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 2004 유럽 여행 시조[04-06] 기내에서 –4. 이륙
황해 건너 고비지나 순식간에 시베리아
손오공 西域 가듯 구름 속 이만리길
발아래 인간세상이 그림처럼 누웠다.
5. 기내상념
발해만, 바이칼 호, 알타이, 시베리아
이 길이 어느 길인가? 조상님 밟아온 길
수 만년 건너오신 길, 단숨에 날아간다.
6. 기내식
끝없는 고비사막, 달리는 테무친 군단
窓 밖에 스치는데 부르는 이 누군가?
어여쁜 스튜어디스가 기내식을 건넨다.
배달9201/개천5902/단기4337/서기2004/4/16 이름없는풀뿌리 라강하
1-1. 고비 사막을 내려다 보며...
1-2. 우랄 산맥을 넘으며...
1-3. 핀란드를 내려다 보며...
1-4. 네델란드 해안을 내려다 보며...
덧붙임)
(1)
영종도를 이륙(13:30)한 KAL은
지나(중국)를 향하여 수평으로 나아가
지나(중국) 비행관제 구역으로 접어들었는지
발해만 에서 북으로 기수를 돌려
북경을 지나 만리장성을 지나
순식간에 고비사막 상공에 다다랐다.
남북 분단만 아니었어도 옹진반도와 신의주를 거쳐
울란바토르로 가야지만 직선 항로가 될 터인데
이념전쟁은 이미 종식되었는데도
하늘 길은 철새들만 자유통행을 할 뿐이다.
왜 우리의 동족은
아직도 승패가 결론이 난 사상을 고집할까 아쉬워하며
그나마 선조들의 바다인 발해만 상공을 지나는 것을 위안 삼으며
창밖을 보니 양털 같은 구름 사이로
사막이 끝 간 데를 모르게 펼쳐져 있다.
처음에는 바다인 줄 알았는데 살펴보니 광활한 사막이다.
(2)
아프리카에서 출발한 인류가
아시아로 이동하면서 천강(天降)신화를 만들고
천손족(天孫族)이 되어 알타이를 넘어
설화와 풍습과 역사를 가지고 남하하여
한반도에서 더는 갈 곳이 없게 되자 둥그스름한 야산아래 강가에서
옹기종기 정착해 오랜 이동 생활을 끝내고
씨족이 부족을 이루고, 마을을 이루고, 연합을 하여 국가를 이루었던 것이다.
비행기내의 전광판은 바이칼호 상공을 지난다고 궤적을 표시하고 있다.
(3)
바이칼호 - 바로 한단고기에 천해(天海)라고 표기된 곳이다.
세계 담수량의 1/4을 가두고 있으며
수면 아래 42m까지 투명하게 보이고
길이 640km, 평균 너비 48km, 최대 수심 1.6km인
남한의 1/3 크기인 민물 바다라야 마땅한 거대한 호수이다.
주변 362개의 강에서 흘러든 물은
북극해로 연결되는 앙가라강 하나로 빠져나간다.
모든 호수가 지질학상으로 3만년을 넘기지 못하고 메워진다는데
바이칼은 2,500만년의 나이를 갖고 있으며
현재도 계속 젊어지는 호수라한다.
(4)
인류는 흔히 아프리카에서 출발하여
여러 지역으로 퍼져 나갔다는 단일기원설이 정설이나
요즘은 다지역 기원설이 점점 힘을 얻고 있고
또한 바이칼호 기원설도 대두되고 있다.
어찌되었건 북방민족의 시원(始原)이 바로 바이칼호인 것은 틀림없다.
실재 탐사자들에 의하면 바이칼호 주변에는
여러 개의 지열(地熱) 분출공이 있어
추위를 견디기에 좋다고 한다.
죽기 전에 언젠가는 한번 가보고 싶은 곳 중의 하나 이지만
지금은 그 10km상공을 지날 뿐이다.
이제 아스라한 창밖은 온통 하야서
구름밭인지 설원인지 구분이 잘 안가지만
가느다란 도로와 반듯반듯한 인공물들은
여기가 바로 말로만 듣던 시베리아 벌판인 것을 말해주고 있다.
사막에서 나서 사막의 부족을 통일하고
불과 20만의 정규군으로 유라시아에 걸친
인류역사상 초유의 제국을 세운 테무진이
바로 저 아래에서 호령하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의 조카 바투가 바로 지금 시베리아를 소유한 모스크바를 세우고
슬라브인들로 하여금 몽골의 피가 섞임을 자랑으로 알게 하였던
그들 후예들은 지금 그 옛 영광을 알기나 하는지 모르겠다.
(5)
이러한 상념에 사로잡혀 있는데
낭랑한 목소리가 있어 바라보니
스튜어디스가 기내식을 건넨다.
우리나라의 어여쁜 스튜어디스를 볼 때마다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스튜어디스는 지금도 여성들의 선망의 직업중의 하나이지만
나는 이에 절대 동조할 수가 없다.
무엇보다도 사람은 천성적으로 땅과 가까이 살아야하는데
생활의 대부분을 지상 10km상공에서 보내야하는 안타가움이 있다.
또한 외국항공사의 스튜어디스들이야
기혼자들이 대부분이지만
우리항공사는 100%미혼여성을 채용하고 있는데
그러한 점이 출산에는 영향을 주지는 않을까하는 걱정이 있다.
그리고 여성들이 선망하는 그들이 하는 일은 무엇인가?
티케팅을 하고,
기내식을 나르고,
오랜 비행 시간 잠도 못자고 손님들 수발을 들고,
항공사 물건을 팔고 하는
필자가 보기에는
옛날 시골 시내버스 안내양보다도 고단한 생활인 것 같다.
그것이 바로 출중한 미모를 갖추고
외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고학력 미혼 여성들이 선망하는 직업이라면
그 사회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 여성들이 활동할 수 있는 폭이 좁고
허영이 있음을 반증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찌되었건 그러하니 스튜어디스 수준은 우리나라가 최고가 아닌가 싶다.
그러한 동포 여성이 주는 기내식,
당분간 먹지 못할 비빔밥을 먹다보니
어느덧 우랄산맥을 넘어 북유럽 하늘로 접어들고 있었다.
배달9201/개천5902/단기4337/서기2004/4/16 이름없는풀뿌리 라강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