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두 기자 dlee@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입력 : 2008.06.30 16:08
- ▲ 뱀꼬리처럼 길게 뻗어 있는 인천대교. 다리 중간에 높이 솟은 것은 238m 높이의 주탑이다. 2개의 주탑에 200여 개의 케이블을 연결해 사장교를 만들게 된다. / 김용국 기자 young@chosun.com
"교각 위의 상판에 계신 분들은 케이블이 상처나지 않도록 롤러 위에 잘 놓여있는지 확인하세요. 타워 크레인에게 케이블을 끌어올리라고 신호를 보내겠습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의 핵심으로 동북아의 허브(중심)를 지향하는 송도국제도시와 한국의 관문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을 연결하는 인천대교 공사현장. 교량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사장교(斜張橋) 공사가 지난 5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바다 한가운데에 서 있는 주탑 2개(높이 238.5m)에 길이 100m가 넘는 케이블 208개를 연결하는 대공사이다. 교각 대신에 케이블로 교량을 지탱시켜 주는 것이다. 사장교 공사는 내년 초 끝날 예정이다. 2009년 10월 완공예정이며 약 80%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높이238m·길이1480m 사장교 공사 한창
인천대교의 가운데에 위치한 사장교는 총길이가 1480m이며 주요 경간(배가 다닐 수 있는 주탑과 주탑 사이)의 길이만도 800m에 달하는 구간이다. 지난달 중순까지 20여개의 케이블이 설치됐다. 일주일에 평균 4개씩 설치되고 있다. 케이블의 길이는 각각 130~430여m, 굵기는 10~15㎝, 무게만도 5~45t이다. 케이블을 설치하기 위해 15명의 근로자들이 바다 위의 높이 74m의 교량 상판 위에서 수시로 철야작업까지 하고 있다.
케이블 설치는 주탑 옆에 있는 타워 크레인이 240여m 높이에서 케이블을 끌어올리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어 케이블을 주탑 상단부에 고정한 뒤 각도를 측정한 후 교량 위에 다시 고정시킨다. 케이블 설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힘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근로자 장승열(36) 씨는 "케이블을 옮길 때 상처가 나거나 설치할 때 힘이 한쪽으로 쏠리면 다리가 휘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게 되는데 이를 바로잡기 위한 균형점을 찾는 것이 가장 어렵다. 측량과 계기를 이용해 균형을 맞춘다"라고 말했다.
한쪽에서는 교각 위에 길이 100m, 폭 31m의 대형 상판을 놓은 뒤 용접을 하고 이음새에 결함이 없는지 X-ray를 이용한 검사가 진행되고 있다. 사장교 양쪽으로는 교량의 상판을 설치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공사현장에는 매일 평균 1000여명의 근로자가 일을 하고 있다. 삼성건설 정명현 대리는 "수시로 찾아오는 바람과 안개, 비는 공사의 최대의 적"이라며 "여름철 강한 햇빛에 케이블과 상판이 늘어날 수도 있어 밤에 공사를 하는 등 수시로 철야 근무를 한다"고 말했다.
■공기 단축 가능한 첨단 공법 선보여
인천대교의 공사기간은 4년 4개월이다. 인천대교보다 훨씬 짧은 서해대교(주탑간 거리 470m)는 7년이 넘게 걸렸다. 이처럼 공기를 단축할 수 있는 것은 다양한 첨단 공법이 동원됐기 때문이다.
우선 설계와 시공이 동시에 이뤄졌다. 일반적으로 교량공사는 설계가 끝난 후에 공사를 시작한다. 그러나 이번 공사에는 기본 설계가 끝난 후 하부 공사가 바로 시작됐다. 주탑을 지탱해주는 강관말뚝을 수심 50여m에 바로 박는 공법도 선보였다. 말뚝은 최고 2만 9000여t의 하중을 견딜 수 있다고 한다. 사장교 주탑 밑에는 직경 3m, 길이 60여m의 말뚝 48개가 박혀 있다. 이런 작업이 현장에서 바로 이뤄지기 때문에 공기 단축이 가능하다. 교각 위에 놓이는 상판 또한 모두 현장에서 제작됐다. 길이100m, 폭31m, 무게 2800t에 달하는 대형 상판까지 만들어서 바로 교각 위에 얹어놓는 식으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케이블의 각도를 미리 정하고 만들어 주탑에 꽂기만 하는 방식도 시간을 단축시키는 공법이다. 통상적으로 케이블 설치 때는 주탑의 케이블 고정 부분을 콘크리트 치면서 각도를 조절해 왔다. 인천대교는 초속 72m의 폭풍(매미급 태풍)과 진도7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짓고 있다. 콘크리트의 밀도를 높이고 교량 두께를 두껍게 해 염분으로 인한 철근 부식도 방지한다.
■수도권 경제 대동맥 역할
인천대교는 총연장 12.343㎞의 왕복 6차선 도로이다. 사장교 주경간 길이(800m)만도 세계 5위에 달하며 대교의 전체 길이는 세계 7위에 해당한다. 주경간 사이의 교량 높이가 최고 74m에 달하기 때문에 10만t급 이상의 대형선박도 안전하게 드나들 수 있다.
인천대교가 완공되면 송도국제도시에서 인천국제공항까지는 15분밖에 안 걸린다. 지금보다 무려 40분이나 단축된다. 인천에서 경기도 안양까지의 제2경인고속도로와 2010년 완공예정인 제3경인고속도로(인천~경기 시흥)와 연결되면 수도권 남부까지 이어지는 대동맥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2014년 인천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 때 입국하는 외국인들은 대부분 인천대교를 이용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인천대교 자체가 하나의 관광상품으로도 개발된다. 교량에 야간 조명이 설치되고 인근의 인공섬에는 상징조형물과 문화공연장, 분수대 등이 갖춰진다. 인천시는 인천대교를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를 능가하는 관광 명소로 만들 계획이다. 영종도·용유도·무의도·실미도 등 인천 인근의 섬과 바다에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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