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살롱] 숙정문(肅靖門)
조용헌· goat1356@hanmail.net
입력 : 2005.09.09 18:49 01'
서울 북악산의 숨어 있던 비경인 ‘숙정문’이 내년 4월부터 시민에게 개방된다. 1968년 무장공비들이 침투한 1.21사태가 발생하면서 일반인의 접근이 금지된 이후 38년 만이다. 서울을 둘러싼 4대 성문 가운데 숙정문은 북쪽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북대문(北大門)에 해당한다.
이 4대문의 명칭은 모두 음양오행에다 근거를 두고 있다. 동대문을 흥인지문(興仁之門)이라고 한 이유는 동쪽이 봄을 상징하는 까닭이다. 봄은 생명이 움트는 목(木)의 계절이므로 어질 인(仁)으로 생각하였다. 팔자에 목이 많은 사람은 인정이 있다. 서쪽은 계절적으로는 서리 내리는 가을이요, 금(金)을 상징한다. 금은 의리를 뜻한다. 금이 많은 사람은 의리가 있다고 본다. 그래서 서대문을 돈의문(敦義門)이라 하였다.
남쪽은 여름이요 화(火)를 의미한다. 화는 사물을 밝게 비추므로 투명하고 예의가 바르다. 화가 많은 사람은 자기가 먼저 술값을 낸다. 그래서 남대문을 숭례문(崇禮門)이라고 하였다. 북쪽은 겨울이요 수(水)를 가리킨다. 물은 고요하므로 지(智)를 뜻한다. 물이 많은 사람은 지혜가 있다. 따라서 이런 원칙에 따른다면 북대문의 이름은 ‘지’(智) 자가 들어가는 이름이 들어가야 맞지만, 실제 이름은 숙정문이다. ‘숙정’(肅靖)의 뜻을 풀어보면 ‘엄숙하게 다스린다’, 또는 ‘엄숙하고 고요하다’는 의미이다.
왜 북대문에다가 이런 이름을 붙였을까. 풍수원리에서 볼 때 북대문 자리는 주산인 백악산(白岳山)의 동쪽 맥이 내려오는 곳이다. 경복궁의 좌청룡에 해당한다. 1413년 풍수학생 최양선(崔揚善)이 문을 내면 왼팔의 기운을 손상시킨다고 주장하여 북대문이 폐쇄되기도 하였다. 될 수 있으면 손을 대지 말고 조용하게 보존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가 하면 북쪽은 물이 들어오는 방향이다. 물은 성적인 에너지를 의미하기도 한다. ‘물이 많다’는 것은 섹스에너지가 풍부하다는 함축이 들어 있다. 따라서 북쪽 문을 열어 놓으면 서울의 여자들이 음란해진다고 보았다. 엄숙한 통제가 필요한 문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가뭄이 들었을 때는 예외적으로 북대문을 열고 남대문을 닫았다고 한다. 물은 유입하고 불은 차단한다는 의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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