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漫遊의漢詩紀行

떠나가는 杜甫

이름없는풀뿌리 2015. 8. 13. 10:30

旅夜書懷(여야서회)           밤배로 떠나가는 유랑인생이여    杜甫(두보)



細草微風岸(세초미풍안)             선들바람에 풀잎 나부끼는 강 언덕,

危檣獨夜舟(위장독야주)             돛대 펄럭이며 밤배는 홀로 떠나간다.

星垂平野闊(성수평야활)             별은 하늘에 걸려있고 들은 넓기만 한데,

月溶大江流(월용대강류)             달빛 질펀하여 강물은 유장하다.

名豈文章箸(명개문장저)             이름이 어찌 문장에만 드러나랴,

官應老病休(관응노병휴)             늙고 병들었으니 벼슬길은 요원하다.

飄飄何所似(표표하소사)             이리저리 떠도는 내 신세 무엇과 비교하리,

天地一沙鷗(천지일사구)             천지간을 외로이 떠도는 갈매기로 구나.



두보(712~770): 자는 자미(子美),양양(襄陽:호북성 양번)사람이다. 두말이 필요 없는 당대 최고시인이고 그를 일러 중국의 4대시인(전국시대 초나라의 굴원. 위진 남북조시대의 동진의 도연명. 성당시 이백두보)중 일인이라 한다.

하지만 그의 일생은 그야말로 파란만장 그 자체라 할 밖에 표현 할 수없으며 일시 실세인 지인의 후원으로 안락한 생활도 했으나 그것도 잠시, 말년에는 장강일대를 유랑하다 59세를 일기로 병사했다.

그는 당대 사회시의 개척자로 그의 시를 시사(詩史)라 한기도 한다.

그는 유가적이고 현실주의적인 사상의 소유자로서 시에도 그의 사상이 그대로 반영되며, 특히 안록산의 난으로 도탄에 빠진 동포의 참상이 그의 시 정신을 격발시켜 시를 통해 현실의 비참한 실상과 그에 맞물린 참담한 개인사를 반영하는데 최대의 노력을 경주했으며, 그로인해 시풍도 자연 침울, 비장해 졌다.

해서인지 시율의 구속을 싫어했던 이백과는 달리 그는 한자 한자를 심사숙고하여 엄격한 규칙 하에 시를 썼다.

하여 그의 시는 고전시의 전범이라 할 수 있고 작품집으로 “杜工部集”이 있다.


주1)위장: 우뚝 선 돛대.

2)표표: 바람에 날리어 이리저리 떠도는 모양.

3)일사구: 한 마리 외로운 갈매기. -갈매기는 무리지어 다니는 습성이 있는 새이다-


가을의  스산한 바람이 두보로부터 불어오는 것 같다.

두보의 전형적인 오언율시이다.

전반부 4구에서는 주변의 풍광을 시인의 자신의 심정과 그럴 수 없이 유사하게 묘사해놓고, 후반 4구에서 시인의 현재 심정을 적나라하게 절실히도 애절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 시는 두보의 생애 중 가장 행복했던, 성도(成都) 완화계(浣花溪)에서 옛 친구인 성도윤(成都尹:성도시장) 엄무(嚴武)의 후원으로 초당을 짓고 몇 년을 생활하다 친구 엄무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인해 그의 식솔 전부를 이끌고 성도를 떠날 수밖에 없었던 두보였다.

이때 이후 두보는 5여 년간 장강일원을 유랑하다 끝내 장강에서 병사하고 만다.

마지막 구 끝내는 당대를 울리는 문장가로서도 벼슬아치로도 세상에 발붙이지 못하고 유랑하는 시인의 외롭고 쓸쓸한 신세가 무리에서 외로이 떨어져 헤매는 한 마리 갈매기신세처럼 스산하다.

훗날 두보는 그의  시가 1200여년이 지난 오늘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것을 안다면 그의 이 외롭고 쓸쓸했던 유랑생활에 조금이라도 위안이 됐을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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