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sr]산행,여행

설악산 공룡능선

이름없는풀뿌리 2015. 9. 14. 15:14

 

 

설악산 공룡능선을 다녀왔습니다. 고산에는 가을이 일찍 찾아들고 있었습니다.

봄은 남쪽에서 산의 아랫도리에서 원을 만들며 올라옵니다.

반대로 가을은 북쪽에서 시작되고 산의 정상에서 아래로 화장을 하며 내려갑니다. 

설악산 입구에서 비선대 마등령 공룡능선 무너미재 천불동 계곡으로 다시 비선대로 내려오는 길은 약 20.1km의 거리로 14시간이 걸리는 무박 2일 산행이었습니다.

 

지난 토요일 저녁 9시 서울에서 출발한 버스는 중부고속도와 영동고속도로 여주 휴게소를 들러 잠시 쉬고 7번 국도를 달렸습니다. 양양을 지나 38선 휴게소에 도착했을 때는 새벽 0시 40분 상점은 모두 불이 꺼졌고 일부 시설에만 불이 밝혀져 있었습니다. 버스에서 잠을 청하려 했지만 잠을 자려고 하면 할수록 정신은 맑아졌고 하찮은 잡념에서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설악산 입구 소공원에 도착했을 때는 1시 20분 가벼운 체조로 몸을 풀고 곧장 산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산길은 적막했습니다. 랜턴을 비추지 않으면 칠흙 같은 어둠 속에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낮게 내린 구름으로 하늘에는 별조차 보이지 않았습니다. 40분 정도 올라가자 비선대가 나타납니다.

 

 

비선대를 시작으로 산길은 심한 오르막 길었습니다. 두 발과 두 손을 짚어야 오를 만큼 가파른 곳이 계속되기도 합니다. 평소같으면 깊은 잠에 빠져있을 시각이라 몸은 균형을 잘 잡지 못하고 운동신경도 무디기만 합니다. 발을 헛디디고 쉽게 비틀거렸습니다. 두손두발로 산을 오르는 데 요령이 붙을 때 쯤 길은 비교적 평탄해집니다. 안부라는 곳에 이르렀습니다. 어둠 속에 속초시의 야경이 환하게 보이고 하늘이 넓게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온몸은 땀으로 몇 번 젖고 마르기를 반복하였습니다. 기온은 20도 내외로 산을 타기에는 최적이었기에 예상보다 빨리 올라올 수 있었습니다.

 

마등령 정상에 도착한 시각은 6시경 아직 해는 뜨지 않았습니다.

정상에는 바람이 불었고 체온이 급격히 떨어졌습니다. 곧바로 방한용 겉옷을 꺼내 입어야 했습니다.

이곳에서 일출을 맞으려 했지만 구름과 안개로 덮여 동해바다는 윤곽조차 구분할 수 없었습니다.

 

 

 

마등령에 이어 능선을 지나는 등산로는 조금 넉넉해집니다. 길옆에는 야영객들의 텐트가 보였고, 이곳저곳 하늘을 가리지도 않고 낙옆 바닥에 침낭만 펴고 그 속에 아직 잠에 빠진 사람들의 윤곽도 보였습니다. 이 지역을 들어서면 산공기를 더럽히는 악취를 들이켜야했습니다. 나무는 곱게 단풍으로 허물을 벗는데 야영객들은 주위를 배설물로 더럽히고 있었습니다. 마등령에서는 오세암으로 가는 길과 공룡능선으로 갈림길이 나 있습니다.

 

공룡능선은 나한봉(1276)봉에 이어 1275봉, 신성봉(1218)이라는 세개의 큰봉우리와 몇 개의 작은 고개를 지나가야 합니다. 1275봉에 오르면 외설악과 내설악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오색으로 넘어온 등산객과, 우리와는 반대로 산을 타는 등산객이 모여지며 산길에도 정체가 일어납니다. 커다란 바위 틈 사이로 지나야하는 좁고 가파른 등산길은 마치 왕복 2차선 도로가 한쪽에 공사를 하느라 차단한 것처럼 한쪽씩 통과할 수 있습니다. 올라가는 사람 20명 정도가 먼저 지나고 나서 반대쪽 사람 20명 정도가 교대교대로 지나야 합니다. 많은 등산객이 몰려왔기에 병목구간 양쪽에는 수백미터에 이르는 사람행렬이 만들어졌습니다.

 

 

 

 

 

이 등산로에 들어서면 중도에 포기하고 빠져나가는 탈출로는 없습니다. 한번 가던 길을 끝까지 가던지 왔던 길을 그대로 되돌아 오는 방법 밖에 없습니다. 오세암으로 가더라도 보다 빨리 산에서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등산로에는 곳곳에 위치를 표시하는 표식이 세워져 있습니다. 사고가 나면 그 위치를 불러 구조를 요청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공룡능선은 설악산의 등뼈라 불립니다. 이 능선을 경계로 서쪽은 내설악 동쪽은 외설악입니다. 공룡 등처럼 화강암을 깎아 세운듯 거칠고 험하게 솟아오른 봉우리가 줄기차게 이어집니다. 5.1km의 거리지만 일반인들은 지나가는데는 약 5시간이 걸립니다. 도중에 물을 구할 곳도 변변치 않습니다. 최소한 2리터의 물은 준비해야 부족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능선의 등줄기를 타면서 고개를 돌리면 내외설악의 빼어난 경관을 두루 살펴볼 수 있습니다. 동남쪽으로 동해바다와 화채능선을, 서쪽으로는 용아장성의 기암 연봉, 그 뒤로 서북능선을, 북쪽으로는 울산바위가 남쪽으로는 대청봉이 보입니다. 이 능선에서도 설악산 최고봉인 대청봉은 아득히 올려 보입니다. 공룡능선은 해발 1200m 내외의 능선이고 대청봉은 1700m에 이릅니다. 그날 대청봉은 중턱부터 운무에 가려져 바라볼 수조차 없었습니다. 

 

 

 

 

설악산 비선대를 새벽 3시에 출발, 마등령 -  공룡능선 - 무너미 고개 -  천불동 계곡으로 하산, 산행에 13시간 소요.

( 그 중 사진 때문에 3시간 정도 지체됨 ). 추석 귀성 때문에 예년에 비해 한산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