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漫遊의漢詩紀行

요절한 천재,이하(李賀)를 아시나요?

이름없는풀뿌리 2015. 8. 13. 09:48

將進酒(장진주)                      술을 권하며        李賀(이하)



琉璃鍾(유리종)                                          맑은 크리스탈 빛 유리잔.


琥珀濃(호박농)                                         황갈색 호박 빛 진한 술.


小槽酒滴眞珠紅(소조주적진주홍)                술통으론 붉은 진주 빛 술이 방울방울 내리고,


烹龍포鳳玉脂泣(팽용봉옥지읍)                 용 삶고 봉황 구우니 옥 같은 기름이 지글거리고,


羅위수幕圍香風(라위수막위향풍)                 비단 병풍 수놓은 장막에는 향기로운 바람 감돈다.


吹龍笛(취용적)                                            용피리 불고,


擊타(격고)                                           악어 북치며,


皓齒歌(호치가)                                            하얀 이, 절세미인 노래 부르고,


細腰舞(세요무)                                            개미허리 경국지색 하늘하늘 춤춘다.


況是靑春日將暮(황시청춘일장모)                  바야흐로 푸르른 봄날은 저물어가고,

桃花亂舞如紅雨(도화난무여홍우)                  복사꽃 어지러이 붉은 비처럼 떨어지니,


勤君終日酩酊醉(근군종일명정취)                  그대 종일토록 마시고, 마시고 또 마시세.


酒不到劉伶墳上土(주불도유영분상토)           천하의 유영도 무덤까지 술을 가져가지는 못하였다네.



*포:구울 포(火+包).위:병풍 위(巾+韋).수:수놓을 수(絲+秀).타:악어 타(單+맹꽁이 맹)


이하(790~816):자는 장길(長吉),창곡인(하남성 의양)이다. 몰락한 당 종실의 후예로 17세 때 대문장가 한유(韓愈)를 만나 시재를 칭찬받았다.

시풍이 낭만적이고 염정적 색채를 짙게 풍기며 기괴하고 환상적 분위기를 띠고 있으며, 시어 또한 파격적인 데가 있어, 1200년 전 현대 자유시 형태를 구사했다. 27세 아까운 나이에 요절했다.


주1)호박: 소나무 진이 굳어 된 황갈색 보석. 여기서는 잘 익은 술을 말한다.

2)소조: 小槽라고도한다. 술을 걸러 짜내는 받침대위의 작은 통.

3)타고: 악어 가죽으로 만든 북.

4)유영: 중국 진(晉)나라 때 사람. 죽림칠현의 한사람으로 술을 매우 좋아하여 주덕송(酒德頌)이란 글이 고문진보에 전해져 오고 있다.


한국에 이상(李箱)이 있다면 당(唐)에는 이하가 있다. 아마 둘 다 천재시인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또한 20대 한참 나이에 요절한 바도 비슷하고 ,현실을 초월 한 듯한 시풍 또한 비슷하다. 이상에게서의 현실과 이상의 간극은 너무나 멀어 그의 오감도 제1호로 엿볼 수 있듯 그의 사고는 끝 간 데 없는 양단으로 치 닫는다. 13인의 아해가 무서워해도 좋고, 아니하여도 좋고, 달려도 좋고 아니 달려도 상관없고, 골목이 막혀도 아니 막혀도 상관이 없다. 이하는 이상 보다는 그래도 현실적이 않나 생각 하는 데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