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 2004 유럽 여행 시조[11-13] 밀라노 –11. 밀라노 아침 달리기
이태리 제이도시 밀라노 交外의 길
이름모를 새소리 들으면서 달려보니
동트는 異國의 아침 생경스레 보인다.
12. 밀라노 전시장
이 물건, 저 물건 중 어느 것이 좋으냐고
동서양 대상(隊商)들이 왁자지껄한 전시장은
드넓은 사막 한가운데 오아시스 같더라.
13. 이태리 전통요리
이태리 주방장이 빚어내는 스파게티
지나(중국)인 종업원이 날라주는 올리브유에
한국인, 삼도(일본)인들이 감탄하며 먹는다.
배달9201/개천5902/단기4337/서기2004/04/17 이름 없는 풀뿌리 나강하
1. 밀라노 전시장
2-1. 전시장 근처 뒷골목
2-2. 두오모 앞 광장
덧붙임)
(1)
간밤에 묵은 “LITTA PALACE”란 호텔은
밀라노 외곽 순환도로 주위에 있었는데
시내와는 30여분 거리여서 그런지 한적했다.
새벽 한시에 잠자리에 들었는데도
잠이 안 와 뒤척이다가 잠깐 눈을 붙였는데
결심한 바가 있어서 남보다
한 시간 먼저 일어나 주택가를 달려보기로 했다.
한 방향으로 30분간 달렸다가 그대로 되돌아오는 방법이다.
그래야 생경한 거리를 길을 잃지 않고 딱 한 시간을 달릴 수 있다.
난생 처음 달리는 길이고 어둑어둑할 뿐더러
30분이면 생각보다 꽤 먼 거리(5km정도)이고
자칫 갈라지는 길에서 되돌아 올 때
길을 잃어버리는 수가 있으므로
지형지물을 세심히 살펴서 달려야한다.
작년에 로마의 뒷골목을 달릴 때 길을 잃어 당황한 적이 있는데
특히 방사선으로 整型化된 도시에서는 조심해야한다.
(2)
어찌되었건 이국의 가정집 정원을 들여다보고,
새소리를 듣고,
이름모를 나무들을 쳐다보는 게 참으로 즐겁다.
이따금 정원이 달린 개인 주택이 있고,
나무가 많아 새소리도 경쾌하기 조차하다.
이곳에도 봄은 왔는지 암컷을 찾는 새소리가 분주하다.
그러나 호텔 주위나 골목길은
인기척을 찾아볼 수 없어 적막강산이다.
이태리 평균 국민소득이 2만 불이라는데,
특히 북부 공업지대인 이곳 밀라노 지역은
3만 불이라서 풍요로워 그런가?
그래서 남부와 분리 독립운동을 한다던데
아침 7시가 되도록 주택가의 골목에는 개미 한 마리 없다.
알고 보니 이곳뿐이 아니고
아침에 전화거는 것이 실례가 될 정도로
이태리 사람들은 아침잠을 즐긴다하며 출근은 9:30-10:00라니
노동자의 천국이라 할 만하다.
그러고도 2만 불이라니
부지런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시각으로는 이해가 안 간다.
“그래! 분단의 현실 - 軍費, 그리고
대북 관계로 인한 누수가 많을 거야!”생각해 본다.
그렇게 출근한 그들은 12:00-13:00 점심시간,
13:00-15:00오침시간,
17:00퇴근이라는데 그러고도 밥 먹고 살뿐더러
아주 잘 산다니 일을 해도 아주 능률적으로 하나보다.
또한 직업에는 귀천이 전혀 없고 능력껏 일하여
여가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단다.
一例로 출중한 미모를 갖춘 팔등신의 미녀가
때로는 화장실청소부로 일하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것이 국민소득 2만 불인 나라의 비결인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는 그러한 美女들이라면 주점이나
방송가에서나 찾아야하는데
그러한 人力들이 생산적인 부분에 투입되고
일할 때 열심히 일하고
즐길 때는 즐기는 모습은
이후에도 여러 곳에서 목격할 수 있었다.
(3)
호텔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일행과 빵과 과일로 식사하고 밀라노 시내로 향했다.
포강이 흐르는 롬바르디아지방
(토리노, 제노바, 밀라노로 둘러싸인 삼각지대를 말함)의
중심도시 밀라노는
고대에는 야만인의 땅으로 불리울 정도로 척박했다 한다.
그러나 중상주의의 대두로
비옥한 롬바르디아 평원을 경영한 메디치 가문은
엄청난 부(富)를 이루어 예술가를 후원하고,
교황을 5명이나 배출하고,
마침내 세계 4대 성당의 하나인 밀라노 두오모를 만들어 내었던 것이다.
지금은 1,170km의 이태리 반도 중 북단
알프스 아래에 위치하고 있으면서
패션, 자동차, 가죽등으로
이태리 최고의 부(富)를 창출하는 경제수도라 한다.
이번 여행 목적중의 하나가
밀라노 국제 가구 엑스포(International EXPO Of Furniture)를
참관하기 위함도 있었는데,
70여 개국에서 온 2만여 개의 부스를 진열한 전시장의 규모와
그 안에서 흑, 백, 황인종들이 서로서로 제품을 설명하고,
토론하는 모습이
마치 비단길을 오다가다 오아시스에 이르러
시장을 벌이고 물건을 설명하는
낙타를 타고 온 대상(隊商)들 같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4)
서구의 가로수에는 플라타너스가 많다.
하지만 5층 정도의 건물을 뒤덮어도
나뭇가지를 전지(剪枝)하지는 않는다.
이번 여행 내내 자른 나뭇가지는 보지 못했다.
거리는 그대로 숲의 터널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봄철이 되면
거리의 가로수란 가로수는 모조로
몸뚱이 하나만 남기고 팔, 다리를 싹둑 달라버린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
인건비와 쓰레기문제를 야기하면서 왜 그리하는지 모르겠다.
생각건대 간판이 잘 보이게 하고
전깃줄이 방해되지 않게 하기 위함 같은데
상업간판이 무방비로 난무하는 나라는
OECD국가 중 우리나라가 유일할 것이다.
아름다운 건물을 지어도
곧 간판으로 뒤덮혀버리고 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물론 서구에서는 간판의 크기 규제 뿐이 아니고
건물의 색상, 재료까지도 규제한다.
그리고 전깃줄 문제는 전선 위로 가로수가 자라나게 하면 될 것이다.
제발 이제부터라도 자라나는 가로수를 자르지 말고
울창하게 우거진 나무그늘아래에서
살아가는 도시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5)
점심은 정통 이태리식을 먹어보자고 하여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고 길에는 돌타일이 깔려있는
골목을 돌고 돌아 스파게티를 잘 한다는 집을 찾아갔다.
마찬가지로 조그만 간판을 내걸었을 뿐인데도
손님들이 스스로 찾아온다.
주인과 주방장은 이태리인인데,
종업원들은 지나(중국)소녀들이다.
인건비로 동남아인이나 인도인 지나(중국)인들을 쓰지 않을 수 없다고 한다.
자본주의의 경제논리인
수요공급의 법칙이 적용되기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인가보다.
밀라노에 지나인 거리가 생겨났을 정도로
지나인들이 많이 들어와 있단다.
양식을 현지식으로 먹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너무 음식을 짜게 먹는다는 말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
지나인 소녀가 날라 온 스파게티가 너무 짜다.
소금덩이라고 하면 조금 과장인가?
그래도 강행군으로 배가 고픈 일행들은 잘 먹는다.
우리가 스파게티에 하몽에 과일에 풍성하게 먹는데
우리보다 조금 늦게 들어온 삼도인(일본인)들은
스파게티 하나만 먹고 써비스로 나오는 빵조각과
포도주 몇 모금만 홀짝거린다.
그리고 우리들과 이태리인들은 이야기도 하고
웃고 떠들면서 왁자하고 푸짐스러운데
삼도인들은 똑바른 자세로 이야기도 소곤거린다.
먹는 것도 그렇고, 남의 나라에서 삼도인의
품위 유지를 하는 것 같은데 참 안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삼도 관광객들은 대부분 연로한 부부동행, 혹은 가족단위가 대부분이다.
스파게티집 구조는 서구의 도시에 있는 대부분의 집들이 그렇듯이
옆집과 붙어 있지만 집안에는 커다란 중정이 있는 ㅁ자 집이다.
우리의 옛 전통 한옥의 안마당을 생각하면 되는데
이는 아랍의 사막기후가 나타나는 지역에서 발달한 형태로
서구가 고래(古來)로 이슬람의 영향을 많이 받았음을 반증하는 것이리라.
배달9201/개천5902/단기4337/서기2004/4/17 이름없는풀뿌리 라강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