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원군 두루봉 구석기 사람들은 몇 개의 층위를 만드는 등 매우 세련된 매장문화를 지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뿐만 아니라 그냥 숯이 아닌 뜸숯을 사용할 줄 아는 등 화력(火力)도 능수능란하게 다룬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대 이융조(고고미술사학과) 교수가 얼마전 한국구비문학회와 비교민속학회가 서울에서 공동 주최한 '민족문화의 원형과 정체성 정립을 위한 학술대회'에서 '아시아 구석기 문화에서의 청원 두루동동굴의 위상'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이 교수는 그 동안 간헐적으로 문화양상을 언급했지만, 상당 부분은 구석기 도구의 형식 분류와 기능을 규명하는데 연구 방향의 초점을 맞췄었다.
그러나 두루봉 동굴 발굴 30주년을 기념해 발표한 이번 논문은 매장풍습, 화력 사용 등 구석기 문화양상을 본격 재규명한 것이어서, 종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논문에 따르면 지난 1976년부터 10차례에 걸쳐 발굴 조사를 한 결과, 두루봉 동굴의 하나인 흥수굴에서는 ▶5살 안팎 ▶두뇌용량 1260㏄ ▶키 110~120㎝ ▶안짱다리, 충치 병력(病歷) 등의 제원을 가진 4만년전 사람(일명 흥수아이)이 출토됐다.
이와 관련해 흥수굴 일대를 계속 연구·분석한 결과, 단순 매장이 아닌 사전 의도된 절차에 의해 흥수아이가 매장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교수는 이같은 장례의식을 '바로펴묻기'(일명 伸展葬)로 명명했다.
그는 이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과정으로 ▶제일 먼저 네모꼴 모양의 판자돌을 깔고 ▶그 위에 고은 흙을 깔았으며 ▶이 상태에서 흥수아이를 매장했고 ▶다시 고운 흙을 뿌린 후 다른 넓적한 돌을 덮어 놓았다고 밝혔다.
이 밖에 이 교수는 흥수아이 엉치뼈 부근에서 집중적으로 출토된 국화꽃가루 덩어리도 주목했다.
그는 "이같은 사실은 흥수아이가 죽은 계절이 국화꽃이 피는 계절이었고, 그리고 이는 당시 사람들이 국화꽃으로 흥수아이 죽음을 애도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또 다른 두루봉동굴인 처녀굴에서는 인위적으로 배열한 사슴뼈와 곰뼈가 출토됐고 또 제 2굴에서는 157개의 진달래꽃가루가 출토된 바 있는 등 당시 구석기인들 사이 인위적 장례의식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다고 이교수는 밝혔다.
출토된 동물뼈는 사슴 머리뼈는 중앙에 놓고 곰뼈는 그 둘레에 배치하는 등 인위적인 행위가 있었음을 뚜렷히 보여주고 있다. 이 교수는 이를 主神-사슴뼈, 副神-곰뼈의 종교적 행위로 해석했다.
이밖에 식물학상 진달래꽃은 호산성(好酸性)으로, 알카리 성분의 석회암동굴에서는 자생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이 역시 당시 사람들의 인위적인 행위로 해석되고 있다.
한편 추가 연구를 한 결과, 두루봉 제 15굴의 불땐자리에서는 긁개, 자르개 등의 석기와 함께 이른바 '뜸숯'이 대량 출토된 바 있다. 이는 당시 사람들이 화력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등 조리행위가 행해졌음을 입증하고 있다.
이 교수는 결론으로 "광산개발 때문에 구석기 고고학의 세계적 보고인 청원 두루봉 동굴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며 "그러나 이상에서 보듯 두루봉 동굴은 세계 고고학계에 아직도 많은 숙제를 남겨두고 있다"고 말했다.
▶용어해설
◇ 바로펴묻기 : 시신을 웅크린 채로가 아닌, 바로 펴서 매장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도 행해지고 있는 장례풍습이다.
◇ 뜸숯 : 흙이나 물 등으로 숯의 화력을 일시 정지시켜 놓은 후 일정 시간이 지난 뒤 재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이 방법 역시 현재도 행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