詠半月(영반월) 반달 黃眞伊(황진이)
誰斷崑崙玉(수단곤륜옥) 누가 곤륜의 옥을 잘라
栽成織女梳(재성직녀소) 직녀의 빗으로 만들었나.
牽牛一去後(견우일거후) 견우와 한번 이별한 후,
愁擲碧虛空(수척벽허공) 상심으로 던진 빗, 허공에 푸르게 걸렸구나.
황진이: 조선중기의 시인, 개성출신, 본명은 진(眞), 기명은 명월(明月),송도삼절(박연폭포,서화담,황진이)로 꼽힌다. 조선시조문학의 백미로 손꼽히는 시조 6수가 청구영언에 실려 전해온다.
주)1.곤륜: 중국 서장(西藏)에 있는 산으로 미옥(美玉)을 산출함. (곤륜산)
2.견우와 직녀: 전설신화속의 남녀연인, 농경문화의 산물로 생각되며 음양 관의 영향으로 성좌와도 관련되었다. 오래전부터 이들의 애틋한 사랑담은 동양권 문인의 작품 속에 수도 없이 등장하고 있음이고 ,칠월칠석 설화의 두 주인공이다.
황진이! 그녀는 고작 6수의 시조와 4편의 한시로 한국문학의 한 자리를 꿰찬 행운의 여인이다.
행운이라 했으면 좀 과한 표현인가? 비록 천한 기녀의 몸이지만 당대의 한다하는 도학자,사대부들을 상대로 조금도 뒤지질 않는 문재로 벗 하였으니 황진이의 타고난 재질역시 보통은 아니였으나 어찌 본인 자질만으로 400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이름이 남았겠는가?
허나 명월의 시재는 누가 뭐라 해도 뛰어남이 있다.
위의 "반달"에서 떠난 님을 견우에 빗댄 직녀,즉 자신의 상심을 허공에 걸린 푸른 달로 표현했는데, 아시다시피 견우와 직녀는 아주 헤어지는 것이 아니다. 하니 그녀의 또 다른 시조 "동짓달 기나긴밤" 에서는 님을 기다리는 자신를 이렇게표현했다.
동짓(冬至)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 버혀내어
춘풍(春風)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너었다가
어룬님 오신 밤이어든 구비구비 펴리라.
여기에선 아주 시간을 재단하여 외롭고 긴 동짓달 밤은 한 허리 뚝 잘라내 님 오시는 밤, 그 밤은 동짓달아니라 우 동짓달 밤이라도 짧을 터이니, 그 밤에 비축해 두었던 외롭고 긴밤을 아주 구비구비 펴리라 한다.
대단히 섹시한 시가 아닐 수없다.
이렇듯 하늘의 뜻을 거스르는 일, 달을 직녀의 빗으로 만들질않나 , 시간을 제 맘대로 자르고 끊어서 제 하고픈 대로 갖다 붙히지를 않나...이러니 하늘이 시인에게는 천고(天痼)를 내렸으니 이름하여 냉고병(冷苦病)이다.
그녀 역시 예외는 아니여서 30초반 한창 나이에 냉고병을 앓다 파란만장한 삶을 마감했다. 하기사 기생나이 30이면 좋았던 한 시절은 이미 다 갔다.
하지만 짧고 기구한 삶에 비해 사후의 그녀에 대한 평가는 황진이라는 기녀를 모든 한국인의 영원한 애인으로 자리 매김하게 했으니 무덤속의 황진이는 과연 이것을 알고나 있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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