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居秋暝(산거추명) 산촌의 가을 저녁 王維(왕유)
空山新雨後(공산신우후) 빈산에 비 내린 후,
天氣晩來秋(천기마래추) 저녁 되자 날씨는 완연한 가을이다.
明月松間照(명월송간조) 밝은 달빛은 소나무사이로 비추고,
淸泉石上流(청천석상류) 맑은 샘물은 바위위로 흐른다.
竹喧歸浣女(죽훤귀완녀) 대숲 왁자한 건 빨래하던 여인들 돌아오기 때문
蓮動下漁舟(연동하어주) 연잎 흔들리니 고깃배 내려감을 알 수 있구나.
隨意春芳歇(수의춘방헐) 때 되니 봄풀은 시들어 가고,
王孫自可留(왕손자가류) 그대여! 그런대로 머물 만 하지 않나 그려!
왕유(701~761):자는 마힐(摩詰), 태원 기(祁:산서성 기현)사람이다. 어려서부터 시재가 뛰어났으며, 두보(詩聖),이백(詩仙)과 더불어 시불(詩佛)이라 칭송되며, 또한 당대 전체를 대표하는 산수전원시인이기도 하다.
음악과 시화에도 뛰어났으며, 특히 수묵화에는 천재적인 재능을 보였으며, 남종화의 시조로도 추앙 받는다.
당, 송 8대가의 한명인 소식(蘇軾:東坡)은 그의 시화를 “詩中有畵,畵中有詩”라 극찬했다.
주1)죽훤: 훤은 떠들썩한 모양을 뜻하고 여기에서는 대나무가 흔들리며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나타내는 모양을 뜻한다.
2)완녀: 빨래하는 여인
3)춘방: 봄날의 풀, 향기로운 풀.
4)왕손: 귀공자 또는 왕손. 흔히 시에서는 풍류군자나 은일 자적하는 시인 본인을 일컫는다.
우리는 흔히 청량한 가을 달 밝은 밤을 일컬어 空山明月이라 한다.
오늘 이 시를 접하고야 우리들은 우리 선인들이 예로부터 그런 밤을 일러 왜 공산명월이라 했음인지 그 연원이 밝혀졌다.
후일 송의 소동파도 그의 시를 일러 시중유화 화중유시라 극찬 했지만 소동파의 말을 구지 빌리지 않더라도 그의 시를 접해보면 평이하고 쉬운 글로서 어찌 이렇게도 맑은 전원산수를 표현하는지 그저 경탄할 뿐이다.
앞의 연암의 시에서 가을농가의 평화스러운 풍경화를 보았다면 왕유의 이시로는 가을 산촌의 고적한 수묵산수화를 감상 하셨는데, 괜찮은 그림이 되었는지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