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내가본야생화

잘 있었느냐? 한밭수목원 (2008/04/01 The Girl With April In Her Eyes)

이름없는풀뿌리 2015. 7. 23. 14:17

 

 

 

 

 

잘 있었느냐? 한밭수목원

 

 

(1) 

08/4/1(월) 

한밭에 일이 있어 갔다가 

잠시 짬이 나 수목원 방문. 

 

(2) 

잠시 떠나 있었지만 

고개를 내밀고 있는 나의 친구들은 

오늘도 해맑은 웃음으로 맞이하여 주다. 

 

아직 고개를 내밀고 있지 아니한 애들도 

반가운 친구를 맞이하려는듯  

두터운 흙을 뚫고 

양지녁의 화단에서 무언가 꼼지락거리는 

동태가 역력하다. 

 

(3) 

이제  

나무들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드넓은 화원의 숲,

 

돌단이 꽃 피우는 우물가의  

그 숲엔 진달래가 정열을 불태우고 

수수꽃다리는 맑은 하늘 가득히 

뇌살적인 향기를 발하려는 듯 

꽃망울을 부풀리고, 

비비추의 강인한 새순은 하늘까지 닿을 듯 씩씩하고, 

기린초며 꿩의 비름은 지금의 새순이 제일 예쁘다. 

 

(4) 

뽀송한 물솜방망이, 

연못가의 해맑은 수선화, 

소나무 그늘의 복수초는 민들레와 할미와 함께 절정이고,

 

돌양지와 작약은 아직 수줍은 듯 마른 잎 사이에 숨어 있고, 

봄맞이 영춘화는 이미 그 자리를 새순에 내어 주고있는 중이고, 

사진찍기 어려운 별꽃도  

오늘은 내 손에 앙증맞게 포착되어 안겨온다. 

 

(5) 

그리고

 다시 찾은 내가 반가운 듯 

큰까치수영은 처음으로 그 새순을 나에게 보여주고, 

역시 쉽사리 촛점이 잡히지 않던 

파란신사 빈카와 깽깽이풀꽃도 오늘따라 

왜 이리 쉽사리  

나의 두 눈의 포충망에 순순히 들어온단 말인가? 

 

(6) 

그렇게  

한 시간여 수목원 둘레를 돌아 나오는 

나에게 다시 오라며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하얀 한복을 입은 청초한 목련과 

연분홍옷을 입고  

마악 망울이 튀어나오는 토종 왕벚꽃은

 

지난 번  

아쉬운 흐느낌을 보이던 때와는 달리 

환한 웃음,  

눈동자까지 웃는 그러한 웃음으로 

자본주의 조직에 오염된 나의 형체가  

그들의 울타리를 빠져 나올 때까지 

 

나의 뒷 그림자를 계속 따라오며  

언제까지이고 따라 나오며,  

한양 우면산 아래에 이르러 

두 다리 뻗도록 따라 다녔다.  

눈 감으니 지금도 내 곁에 지긋이 서 있다.  

 

 

 

 배달9205/개천5906/단기4341/서기2008/4/1 이름 없는 풀뿌리 라강하

 

 

 

 

1) 봄빛 가득한 수목원 전경

 

 

2) 야생화원 중간 중간엔 키 큰 나무 군락과 교목들이 자리하고

 

 

3) 수수꽃다리의 봉우리에서 라일락향이 바로 튀어나올 듯

 

 

 

 

 

4) 돌단(돌단풍)의 아름다움

 

 

5) 잘 잡히지 않던 별꽃이 오늘은 잘 잡혔다.

 

 

6) 큰 꿩의 비름

 

 

7) 가는 기린초

 

 

8) 힘찬 비비추의 함성

 

 

9) 질펀한 앞자락의 산마늘

 

 

 

10) 뽀송뽀송한 물솜방망이 

 

 

 

11) 수선화 군락의 그리움

 

 

 

 

 

12) 복수초의 화려함

 

 

13) 앙증맞은 양지꽃 

 

 

14) 민들레

 

 

15) 잘 잡히지 않던 영춘화

 

 

16) 개나리 그늘 아래

 

 

17) 쇠뜨기

 

 

18) 작약의 기지개

 

 

19) 할미꽃 

 

 

 

20) 미상

 

 

 

21) 역시 잘 잡히지 않던 파란 빈카

 

 

22) 좀처럼 볼 수 없던 깽깽이풀꽃

 

 

 

23) 하얀 여인 목련의 배웅

 

 

 

24) 반가운 사람을 보려는 왕벚꽃의 몸짓

 

 

 

  

The Girl With April In Her Eyes / Chris De Burgh schwabing

 

 

There once was a King,
who called for the Spring,
For his world was
still covered in snow,

But the Spring had not been,
for he was wicked and mean,
In his winter-fields
nothing would grow

 

And when a traveller
called seeking help at the door,
Only food and a bed for the night,
He ordered his slave
to turn her away,
The girl with April in her eyes.

Oh, oh, oh, on and on she goes,
Through the winter's night,
the wild wind and the snow,
Hi, hi, hi, on and on she rides,
Someone help the girl
with April in her eyes...

 

She rode through the night
till she came to the light,
Of a humble man's home in the woods,

He brought her inside,
by the firelight she died,
And he buried her
gently and good

Oh the morning was bright,
all the world was snow-white,
But when he came to the place
where she lay,
His field was ablaze
with flowers on the grave,
Of the girl with April in her eyes

Oh, oh, oh, on and on she goes,
Through the winter's night,
the wild wind and the snow,
Hi, hi, hi, on and on she flies,
She is gone,
the girl with April in her eyes.

 


옛날 옛적에
봄이 오기를 바라던 왕이 있었어요.
그의 나라는 여전히
눈으로 덮여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하지만 그 왕은 사악하고 야비했기 때문에
봄이 오지 않았어요.
그의 왕국에 있는 겨울 들판에는
아무 것도 자라나지 않았지요.

여행자가 문 앞에서
오로지 하룻밤 식량과 재워달라고
도움을 구했을 때,
왕은 하인을 시켜
그녀를 쫓아내버렸어요.
4월의 눈동자를 지닌 소녀를 말이에요.

오, 그녀는
모진 바람과 눈보라 속에서
추운 겨울 밤새도록 가고 있어요.
말을 타고 내내 달렸어요.
누군가 4월의 눈동자를 지닌
그 소녀를 도와주면 좋으련만...

 

그녀는 숲속에 있는 초라한
사람이 사는 집의 빛을 찾게 될 때까지
밤이 새도록 말을 타고 달렸어요.

그는 그녀를 집안으로 데려왔어요.
그녀는 난로가 곁에서 숨을 거둡니다.
그는 그녀를
정성을 다해 묻어주었어요.

아침이 되자 눈으로 덮힌
온 세상 환하게 밝아졌어요.
그가 그녀가 묻힌 곳으로
찾아왔을 때,

그의 뜰은 4월의 눈동자를 지닌
소녀의 무덤 위에 꽃들이
울긋 불긋 피어나 있었어요.

오, 그녀는
모진 바람과 눈보라 속에서
추운 겨울 밤새도록 가고 있어요.
달리고 또 달렸어요.
그녀는 이제 세상을 떠나고 없어요.
4월의 눈동자를 지닌 그녀는...



 

 

청아 여전히 자연과 호흡하시는군요.. 풍성한 봄향기에 취해 봅니다.. 2008/04/07 19:11:20  

풀뿌리 春來不似春이라했던가요? 마음은 봄이 아닌걸요. 감사합니다. 배달9205/개천5906/단기4341/서기2008/4/8 이름 없는 풀뿌리 라강하 2008/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