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w.koreasan.com에서 빌려 왔습니다.
앞에서 올린 설악산 공룡능선에 이어지는 글입니다.
붉은 화살표 제가 지나온 산행로입니다. 하루종일 흐린 날씨라 선명한 사진을 찍지 못했습니다.
신선봉을 지나 내리막길로 들어서면 무너미 고개에 이르게 됩니다.
근처 희운각에서 식수를 구할 수 있습니다. 무너미 고개만 내려오면 왠지 뒷산에 온 것 같은 평안함이 느껴집니다. 풀어진 무릎은 내리막길을 내디딜 때마다 또 다른 형태의 통증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물이 마른 개울을 따라 한동안 내려오면 폭포가 나타납니다
이 계곡이 천불동 계곡입니다. 개울물이 흐르기 시작합니다. 양폭과 몇 개의 폭포를 지나고 나면 개울 바닥은 유리그릇처럼 반질반질한 물길이 만들어집니다. 푸른 가을 하늘을 담은 계곡물은 옥빛을 띠고 여울에는 소리 내어 흐르다가 소를 만나 머무르기도 합니다. 개울 양쪽으로는 깎아낸 듯한 웅장한 암벽이 수백 미터의 높이로 병풍을 만들고 있습니다.
천길 암벽에는 소나무와 활엽수가 자라고 단풍이 들 때면 천상의 절경을 만들고 있습니다. 천불동 계곡이 단풍으로 가장 아름다운 곳입니다. 철책과 철 다리가 아니면 사람의 발길이 닿을 수 없는 곳입니다. 계곡을 따라 한참을 내려오면 귀면암을 보게 됩니다. 화강암으로 이뤄진 깎아 올린듯한 모습에 경탄을 금할 수 없습니다.
조금 더 내려오니 마등령과 천불동 계곡의 갈림길인 비선대에 다시 다다르게 됩니다. 오르는 길에는 볼 수 없는 원효동굴이 기이한 모습으로 암벽 중턱에 자리잡은 게 보입니다. 기암괴석입니다.
설악산은 전체가 커다란 화강암 덩어리로 이뤄진 것 같았습니다. 조물주는 설악산을 만들 때 특별히 화강암을 소재로 조각을 했습니다. 화강암은 마그마가 땅 속 깊은 곳에서 서서히 식으며 만들어지는 암석입니다. 거대한 화강암반이 지상으로 융기를 하였고, 신은 암반 덩이 위에 도끼와 끌을 휘둘러 천고의 작품을 만드셨습니다. 울산바위도 만들고 천불동 계곡도 파고 기기묘묘한 봉우리도 만들고, 공룡능선, 용아장성도 만들고 화체능선도 만들고 천왕봉도 깎았습니다. 돌아보면 어딘들 절경이 아닌 곳이 없었습니다.
신에 대한 반항과 회의가 생기게 된다면 이곳을 다시 찾겠습니다.
산의 아름다움에 취해 동행한 일행과는 떨어졌고 기지국의 통신영역을 벗어난 핸드폰 밧데리는 방전되었고 산길 1km는 어찌 그리 멀게만 느껴지는지 끝이 없어 보였습니다. 디카 뱃터리도 소진되었습니다.
바로 보이는 산봉우리는 아무리 가도 거리가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다시는 오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이글을 마치는 지금 또 가보고 싶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