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漫遊의漢詩紀行

시냇가에 살며

이름없는풀뿌리 2015. 8. 13. 10:27

溪居(계거)                   시냇가에 살며            柳宗元(유종원)



久爲簪組累(구위잠조누)            오랫동안 관직에 얽매어 살다가,

幸此南夷謫(행차남이적)            다행인지 남쪽 땅으로 유배 왔다네.

閑依農圃린(한의농포린)            한가로이 농사짓는 이웃 의지하다보니,

偶似山林客(우사산림객)            뜻하지 않게 산림처사 다 되어 버렸다.

曉耕露草(효경번로초)            새벽부터 밭 갈며 이슬 머금은 풀 갈아엎고,

夜榜響溪石(야방향계석)            밤에는 배 저어 조약돌 울리는 도다.

來往不逢人(래왕불봉인)            오거나 가거나 마주칠 사람 없으니,

長歌楚天碧(장가초천벽)            길게 뽑아보는 노래가락에 초땅 하늘 푸르기만 하구나.



유종원(773~819):중당(中唐)시 시인, 자는 자후(子厚), 하동(河東:지금의 山西省 永濟縣)사람이다. 중당을 대표하는 대 문장가 한유와 병칭하여 한유(韓柳)로 불리는 당, 송 팔대가중 일인이며, 도연명을 태두로 하는 전원자연파시인 중 당4인(왕유.맹호연,위응물,유종원)중 일인이기도하고, 한유와 더불어 고문복구운동에 참여하여 고문 복구에 힘을 쏟기도 한 대문장가이자 시인이다. 작품집으로 (柳河東集)이 있다.

*린: 가까운 이웃 린. 隣과 同字.언덕 阜변이 오른쪽에 있다.
 번: 뒤집어 엎을 번(番+羽).


주1)잠조: 비녀와 인장(印章)을 매어두는 끈. 잠은 관이 벗겨지지 않도록 머리에 꽂는 남자용 비녀를 말하고, 조는 인장 끈을 말하는 것으로 모두 벼슬아치들의 물건을 말한다.

2)남이: 남쪽 영주땅을 말한다. 영주는 지금의 호남성 영릉현을 말하며 옛 초나라 땅이다.

3)농포: 농부의 채마밭.


시인은 한때 왕숙문(王叔文),유우석(劉禹錫)등과 동당(同黨)하여 개혁운동에 참여,개혁의 실세로 군림하다 구세력(환관세력)에 밀려 1년도 못돼 개혁운동은 좌절되고(806년 원화 원년), 주축 이였던 왕숙문은 죽임을 당하고 시인을 위시한 유우석등은 지방 하급 관리 사마(司馬)로 좌천 되였다 9년 후 풀려난 적이 있었다.

이때를 당해 쓴 시로 시인은 여기 영주사마로 좌천 되었을 시 많은 주옥같은 시를 남겼다.

시인이란 직업은 높고 편한 자리에 있으면 시가 잘 나오질 않는 모양이다.

하기는 부귀영화가 눈앞에 있는데, 그 밖에 뭐 바랄 것이 있어 시를 쓰겠는가?

이 시에서도 시인은 죽고 죽이는 냉엄한 세간사를  벗어난 인간 본연의 삶은 과연 이러한 것이구나 하고 노래하기도 하는데, 어딘지 모르게 남겨 두고 온 권력에의 진한 향수도 여기저기에서 묻어나는 그런 시이다.

그래서 그러한가는 몰라도 전원자연파시인으로서는 비교적 빠른 나이인 47살에 세상을 등졌다. 하여 이 시처럼 낮에는 밭 갈고 밤에는 쪽배저어 불 밝히고 물고기 잡는 전원생활을 지속 하였더라면 좀더 오랜 수명과 더 많은 전원자연시를 우리에게 남겼을 수도 있었겠다하고 생각도 해보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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