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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와트, 한국인이 세계 첫 3D복원

이름없는풀뿌리 2015. 8. 20. 15:44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이라 불리는 캄보디아 앙코르와트의 디지털 복원(復元)이 최근 마무리됐다. 세계 최초로 이 작업에 성공한 사람들은 다름아닌 한국인이다. 박진호(朴鎭浩·34) 한국과학기술원 문화기술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이 이끈 ㈜시지웨이브 앙코르팀 그 주인공.

 

박진호.jpg

 

 

1년 동안 50기가바이트(GB)의 데이터를 산출했습니다. 12세기 앙코르와트가 처음 세워졌을 때의 전체 건물이 사이버 공간에 재현된 것이죠. 박씨는 2주 전 결혼한 젊은 새신랑이지만 국내 디지털 복원학(Digital Restorology)에서는 독보적인 존재다. 고구려 안학궁과 고분벽화, 백제 미륵사, 신라 왕경(王京)과 황룡사 등이 모두 그의 손을 거쳐 디지털로 복원됐다. 지금 시점에서 얻을 수 있는 최대한의 자료를 토대로 사라진 문화유산의 모습을 영상으로 되살리고 보존하는 작업입니다.

 

어린 시절 소년중앙을 보며 과거 유산의 수수께끼와 미래사회의 컴퓨터 문명 모두에 관심을 갖던 그는 어느 날 컴퓨터를 가지고 옛날 역사를 다시 살리는 방법은 없을까?란 엉뚱한 상상을 하게 됐다.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3학년 때인 1993년 대전 엑스포에서 노아의 방주 컴퓨터 복원 작업에 참여한 뒤 이 미개척 분야에 푹 빠지게 됐다. 맨땅에 헤딩하듯 IT분야를 독학했고 건축·의상 같은 각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을 스토킹하듯 찾아다녔다. 현 국정 국사교과서에 실린 무령왕릉과 불국사의 옛 모습은 바로 그의 작품이다.

 

그런 그의 앞에 앙코르와트란 새 과제가 주어졌다. 동서 1.5㎞, 남북 1.3㎞, 7짜리 돌기둥만 1800개, 전체의 20% 이상이 파괴돼 버린 이 거대한 문화유산을 3차원으로 되살리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처럼 보였다. 현재 독일·일본·프랑스·인도·중국에서 아날로그 복원 작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어느 나라도 디지털 복원은 엄두를 못 내고 있었어요. 엄청나게 복잡한 기하학적 무늬와 2000여개의 부조상(浮彫像)들은 사진을 찍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그런데 우연히 들른 캄보디아 국립박물관에서 뜻밖의 보물을 발견했다. 서고 구석에 있던 먼지 묻은 문서가, 1964년 프랑스 건축학자 나플리앙(F Naplyian)이 앙코르와트의 세밀화를 그린 실측도였던 것. 이런 게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곧바로 2차원 드로잉 위에 3차원 건물을 만드는 일을 시작했죠. 사진 3만 장을 찍고 레이저 스캐너로 앙코르와트의 구석구석을 훑었다. 40도를 웃도는 푹푹 찌는 날씨였지만 매일같이 지나가는 한국 관광객들이 깜짝 놀라며 쳐 주는 박수로 견뎌낼 수 있었다.

 

역사학자 토인비가 앙코르와트를 보고 여생을 여기서 보내고 싶다고 했답니다. 과연 앙코르와트는 아침 저녁으로 수없이 얼굴을 바꾸면서, 시간이 멈춰 선 영원한 신(神)의 세계 같았어요. 앙코르와트 근처에 몇 년 안으로 박물관이 건립되면 이 디지털 복원 자료들은 그곳에 전시될 예정이다. 세계에서 온 관광객들이 그걸 보고, 한국에서 해 냈다는 걸 알게 되겠죠. 박씨는 앙코르와트 주변 비슷한 규모의 사원들도 디지털 복원할 계획이다. 모든 프로젝트가 끝나는 연도는 2058년. 그때 그의 나이는 86세가 돼 있을 거다.

 

/글=유석재기자 karma@chosun.com

/사진=이태경 객원기자 ecaro@chosun.com

 

 

 

 3D로 디지털 복원된 앙코르와트의 모습.

세계_최초로_디지털_복원되는_앙코르와트_사원(중심인_중앙사당의_모습).jpg

 

앙코르와트[1].JPG

 

 

 

아래는 앙코르와트 레이저 스캔 작업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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