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107년’에 무슨 일이?
국사교과서 “BC 108년 멸망” BC 107년이 맞다면
고조선 본거지는 낙랑군 아닌 현토군 훗날 이곳에 고구려 세워져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chosun.com
입력 : 2007.03.20 00:14 / 수정 : 2007.03.20 08:12
- 기원전 2333년이라는 ‘건국 연대’의 기술 방식 때문에 최근 국정 교과서가 수정됐고, 한 방송국은 100부작 드라마 ‘단군’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사 최초의 국가였던 고조선(古朝鮮)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진 가운데, 지금까지 알려졌던 고조선의 ‘멸망 연대’에 잘못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행 고등학교 국사 교과서는 “고조선은 …장기간의 전쟁으로 지배층의 내분이 일어나 왕검성이 함락되어 멸망하였다(기원전 108)”라고 기술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고대사 전공자인 조법종(趙法鍾) 우석대 교수<사진>는 최근 출간한 연구서 ‘고조선 고구려사 연구’(신서원 간)에서 “1차 사료를 면밀히 분석한 결과 고조선의 멸망 연대는 기원전 108년이 아니라 107년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 ‘1년’의 시차는 매우 중요한 함의를 띠고 있는데, 고조선 수도의 위치가 달라질 수도 있는 해석상의 여지를 준다는 것이다.
한 무제가 위만조선을 침략한 기원전 108년에는 무슨 일이 있었는가? 위만조선의 이계상(지방행정 장관직) 참(參)이 우거왕을 살해하고 한나라에 투항했다. 그렇다면 수도 왕검성(왕험성)은 함락됐는가? 아니다. 대신 성이(成已)가 왕검성을 근거로 계속 항전하고 있었다. ‘사기’ 공신제후표에 의하면 성이가 우거왕의 아들 장항 등에 의해 살해돼 왕검성이 함락된 것은 기원전 107년이었다. 여기까지의 내용을 사마천이 ‘사기’ 조선전에서 기원전 108년조에 뭉뚱그려 기록한 탓에 오해가 생겼다는 것이다.
-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왕검성 자리에 낙랑군이 설치됐다는 통설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고조선의 옛 땅에 생긴 한사군은 한꺼번에 설치된 것이 아니었다. ‘한서’ 오행지와 지리지는 기원전 108년에 낙랑군 등 3군을 두고 기원전 107년에 현토군을 설치했다고 기록했다. 왕검성이 함락되지 않은 상황에서 낙랑군이 생겨났고, 현토군은 함락 이후 설치된 것이다. 따라서 왕검성은 낙랑군이 아니라 오히려 현토군 자리에 있었을 가능성이 높게 된다.
그렇다면 고조선의 유민들이 끈질기게 항쟁한 결과 한나라가 그 위치를 내륙으로 이동한 군(郡)이 다름아닌 현토군이었다는 사실도 쉽게 이해될 수 있다. 왕검성 자리에 세워진 것이 현토군이었다면, 현토군이 밀려난 자리에 세워진 정치세력은? 바로 고구려였다. 고구려 5부족 연맹 중 하나였던 소노부(消奴部)의 수장은 비류국의 송양왕으로 생각되는데, 그는 스스로를 ‘선인(仙人)의 후예’로 인식하고 있었다. 이승휴의 ‘제왕운기’는 이 대목에서 ‘선인’을 ‘단군’인 것으로 인식했다. 주몽이 비류국을 복속시킨 후 그 땅을 ‘옛 땅을 되찾았다’는 의미인 다물도(多勿都)라 했다는 기록도 예사롭지 않다.
단군신화를 시조신화로 보유한 송양왕 집단은 고조선 붕괴 당시 왕검성 근처에 존재한 정치세력일 가능성이 있으며, 그들이 고구려 건국의 주역 중 하나가 됐다는 데서 고조선과 고구려의 계승성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조법종 교수는 “이 문제는 앞으로 좀더 면밀한 고고학적 고증을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조선사 전공자인 송호정 한국교원대 교수는 “‘사기’의 공신제후표보다는 조선전을 기본 사료로 삼아야 할 것”이라며 조 교수의 학설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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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서 <고조선 고구려사 연구>(신서원) 낸 조법종 우석대 교수, <사기><한서> 등 사료를 면밀히 검토한 결과 고조선(위만조선)의 멸망 연도는 기원전 108년이 아닌 107년이며, 고조선의 수도 왕험성(왕검성)이 있던 곳에 낙랑군이 아닌 현도군이 생겼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고조선의 옛땅을 고구려가 그대로 계승한 것이 될 수 있다. /유석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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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서 <고조선 고구려사 연구>(신서원) 낸 조법종 우석대 교수, <사기><한서> 등 사료를 면밀히 검토한 결과 고조선(위만조선)의 멸망 연도는 기원전 108년이 아닌 107년이며, 고조선의 수도 왕험성(왕검성)이 있던 곳에 낙랑군이 아닌 현도군이 생겼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고조선의 옛땅을 고구려가 그대로 계승한 것이 될 수 있다. /유석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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