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저터널 ‘안되면 말고 식’ 청사진 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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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전국에 ‘해저터널 건설 계획’이 쏟아지고 있다.
경남도는 지난 22일 ‘동북아 해저터널’ 사업계획을 발표했고, 김문수 경기지사는 ‘한-중 해저터널’ 구상을 밝혔다. 박준영 전남지사와 김태환 제주지사는 오는 6월께 ‘전남-제주 해저터널’ 구상과 효과를 알리는 국제심포지엄을 열 예정이며, 허남식 부산시장은 지난해 ‘한-일 해저터널’ 건설 계획을 부산시 10대 과제에 포함시켰다.
자치단체들이 잇따라 ‘장밋빛 청사진’을 쏟아내고 있지만, 사업 타당성에 대한 논란도 적지 않다. 해저터널의 추정 사업비는 최대 400조원, 지난해의 정부 예산 237조원의 1.5배다. ‘단군 이래 최대의 토목공사’가 될 사업들이지만 타당성에 대한 현실적 논의는 빠진 채 ‘한탕주의’ 식으로 발표한다는 지적도 있다.
경남도 ‘거제~규수’ 구상…부산시도 같은 구간 추진
경기도 ‘평택~산둥’ 고속철도 이으면2~3시간 가능
‘제주도~보길도~완도’ 1시간대 ‘물류·관광’ 기지화
■ 넘치는 장밋빛 청사진=해저터널을 제안한 자치단체들은 바다 밑을 뚫는 대토목공사인 만큼, 당장의 경제적 효과도 크지만 해저터널을 통해 중국과 일본을 잇는 동북아 중심지역으로 받돋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경남도 거제시와 일본 규슈 가라쓰를 잇는 동북아 해저터널을 발표한 경남도는 “해저터널 사업으로 경남도가 관광과 물류를 잇는 동북아 연결망의 중심지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지난 16일 평택∼중국 산둥을 오가는 선상 토론회에서 “한-중 해저터널은 급속하게 성장하는 중국과의 관계를 긴밀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중 해저터널은 도버해협에 놓인 유로터널의 7배인 374㎞. 배로 14시간 거리인 평택항∼중국 산둥성 위해 사이에 해저터널을 뚫어 고속철을 놓으면 2∼3시간에 갈 수 있다. 한·일 해저터널보다 중국과 연결하는 해저터널을 뚫어 황해경제권의 주도권 확보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박준영 전남지사와 김태환 제주지사는 지난해 7월 제주도∼보길도 사이에 해저터널을, 보길도∼완도 사이 36㎞는 해상 교량으로 연결하는 제주-전남해저터널을 국가적 과제로 추진해 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이들은 “제주·전남도를 한·중·일을 아우를 동북아의 관광 및 물류중심지로 키우기 위해”라고 강조했다. 해저터널이 뚫리면 완도에서 제주까지 배로 3시간인 이동시간이 1시간대로 준다. 부산시의 경우 10대 과제 포함시킨 뒤에도 뚜렷한 진척이 없는 가운데 “일본과 함께 해저터널을 만들면 부산과 일본 규수지역을 중심으로 한일해협 경제권을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한다.
■ 사업 타당성 논란=한-중 해저터널계획을 연구해온 중앙대 허재완 교수(도시계획학부)는 “한반도는 지난 수천년 동안 폐쇄적인 국토여서 주변국의 변화에 영향을 받았다”며 “해저터널은 과거 폐쇄형 국토개발에서 개방형 국토개발 패턴으로 나가는 대표적 미래 사업이 될 수 있다”고 해저터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해저터널 사업 타당성에 대한 논란도 끊이질 않는다. 막대한 공사비 조달의 현실성은 물론 해저터널의 기술적 경제적 사업 타당성에 대한 검토가 전무한 데다 사업주체가 국가인지 자치단체인지도 불투명하다.
1994년 개통된 영국과 프랑스 사이 도버해협을 잇는 ‘유로터널’은 좋은 사례다. 공사비가 예상을 초과한 반면, 통행량은 기대보다 적어 유로터널은 9조1200억원의 빚을 진 채 파산 지경이다.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안병직 이사장은 “유로터널은 건설 당시 1원을 투자비용으로 봤을 때 수익이 5원 정도 나올 것으로 기대했지만, 현재는 0.2원 안팎에 머무르는 실정이어서 경제적 손실이 막대하다”며 “현재 시점에서는 한-중 해저터널을 ‘언제 얼마를 들여 빨리 뚫어야 한다’는 식의 논의보다 터널의 필요성과 경제성을 정밀하게 검토하고 연구하는 작업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며 조급한 해저터널의 추진을 경계했다.
■ 정치적 의도 경계를=해저터널을 발표한 한 자치단체장은 공사비 조달문제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털어놨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런 초대형 프로젝트에 ‘정치적 의도’를 염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최열 부산대 도시공학과 교수(50·도시문제연구소장)는 “우리가 제대로 준비조차 하지 않고 정치적 이해득실만을 따져 섣불리 해저터널 사업에 덤벼들었다가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을 것”이라며 치밀하고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캠프에 참여했던 한 대학교수는 “당시 한-일 해저터널이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의 프로젝트로 선정됐다가 경제성 등의 이유로 철회됐다”며 “영국과 프랑스 양국이 수십년에 걸쳐 유로터널을 준비하고도 어려움을 겪는 경험을 참고 삼아 발표를 해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용덕 기자, 전국종합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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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는 지난 22일 ‘동북아 해저터널’ 사업계획을 발표했고, 김문수 경기지사는 ‘한-중 해저터널’ 구상을 밝혔다. 박준영 전남지사와 김태환 제주지사는 오는 6월께 ‘전남-제주 해저터널’ 구상과 효과를 알리는 국제심포지엄을 열 예정이며, 허남식 부산시장은 지난해 ‘한-일 해저터널’ 건설 계획을 부산시 10대 과제에 포함시켰다.
자치단체들이 잇따라 ‘장밋빛 청사진’을 쏟아내고 있지만, 사업 타당성에 대한 논란도 적지 않다. 해저터널의 추정 사업비는 최대 400조원, 지난해의 정부 예산 237조원의 1.5배다. ‘단군 이래 최대의 토목공사’가 될 사업들이지만 타당성에 대한 현실적 논의는 빠진 채 ‘한탕주의’ 식으로 발표한다는 지적도 있다.
경남도 ‘거제~규수’ 구상…부산시도 같은 구간 추진
경기도 ‘평택~산둥’ 고속철도 이으면2~3시간 가능
‘제주도~보길도~완도’ 1시간대 ‘물류·관광’ 기지화
■ 넘치는 장밋빛 청사진=해저터널을 제안한 자치단체들은 바다 밑을 뚫는 대토목공사인 만큼, 당장의 경제적 효과도 크지만 해저터널을 통해 중국과 일본을 잇는 동북아 중심지역으로 받돋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경남도 거제시와 일본 규슈 가라쓰를 잇는 동북아 해저터널을 발표한 경남도는 “해저터널 사업으로 경남도가 관광과 물류를 잇는 동북아 연결망의 중심지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지난 16일 평택∼중국 산둥을 오가는 선상 토론회에서 “한-중 해저터널은 급속하게 성장하는 중국과의 관계를 긴밀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중 해저터널은 도버해협에 놓인 유로터널의 7배인 374㎞. 배로 14시간 거리인 평택항∼중국 산둥성 위해 사이에 해저터널을 뚫어 고속철을 놓으면 2∼3시간에 갈 수 있다. 한·일 해저터널보다 중국과 연결하는 해저터널을 뚫어 황해경제권의 주도권 확보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박준영 전남지사와 김태환 제주지사는 지난해 7월 제주도∼보길도 사이에 해저터널을, 보길도∼완도 사이 36㎞는 해상 교량으로 연결하는 제주-전남해저터널을 국가적 과제로 추진해 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이들은 “제주·전남도를 한·중·일을 아우를 동북아의 관광 및 물류중심지로 키우기 위해”라고 강조했다. 해저터널이 뚫리면 완도에서 제주까지 배로 3시간인 이동시간이 1시간대로 준다. 부산시의 경우 10대 과제 포함시킨 뒤에도 뚜렷한 진척이 없는 가운데 “일본과 함께 해저터널을 만들면 부산과 일본 규수지역을 중심으로 한일해협 경제권을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한다.
■ 사업 타당성 논란=한-중 해저터널계획을 연구해온 중앙대 허재완 교수(도시계획학부)는 “한반도는 지난 수천년 동안 폐쇄적인 국토여서 주변국의 변화에 영향을 받았다”며 “해저터널은 과거 폐쇄형 국토개발에서 개방형 국토개발 패턴으로 나가는 대표적 미래 사업이 될 수 있다”고 해저터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해저터널 사업 타당성에 대한 논란도 끊이질 않는다. 막대한 공사비 조달의 현실성은 물론 해저터널의 기술적 경제적 사업 타당성에 대한 검토가 전무한 데다 사업주체가 국가인지 자치단체인지도 불투명하다.
1994년 개통된 영국과 프랑스 사이 도버해협을 잇는 ‘유로터널’은 좋은 사례다. 공사비가 예상을 초과한 반면, 통행량은 기대보다 적어 유로터널은 9조1200억원의 빚을 진 채 파산 지경이다.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안병직 이사장은 “유로터널은 건설 당시 1원을 투자비용으로 봤을 때 수익이 5원 정도 나올 것으로 기대했지만, 현재는 0.2원 안팎에 머무르는 실정이어서 경제적 손실이 막대하다”며 “현재 시점에서는 한-중 해저터널을 ‘언제 얼마를 들여 빨리 뚫어야 한다’는 식의 논의보다 터널의 필요성과 경제성을 정밀하게 검토하고 연구하는 작업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며 조급한 해저터널의 추진을 경계했다.
■ 정치적 의도 경계를=해저터널을 발표한 한 자치단체장은 공사비 조달문제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털어놨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런 초대형 프로젝트에 ‘정치적 의도’를 염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최열 부산대 도시공학과 교수(50·도시문제연구소장)는 “우리가 제대로 준비조차 하지 않고 정치적 이해득실만을 따져 섣불리 해저터널 사업에 덤벼들었다가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을 것”이라며 치밀하고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캠프에 참여했던 한 대학교수는 “당시 한-일 해저터널이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의 프로젝트로 선정됐다가 경제성 등의 이유로 철회됐다”며 “영국과 프랑스 양국이 수십년에 걸쳐 유로터널을 준비하고도 어려움을 겪는 경험을 참고 삼아 발표를 해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용덕 기자, 전국종합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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