聞安重根報國讐事(문안중근보국수사) 안중근 의사 의거를 듣고
-金澤榮(김택영)-
萬里飄然一粟身(만리표연일속신) 만리를 표표히 떠도는 좁쌀 같은 이 몸,
舟中皆敵有誰親(주중개적유수친) 주위 모두 적이니 누구를 가까이할 것인가?
今日腐心潛水客(금일부심잠수객) 오늘은 절치부심 잠수객 되고,
昔年嘗膽臥薪人(석년상담와신인) 지난해는 (복수를 꿈꾸는) 와신상담인 이였네.
張椎荊劒胸藏久(장추형검흉장구) 장량의 철추와 형가의 칼을 가슴속에 품은지 이미오래고,
魯海屈羅思入濱(노해굴라사입빈) 노중련,굴원처럼 물에빠져 순사(殉死)함도 생각하였다.
此行已決平生志(차행이결평생지) 이번 거사를 평생의 뜻으로 이미 결심 하였으니,
不問東關更向津(불문동관경향진) 동관을 불문하고, 또다시 항구로 향 하였네.
平安壯士雙目張(평안장사쌍목장) 평안도의 뜻 굳은 선비 두 눈을 부릅뜨고,
快殺邦讐似殺羊(쾌살방수사살양) 마치 양을 죽이듯, 나라의 원수를 통쾌히도 죽이도다.
未死得聞消息好(미사득문소식호) 죽기 전에 이같은 좋은 소식 듣게 되다니,
狂歌亂舞菊花傍(광가난무국화방) 국화 옆에서 미친 듯 춤추고, 노래 불렀다.
海蔘港裏?磨空(해삼항리골마공) 해삼항부두의 송골매는 공중높이 날아오르고,
哈爾濱頭霹火紅(합이빈두벽화홍) 하얼빈역두는 천둥벼락으로 붉게 변했다.
多小六州豪健客(다소육주호건객) 오대양 육대주의 적지 않은 건장한 호걸들이
一時匙箸落秋風(일시시저락추풍) 가을 낙엽이 떨어지듯 일시에 수저를 떨어뜨렸다.
김택영(金澤榮):(1850~1927) 조선말기의 학자, 독립투사, 자는 우림(于霖),호는 창강(滄江),본관은 화개(花開) . 역사, 한시와 시문에 능한 한말의 한문학사의 대가이다.
유고집으로 창강고(滄江稿),소호당집(韶護堂集)이 있다.
*골:骨+鳥(송골매)
주)1.장추형검:장량의 철추(장량: 한고조 유방의 책사이자 개국공신)
형가의 칼(형가: 전국시대때 자객, 진(秦)왕을 살해하려다 실패했다).
2.노해굴라: 노중련은 바다에서 순사하고, 굴원은 멱라수에 빠져 죽었다.
*노중련: 전국시대 제나라의 고절한 변사(辨士), 진시황에 반기를 들다 순사했다.
*굴원: 전국시대 초나라 충신이자 시인, 유명한 이소경(離騷經)의 저자이자, 그가 멱라수에 몸을 던져 순사한 5월5일이 수릿날(단오)의 기원이기도하다.
3.동관경향진: 안의사의 행적을 말함(산동-상해-북간도-블라디보스톡)
4.평안장사: 창강선생은 안중근의사의 출신지를 평안도로 잘못알았다.(안의사는 황해도 해주출신이다)
5.국화방: 안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때가 1909년10월, 즉 음력9월이고 음력9월을 국월(菊月) 이라 하기도 한다.
6.해삼항: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항구
7.합이빈: 중국 하얼빈
8.시저: 숫가락,젖가락(수저)
안중근의사가 하얼빈 역두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장거를 시로 표현했다.
자못, 웅혼하고 호쾌한 기상을 엿볼 수 있는 명시중에 명시이다.
일본, 우리에겐 영원한 이웃이자, 또한 적 이기도하다.
특히, 요즈음 문제가 되고 있는 한 중견가수의 친일론이나 독도문제, 일본역사교과서문제 등등…….한 둘이 아닌 한,일간 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한번쯤 음미해 봄직한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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