분, +3=3km)
우회하여 오른 해골바위 쉼터는
그야말로 일망무제.
현기증 나는 암벽들에 가로막힌 그 한가운데
너른 마당바위의 쉼터 아래 해골 형상의 바위가 누워있다.
멀리 오봉, 자운봉을 안고 있는 도봉산과 가까이 상장능선이
파란 하늘 아래 뚜렷한 하늘금을 그리며 달려가고 있다.
그러나 세찬 바람은 體溫을 급강하시키며 발걸음을 재촉한다.
해골쉼터를 지나니
드디어 숨은벽능선이 그 위용을 뽐낸다.
백운대를 지탱하여 주는 숨은벽 능선.
계룡산 천왕봉에서 머리봉으로 진행하여 가는
남부능선의 날등같은 날카로운 숨은 능선.
오늘은 너를 이렇게 가까이에서 쓰다듬어 주는 것으로 만족하자.
숨은벽 하단 사이의 암벽틈을 탈출하여
숨은벽 발치까지 내려 가다가는 다시 된비알을 오른다.
오르며 왼편 숨은능선을 바라보니 마치 몇 년 전 지난
속리산 관음봉에서 진행하여 간 문장대 발치가 생각난다.
백운대의 뿌리도 문장대만큼이나 깊고 단단하다.
음지의 된비알은 녹아내리는 눈이 얼어 유리알이다.
그 유리알을 조심 조심 한발 한발 나아가니
백운대와 인수봉 사이의 숨은벽 頂上에 해당하는
V안부가 나타난다.
주위 산님들께 여짜오니
그대로 안부를 통과하여 내려서면 위문이 나오고
V안부의 오른쪽 비탈을 오르면 호랑이굴이 나오는데
그 굴과 아주 센 된비알을 견디면 바로 백운대로 올라간단다.
하지만 오늘은 아내와의 약속대로 무조건 우회.
백운대(836.5m)-찬바람으로 사람이 적어 실컷 주위 조망.
만경대(799.5m)-찬바람으로 상고대 연출, 아슬한 만경대에 오른 사람들.
인수봉(810.5m)-찬바람과 강풍으로 줄타는 사람 하나 없는 깨끗한 모습.
(4) 백운대(836.5m)-위문(625m)
(12:10-12:45, +15=125분, +0.3=3.3km)
별로 지체되지 않는 길을 내려오며
바라보는 주위 경치는 새로운 맛.
서울 와 4번 오른 백운대이지만 올 때마다 새로운 맛.
오늘 다시 백운대의 정상에 섰지만 거기서 바라보는
만경대, 노적봉, 여우굴내림길, 염초능선, 악어능선, 인수봉 모두 모두 새롭다.
위문 앞 이정목엔 백운대탐방지원센타1.7km, 백운대0.7km,
대남문4.1km, 북한산성탐방지원센타3.8km라 표시.
(5) 위문(625m)-백운산장대피소
(12:45-13:10, +25=150분, +0.2=3.5km)
항상 부산했던 백운산장 앞뜰은
추운 날씨로 한산한 모습.
가져온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면서(20분) 주위 山客들과 담소.
이렇게 무제한 개방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600년 역사의 숭례문이 불탔다고 슬퍼한다지만
수 십 억년의 自然의 山物인
수도 서울 속의 아름다운 북한산, 도봉산의
훼손에 대하여는 아무도 관심없고
무절제한 제한구역의 출입과 그로 인한 샛길,
그리고 끊임없이 무너져내리고 훼손되는 현실.
무엇보다도 그 속에서 居住의 자유를 누려야하는
草木들과 동물들이 멸실되는 현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북한산의 통행을 제한하고
제한입장시키는 것이
숭례문 복원보다도 더욱 더 절실한 일일지도 모른다.
(6) 백운산장대피소-하루재
(13:10-13:40, +30=180분, +0.9=4.4km)
산장을 내려와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우람한 인수봉.
거기에 드디어 한 사람이 줄을 드리우고 있다.
줄에 매달린 개미같은 그를 흘깃흘깃 바라보며 하루재에 도달.
거기 이정목엔 백운대탐방지원센타0.7km, 백운대1.4km,
영봉0.2km, 육모정탐방지원센타2.8km라 되어 있다.
지난 가을 아내와 도선사 입구인
백운대탐방지원센타로 내려갔던 記憶과 더불어
고단한 다리는 이만 내려가자고 유혹하지만
이정목을 바라보니 완만하리라 생각되는 우이동까지의
영봉길이 2.8km 밖에 되지 않고
해도 아직 中天에 있고
무엇보다도 영봉이 보고싶어 그대로 영봉으로 오르다.
(7) 하루재-영봉(604m)
(13:40-14:00, +20=200분, +0.2=4.6km)
영봉이 왜 靈峰인가 몰랐는데
오르는 도중 저절로 알게 되다..
산을 오르다 生을 마감한 영혼들이
잘 생긴 인수봉을 우러를 수 있는 좋은 장소마다 추모석으로 남아 있었다.
대학 산악부에서 설치한 것이 제일 많았는데
꽃다운 나이에 妖切한 그들을 생각하니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해마다 700만명이 찾는다는 북한산.
그런만큼 전국 산악사고의 절반을 차지한다고 하며
북한산 사망사고는 년간 10명 이상으로
대부분 인수봉 근처에서 발생한다고 한다.
정상 주위에도 추모석이 즐비한데
상봉엔 "靈峰"이란 표석이 인수봉을 우러르고 있다.
어느 산님 부부가 인수봉을 향하여 합장하고 있다.
여기 잠든 不歸의 客이 된 어느 산님의 부모인지도 모르겠다.
영봉에서 바라보는 인수봉이 제일 멋진 것 같다.
(8) 영봉(604m)-육모정고개
(14:00-14:35, +35=235분, +1.3=5.9km)
영봉을 뒤로 하고 내려가니
오봉, 상장, 자운, 만경, 선인을 품고 있는 도봉이
오후의 햇빛에 하얀 이마를 빛내고
파란 하늘을 가로질러 불암과 수락을 향하여 달려가고 있었다.
도봉의 품속을 살펴보니 불쑥 솟아 오른 우이암도 당당하다.
(9) 육모정고개-용덕사
(14:35-14:50, +15=250분, +1.1=7.0km)
대체적으로 완만한 능선길을 타고 오니
육모정 고개인데
좌측은 들머리에서 본 사기막골로 넘어가는 길로 짐작되며
직진하면 왕관봉 너머 우이령이 아닌가 한다.
하지만 직진길은 입산금지이다.
우이령이 통제구역이기 때문일 것이다.
우측 우이동 쪽으로 下山.
하산하며 보니 기기묘묘한 커다란 바위들이
속리산의 巖群들을 닮았다.
그 길을 내려가다 보니 속리산이 보고 싶어진다.
상학봉, 묘봉, 관음봉, 문장대 길을 한번 가 보고 싶어진다.
(10) 용덕사-육모정탐방지원센타
(14:50-14:55, +5=255분, +0.2=7.2km)
용덕사에서 부터는 그야말로 평탄한 오솔길.
길 옆의 진달래도 꽃망울을 터트리려
나뭇가지 끝에 끊임없이 봄물을 실어 나르고 있다.
그리고 진달래 뿐만 아니고 주위의 초목들이
분주하게 기지개를 켜는 모습이 보인다.
엄동설한이 엊그제였는데
그들은 끊임없이 봄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11) 육모정탐방지원센타-우이동로터리
(14:55-15:10, +15=270분, +1.0=8.2km)
5시간이 채 안되는
8km 정도의 산행이었지만
그래도 삼각산의 진수라는 숨은벽을 경유한
삼각산 상봉 백운대를 밟아보고
또한 삼각산의 영혼들이 잠든 영봉을 지나
지난 주 섭렵한 도봉산 연봉들을 바라보며
하산한 뜻 깊은 산행이었다.
배달9205/개천5906/단기4341/서기2008/2/23 이름 없는 풀뿌리 라강하
덧붙임)
1. 들머리 국사당 굿당
2. 계곡길과 만나는 안부의 이정목
3. 찬바람 속에
4. 마침내 드러나는 숨은벽
5. 상장 너머로 오봉, 도봉 상봉이
6.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해골바위
[주왕님이 본 빨래판 바위와 해골바위 -> 본인은 우회]
7. 해골바위 주변 풍광 -> 조망 최고
8. 지나온 길
9. 숨은벽 앞에서
[주왕님이 본 숨은벽과 클라이머들]
10. 숨은벽 안부의 이정목
11. 숨은벽 발치에서 올려다본 능선
12. V안부
[주왕님이 가 본 호랑이굴]
13. 근사한 소나무 사이의 인수봉
14. 아! 인수봉
15. 백운대 정상 -> 세찬 강풍
16. 정상 조망(북 -> 수봉兄)
17. 정상 조망(동 -> 노적능선)
18. 정상 조망(남 -> 만경대)
19. 정상 조망(남서 -> 여우굴내림길)
20. 정상 조망(서북 -> 악어능선)
21. 백운산장으로 오르는 길(빙판)
22. 인수봉 발치를 지나며
[다른 분이 본 지난 가을의 클라이머들] -> 매년 10여명 사망
23. 인수봉 전망대에서 본 영봉과 도봉
24. 하루재 이정목
25. 영봉에서 본 인수봉
26. 산을 오르다 숨진 영혼들이 잠든 영봉 정상 너머로 본 인수봉
27. 영봉의 또 다른 영혼
28. 영봉에서 육모정고개로 가며 본 도봉 파노라마
29. 그 능선 옆의 4형제 바위(본인 명명)
30. 육모정고개(영봉 반대방향이 상장능선 방향)
|
'01여행과산행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봉산(道峯山)과 삼각산(三角山)을 가로지른 상장능선을 지나며...(08/03/01 Questo Grande Amore) (0) | 2015.07.15 |
---|---|
산행사진 폰카 포토샵 연습(08/03/02) (0) | 2015.07.15 |
아내와 함께 다시 찾은 오봉, 그리고 우이암 능선(08/02/16) (0) | 2015.07.15 |
도봉의 眞髓 자운봉, 오봉, 여성봉 그리고 오호 통재라 숭례문이여!(08/02/09) (0) | 2015.07.15 |
유년 속의 뒷장불과 해창 물구내(08/02/06) (0) | 2015.07.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